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지회 1주년, “왜 프로젝트가 접히면 권고사직 당해야 하는가”
스마일게이트지회 1주년, “왜 프로젝트가 접히면 권고사직 당해야 하는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20 13:42
  • 수정 2019.09.20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조합 설립 1년에도 고용불안 여전 … 2018년 4월 이후 6개 프로젝트, 150여 명 노동자 ‘접혀’
‘프로젝트 드롭’ 거부한 노동자에게는 연관성 없는 ‘전환 배치’ … 그래픽디자이너에게 QA업무
20일 낮 12시 판교 스마일게이트 앞에서 열린 화섬식품노조 SG길드(스마일게이트지회)의 1주년 집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에 노동조합이 들어선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지회(지회장 차상준, 이하 SG길드)는 20일 낮 12시, 성남 판교 스마일게이트 본사 앞에서 노동조합의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스타팅포인트(넥슨지회)도 17일 성명서를 통해 SG길드의 집회를 지지했다.

SG길드는 1주년 집회의 목적을 ‘축하’와 ‘문제제기’, 두 가지로 요약했다. 2018년 9월 20일 스마일게이트에서 SG길드가 출범한 이후 올 10월 포괄임금제 폐지를 앞두고 있는 등 노동조건 개선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SG길드는 지적했다. SG길드는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 게임 업계에 고용불안이 없는 곳도 있습니까? 그저 ‘접힘’의 관행을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어 못 느꼈던 것은 아닐까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에서 지난 2018년 4월부터 여섯 번의 ‘접힘’이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노동자는 모두 150여 명이다.

‘접힘’은 동종업계인 넥슨에서 논란됐던 ‘프로젝트 드랍’과 같은 개념으로서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는 게임업계 특성에서 파생된 문제다. 개발 중인 게임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출시 후 반응이 좋지 않으면 팀 자체가 해산된다. 이때 해산된 팀에 있었던 노동자에게 △업무 미부여 △직무와 상관없는 전환배치 △장시간 대기발령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일을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접혔다’고 표현하거나 ‘드랍’ 등으로 부른다.

특히 SG길드는 스마일게이트의 리소스지원팀으로 ‘접힘’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노동자들은 프로젝트 팀이 해산 될 때 회사로부터 ‘퇴사’ 혹은 ‘리소스지원팀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소스지원팀은 스마일게이트에서 최근에서야 신설된 부서로 주로 외주작업과 관련된 단기적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드랍 이후 리소스지원팀 근무를 선택한 15명 가량의 노동자가 현재 리소스지원팀에 있다고 SG길드는 밝혔다.

SG길드는 “리소스지원팀 근무를 선택한 노동자는 ‘경력과 무관한 업무 부여가 가능하다’는 회사의 짧은 설명으로 ‘직무변경 동의’를 대신했다”며, “모델러와 애니메이터에게 QA업무를 부여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항의는 ‘2주 교육’으로 묵살 됐다”고 비판했다.

차상준 SG길드(스마일게이트지회)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날 집회에 참여한 차상준 SG길드 지회장은 “왜 프로젝트가 접히면 권고사직이나 전혀 관련없는 업무를 배정받아야 하는가. 근로계약서에는 고용 형태와 종사 업무가 명시돼 있다. 정규직이라면 정년이 보장돼야 하고, 종사 업무가 그래픽이라면 그래픽 업무를 받아야 한다”면서, “게임업계에서는 원래 드롭된 인원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에 확답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을 겪을 필요없게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 지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올해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을 제안 받는 사실을 알렸다. 차 지회장은 “10년 넘게 게임업계 노동자로 몸을 담고 있는 동안 느꼈던 문제들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차 지회장을 참고인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