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eykang@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최근 하반기 취업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 회사에 지원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부터 자신이 쓴 자기소개서를 한 번 봐줄 수 있겠냐는 부탁까지.. 합격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고난입니다. 남들만큼 좋지 못한 스펙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낮추게 만들고, 1,000자~2,000자를 채워야 하는 자기소개서에 쓸 스토리는 부실하게 느껴져 지난 날이 후회만으로 가득차곤 합니다.

어렵사리 비좁은 취업의 문을 들어가더라도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입니다.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비어버리는 ‘텅장’과 고된 업무는 그토록 바라왔던 취업임에도 마냥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직장인들을 양산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때때로 올라오는 ‘연봉’과 관련된 기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곤 합니다. 지난 8월 “은행원들의 올해 평균 연봉이 1억이 넘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최고 직업 중 하나라고 뽑히는 곳이 금융권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를 읽어내려 가던 중 댓글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보니 긍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동의하는 의미의 댓글이 많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댓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금융권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고액 연봉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직업으로 ‘현대자동차’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억대 연봉’, ‘최고 임금’ 등 ‘현대자동차’ 역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기사들에 댓글은 “편하게 들어가서 돈만 많이 번다”거나 “노조 때문”이라는 등 악의적인 내용이 가득 차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금융권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부정적인 분위기는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렵게 입사했는데 그에 합당한 높은 연봉을 받으면 안 되는 걸까.

이번 <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는 금융권 점심시간 제도 도입과 관련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시중은행을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인의 달콤한 오아시스와도 같은 1시간의 점심시간을 금융권 노동자들은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바쁘게 점심을 먹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는 이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열악한 근무 환경은 노동자들이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노동자를 바라보는데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요. 높은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을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까요. 그들도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장시간 공부를 하고 여러 차례 고민해 거쳐 쓴 자소서, 수차례 면접 연습을 한 끝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어떠한 노동도 그 노동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현재 누군가의 노동이 좀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해서 오히려 그 노동자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노동이, 그리고 노동의 가치가 상향평준화 되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