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들의 취재 후기 : 지역, 사회적 대화에 불을 켜다
[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들의 취재 후기 : 지역, 사회적 대화에 불을 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0.02 08:44
  • 수정 2019.10.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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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는 ‘지역, 사회적 대화에 불을 켜다’라는 제목으로 지역의 사회적 대화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특집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지역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인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 수원지역노사민정협의회,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관계자들에게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며, 과거 부천지역에서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이끌었던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만나 부천 노사정 대화의 시작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또한, 한국노총 전국지역지부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왕표 성남지역지부 의장에게서 노동계가 바라보는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현재와 보완점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발전재단을 찾았으며, 연구자 및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주일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이번 커버스토리에 참여한 기자들과 특집 관련 취재 후기를 나눴다. 이동희 기자(이하 ), 강은영 기자(이하 ), 박완순 기자(이하 ), 정다솜 기자(이하 )가 참여했다.

10월호 커버스토리 ‘지역, 사회적 대화에 불을 켜다’

지역에도 사회적 대화가 있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는 지역 노사민정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경제 및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루어진다.

대화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꺼내는 해결 수단이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은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대화를 통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지역민이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밑에서 위로 끌어올리는 대화, 지역의 사회적 대화는 낯설지만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이하 협의회)’의 현재를 진단해보았다. 지역에서 사회적 대화, 기자들은 필요하다고 보는가?

처음 기획을 들었을 때는 지역에서 사회적 대화가 진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동안 지역의 사회적 대화 의제를 너무 좁게, 한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 협의회 성과와 사례를 보면 ‘이런 건 그냥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내리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정도로 작고 사소한 의제도 지역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실천한 것들이 있었다. 사소하고 작은 의제라도 지역에서 노사정이 같이 만들어냈다는 게 큰 의미를 가지는 거였다.

지역 사회적 대화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막상 지역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얼굴 보는 것도 대화다, 우리는 조금씩 기어가는 것부터 하고 있다고 하더라. 내가 진짜 큰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가 시야를 넓혀서 대화의 수준이나 형태가 다양하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

중앙의 사회적 대화처럼 의제가 무겁고 엄청난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취재를 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는 어려움도 목격했다. 협의회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다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중앙관료들이 협의회를 그냥 지역 노사 문제만 다루는 테이블, 지역 노사정이 모여 이벤트성 행사를 하는 테이블로 보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맥락인데 지역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지방분권이라는 단어를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한 것처럼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결국 중앙이다. 지역을 중앙의 입장에서 보고 있으니까 예산은 여기까지, 성과 가져와 이런 식인 거다.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이라는 개념이 이야기된 게 사실 얼마 안 됐다. 사실상 지방분권이 됐다고 볼 수도 없고.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경험과 문화가 부족한 현실에서 중앙이 지역에 ‘너희 왜 성과 못 내?’라고 하는 게 무리가 아니었을까.

완순 기자랑 같은 생각이다. 지역에서 스스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과 문화가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성공의 결과물이 없고, 지역 스스로도 자신들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까지 정부가 협의회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협의회가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단년 평가 위주로 해왔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양적인 성장은 충분히 이루었으니 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번 커버스토리 준비 과정과 결과를 포함해서 아쉬움을 느낀 지점이 있다면?

만났던 전문가들 대다수가 협의회가 활성화 되려면 지자체장의 의지, 키맨(keyman)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참여와혁신>에서 제기했던 의문은 ‘지자체장의 의지와 키맨이 없더라도 제도적 완전성을 갖춰 협의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였는데 결국 그 답을 찾지는 못했다.

협의회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지역지부 의장들을 더 많이 만나봤으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쉬웠다.

아쉬운 점일 수도 있고 생각해봐야 할 지점일 수도 있는데, 협의회 운영 목적이 지역경제발전이지 않나. 여기서 노동을 어떻게 강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반대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지역‘노동’보다는 지역‘경제’를 강조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중앙에서 협의회를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협의회를 그냥 노동 의제만 다루는 테이블로 보는 거였는데, 협의회에서 지역의 산업, 고용, 일자리, 복지 등 지역경제와 밀접한 의제들을 폭 넓게 다룬다는 걸 강조해야지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협의회의 의제가 단순히 노사관계, 노사갈등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여러 번 반복했다.

협의회가 지역의 노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한다거나, 콜센터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전주시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협의회 의제로 올리지 않았나. 이렇게 지역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보호하는 역할과 기능도 하고 있다.

10월호를 마쳤으니 이제 또다시 11월호 준비에 들어간다. 11월호 커버스토리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것인지 살짝 예고를 해준다면?

‘밀레니얼 세대’들이 일터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다룰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