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산업 전체가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하라!”
“철도산업 전체가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하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9.16 16:37
  • 수정 2019.09.1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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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전문가들이 역무원의 생명안전업무 인정하면 "사회적으로 파급력 크다" 말해
농성장의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농성장의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0일 서울역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가는 KTX 탑승구와 공항철도 탑승구 앞 한쪽에 9일째(인터뷰일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농성장이 있다.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지부장 서재유)와 철도고객센터지부(지부장 조지현)의 농성장이다. 그들은 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농성을 하고 있을까. 머리를 짧게 자른 서재유 지부장을 만났다.

본인 소개와 노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일하고 있는 역무원입니다. 2013년 1월 1일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 처우가 열악해서 2015년에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 소속 자회사 비정규직지부를 만들었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도 비정규직지부입니다.

역무원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노동자의 업무는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창구에서 매표 업무를 하는 여객위탁발매, 광역전철역의 제반 사항을 담당하는 업무, 간선역(일반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역)과 같은 여객업무분담역에서 행하는 업무 등입니다.

고객센터지부도 함께 농성하고 있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에 고객센터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역이든 열차 내에서든 철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매표 문의나 기타 문의를 할 때 전화로 상담 받는 곳입니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고객센터지부입니다.

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노사전문가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쟁의행위의 일부이고요. 설명을 하자면 2017년 7월 20일 ‘전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철도공사 내에 자회사를 포함해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노사전협의체에서 회의를 하면서 자회사 방식이 간접고용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다가 상시지속업무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했던 정부가 말을 바꿔서 생명안전업무만이라고 했습니다.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2018년 6월 27일에 합의서가 하나 나옵니다. 철도공사가 인정하는 생명안전업무에 대해서 직접고용,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 이 두 가지가 골자입니다. 그런데 합의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죠. 우리 주장은 최소한 약속했던 건 지키라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이런 용역형 자회사는 해체하라는 것이고요.

농성장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24시간, 농성장에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서울역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홍보하고 점심시간에 선전 활동하면서요.

잠도 여기서 자고?
네. 서울역이 새벽 한 시 반 정도에 닫기 시작해요. 새벽 두 시 정도에 잠에 들어요. 그러다가 새벽 세 시가 넘으면 문을 열어요. 무궁화호가 일찍 오니까 문 개방하고 청소도 하고, 실질적으로 자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죠. 농성장을 하루 지키면 그 다음 날은 쉬고 이런 형태로 농성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은 7월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고 삼우제 끝나고 나와서 아직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조합원 조직하러 다니고, 코레일네트웍스 사측도 만나야 하고.

철도공사에 책임을 묻는 이유는?
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테크, 코레일로지스는 외형상으로 독립된 법인으로 지위를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체 사업보다는 역무, 고객상담, 승무, 차량정비, 버스운전, 체크인, 전기, 건축, 청소 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용역회사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자체사업의 경우도 KTX셔틀버스나 유카 사업 등과 같이 철도공사의 필요에 따라 설립되거나 폐지됩니다. 주차사업과 같은 경우도 철도공사의 시설물 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철도공사 지배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특히, 철도공사의 자회사의 사업은 철도공사와 자회사의 수직적 관계에서 맺어집니다. 철도공사가 인사권(대표이사 및 상임이사), 경영통제권(일상감사, 공사에서 자회사로 감사실장 파견 등), 경영평가 등 권한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적자사업 떠넘기기와 저임금 계약과 같은 갑질을 낳고 열악한 자회사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18년 9월 29일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 전문가 조정 결정서를 보면 ‘자회사 위탁중인 직무 매표, 광역역무, 콜센터 등 종사자 1,128명은 생명안전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철도산업 자체가 모두 생명안전업무입니다. 역무 업무, 고객 센터 업무도 포함해서요. 열차 내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열차 내 인터폰도 있지만 고객센터 전화합니다.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 불을 지르려고 한다. 고객센터는 철도 관제 센터에 연락해요. 관제센터는 열차 차장과 기관사에게 연락하고, 기관사는 다음 역에서 열차를 세우죠. 역무원들이 열차로 갑니다. 방화를 하려는 사람이나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끄집어내죠. 승객들을 대피시키기도 하고요. 또한, 비일비재한 것은 응급환자 심폐소생입니다. 경찰과 소방서에 연락을 하지만 그분들이 오기 전에 초동 대응은 우리가 합니다.

