가족까지 일손 도왔건만... 끝내 막지 못한 집배원의 죽음
가족까지 일손 도왔건만... 끝내 막지 못한 집배원의 죽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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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노조, “명절소통기 배달인력 충원, 일몰 이후 배달 금지”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요구사안을 광화문 우체국 앞 우체통에 붙였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요구사항을 광화문 우체국 앞 우체통에 붙였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아산우체국 소속 박인규 집배원은 6일 오후 7시 40분쯤 남아있는 택배 3개를 마저 배송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위원장 최승묵, 이하 집배노조)은 박인규 집배원 사망 사고에 대해 “명절 소통기 급증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야간배달을 이어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체국에서는 명절 전후나 선거철을 ‘특별소통기간’이라고 부른다. 특별소통기간에는 택배 물량이 급증한다. 평소의 4~5배 정도에 달한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올해 추석 기간에 전체 물량이 평소보다 47%, 전년 추석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기가 오면 집배원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이다. 넘쳐나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거나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까지 구하는 일도 다반사다. 우체국 우편 및 택배는 우체국에서 지정된 사람이 아니면 배송할 수 없는데도 법의 테두리를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故 박인규 집배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소의 4배가 넘는 물량을 감당해야 했다. 명절소통기로 물량이 급증했고, 출산휴가를 떠난 동료의 몫까지 떠안아야 했다. 가족들까지 배달을 도왔다. 김재천 집배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아버지가 힘드니 아들이 오후 6시까지 도와줬지만 배송이 끝나지 않아 그 이후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평상시)아산우체국 자체적으로 계산하더라도 7명의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일몰 이전에 퇴근했다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집배노조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명절소통기 배달인력 충원으로 일몰 이후 배달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배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故 박인규 집배원이 당한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집배원 인력충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12명의 집배노동자가 과로사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최근 5년 동안 100여 명의 집배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7년 만들어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집배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후 권고 이행 사항의 하나로 ‘정규인력 2,000명 증원’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10일 오전 11시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집배노조는 ▲별정 집배원 순직 인정 ▲명절소통기 배달인력 충원 및 일몰 이후 배달 금지 ▲우정사업본부 중대재해 발생시 노동부 가이드라인 준수 ▲정규인력 2,000명 증원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토요택배 완전 폐지 및 노동시간 단축 시행 ▲노동부의 우체국 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승묵 위원장은 “그날 도착한 편지 한 통이라도 국민에게 전해줘야겠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일한 죄 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또한, “오늘 집배노동자들이 기자회견에 오지 못했는데, 명절소통을 앞두고 산더미같이 쌓인 택배물량과 우편물량을 소화해야지만 국민들이 명절을 보낼 수 있으며 또 한 명이 빠지면 그 몫의 과중한 노동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며 “명절이 끝난 후에는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를 향해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아산우체국 집배원 사망사고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현재 경찰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9월 2일부터 17일까지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해당 기간에 집배 보조인력 1,300여 명을 포함한 3,000여 명의 추가 인력 투입, 3,060여 대의 운송차량 지원 등 각종 소통자원을 동원해 급증하는 추석물량을 배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말하는 집배 보조인력은 실질적인 배달 업무를 지원하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물류 분류를 하거나, 은행 등의 장소를 중간수도(물량이 급증해 우체국을 자주 오가면 비효율적이니 배달 중간 지역에 물량을 전달받는 곳)로 정해 그곳에 내린 물류를 지키는 역할이기 때문에 배달인력을 증원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왼쪽)과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오른쪽)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왼쪽)과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오른쪽)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