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날씨와 노동
[최은혜의 온기] 날씨와 노동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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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어느 덧 9월도 끝이 보인다. 무더웠던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올 여름을 함께했던 얇은 옷을 넣고 두툼한 가을 옷을 꺼냈다. 게다가 오늘은 1년 24절기 중 16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추분이기도 하다. 입추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던 가을을 비로소 실감한다.

추위와 더위, 비와 바람 등은 취재를 할 때마다 큰 걱정거리다. 아무래도 조금 더 쾌적한 날씨에서의 취재를 바라게 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크게 드는 생각은 기자가 취재해야 할 취재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곳곳의 노동자들에 대한 생각이 하나둘 떠오른다.

지난 9월 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 때는 충북의 도로보수원이 생각났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퇴근 무렵 비가 쏟아져서 도로보수원은 퇴근을 해도 비상대기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태풍이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도로에 토사물이 쏟아져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비를 맞으면서도 토사물을 치워야 하는 도로보수원. 실제로 2017년에는 폭우로 도로의 토사물을 치우던 충북도청 소속 도로보수원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비 태풍’인 타파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남부지방에서 일하는 도로보수원은 또 주말도 없이 비상대기를 했을 것이다. 태풍이 물러간 월요일, 그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의 태풍 잔해를 치우고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삼각대는 세웠는지 휴식은 충분하게 취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는 전국 곳곳에서 야외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생각나게 한다. 무더운 여름부터 시작된 야외 투쟁은 추워지는 날씨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성남시청에서 천막 노숙 농성 중인 성남시의료원 노동자들, 7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고공농성 중인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과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와 김천의 도로공사에서 이어지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농성까지. 이외에도 서울고용청 앞에서 기아차비정규직지회의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고 강남역에선 삼성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이다.

장시간 지속되는 야외투쟁은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보도를 위해 소식을 계속 전해듣는 기자 입장에서도 날씨의 변화가 야속할 지경인데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나 동료들, 가족들은 오죽할까.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할 곳은 있는지, 날씨가 추워지는 데 따뜻한 옷은 공수가 된 건지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추운 밖에서 절박한 자신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물론 날씨의 변화를 체감하며 야외에서 자신의 노동에 몰두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 농성이 더 추워지기 전에는 마무리되길. 그들이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서 좀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