열차뿐만 아니라 매표 창구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표소가 가장 눈에 잘 보이니 시민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매표소로 와요. 저기 사람이 다쳐 쓰러져있다, 역사 내 시설물이 이상하다, 선로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몸이 아프니 잠시 쉬어도 되냐. 그것에 대해 저희가 대처하죠.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생명안전업무를 일부로 한정했을까요?
당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생명안전업무 관련한 사항이 왜 이렇게 된 것이냐? 철도산업 자체가 모두 생명안전업무인데, 생명안전업무 기준이 안에서 규정되고 있느냐? 그랬는데 안 된대요. 자기들도 토론을 아무리 해도 생명안전업무의 범위를 규정할 수 없대요. 그런데, 규모의 문제래요. 이걸 생명안전업무라고 하는 순간 민간위탁 된 설비관리 노동자들, 관련 업종 종사자들 다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네. 역무원들이 담당하는 게 역 전체 소방안전업무도 있습니다. 소방담당이 생명안전업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역무 업무 중 일부이기 때문에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다라는 것인데 말이 안 됩니다. 소방안전의 일반적 관리뿐만 아니라 스크린도어의 기본적 조작도 해요. 스크린도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포함해서요. 스크린도어를 고치는 사람은 생명안전업무이고 스크린도어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해 조작해서 조치를 취하면 생명안전업무 아닌가요? 파급력이 크니까, 선로 관련한 업무만 생명안전업무라고 한정하는 것입니다.

농성을 하며 철도공사의 불공정 사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네, 8가지 불공정 사례를 지적하고 10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불공정 사례를 몇 가지 말씀 드리면 첫 번째로는 광역 역무위탁 1인 역사 방치입니다. 역무는 최소 2인 이상 근무가 원칙입니다. 사고 현장 대응과 안전통제 및 연락이라는 최소한의 분담 때문입니다. 17년 12월 13일 행정안전부 안전감찰에서도 1인 역사의 위험이 지적됐고 시정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안전인력을 충원해서 1인 역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자회사에 2017년 시중노임단가의 90% 계약 강요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하면 1,619,988원입니다. 161만 원 정도. 올해까지 오른 최저임금 인상분은 반영되지 않았죠.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인데 그 부분만큼만 보전해주겠다. 그러니 계속 최저임금 수준의 삶을 살고 있는 거예요. 올해 시중노임단가로 하면 훨씬 액수는 올라갑니다.

역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뻤던 적과 슬펐던 적은 언제였나요?
가장 기뻤던 기억은 사람을 구했던 기억입니다. 역무원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은 사람을 구합니다. 역 안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살려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가장 힘들 때는 ‘용역들이’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죠. 보통 역무원들은 욕설을 많이 들어요. 역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면 시민들에게 불편함도 초래하거든요. 차라리 ‘철밥통들이’라고 욕하면 괜찮아요. 그 분들이 우리를 모르니까. 근데 ‘용역들이 일 똑바로 안 해’라고 하면 마음이 매우 안 좋죠. 화도 많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먼저 문재인 정부에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의 자회사 간접고용입니다. 간접고용 인정해야 합니다. 간접고용 형태는 결국 사용자와 노동자가 분리된 형태기 때문에 처우 개선 등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다만, 정말 정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자회사라는 것을 설립하려면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여야 합니다. 적폐 끝까지 청산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처럼 노동 적폐 청산해야 합니다. 기재부 장관도 저임금기타공공기관에 대한 총액인건비 제한 풀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산업 생명안전업무 인정하고 직접고용 지시하는 게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손병석 철도공사 사장님, 철도공사에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이전 사장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 자기는 묵묵부답을 한다면 철도공사에 있으면 안 되죠. 정말로 의지가 있다면 철도공사 내 잘못된 용역형 자회사 통폐합하시고 철도 본연의 업무는 직접고용해야죠. 철도공사가 수행하는 진짜 사업이 아닌 것만 자회사에 남기시고요. 그래야 자회사가 자회사다워지고 철도공사가 공사다운 공공성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성장 풍경과 서울역 안에 펼쳐진 선전 플래카드, 시민이 전달해준 캔커피 응원 선물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농성장 풍경과 서울역 안에 펼쳐진 선전 플래카드, 시민이 전달해준 캔커피 응원 선물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