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지식노동자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지식노동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9.28 14:52
  • 수정 2019.09.2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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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전국국공립대조교 #기초과학연구원연구자 #전공의

요즘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유행입니다. 언박싱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한 주간 <참여와혁신>에서 나온 기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키워드 언박싱 시작합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지식노동자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참여와혁신>이 쓴 다양한 기사 중 3건의 기사를 ‘지식노동자’라는 키워드로 묶어봤습니다.

한 때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유머가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법’인데, 방법이 간단합니다. 교수가 조교를 다급하게 부릅니다. '언제까지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어오게'라고 시키면 끝입니다. 이미지 컷으로 이뤄진 그 유머의 말미에 조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난색을 표합니다. 조교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풍자하는 유머였습니다.

지식노동자라고 불리는 전공의, 조교, 과학연구원 등의 노동조건은 열악합니다. 알음알음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말입니다. 왜 알음알음이냐고요? 전공의, 조교, 과학연구원들의 세계는 도제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일까 학생일까라는 물음에서 학생에 손을 들어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합니다. 배움, 연구를 노동과 분리해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식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하기란 어렵습니다.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지식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했습니다. 알음알음 들려오던 지식노동자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나하나 말했습니다.

[9월 25일] 전국국공립대 조교들, 노동조합으로 뭉쳤다
9월 22일 전국국공립대 조교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들의 노조 설립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은 ▲고용불안 ▲근무시간 대비 과중한 업무 ▲교수들의 개인적 업무지시와 같은 갑질 등이 그들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현생법상 법내 노조로 설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 때문입니다. 향후 조교노동자들은 법내 노조 지위 확보를 위해 서명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9월 25일] “기초과학연구원 불법행위론 노벨상 나올 수 없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노동자들이 기초과학연구원의 비리와 위법행위를 지적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잠시 최숙 기초과학연구원노조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그만큼 연구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5+3년인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고용관련 규정에서 3년 연장 조항을 부당하게 삭제(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없이)해 많은 우수한 연구원들이 연구 현장에서 쫓겨났다”며 “노동환경이 안 좋은 곳에서 훌륭한 연구가 나오고 노벨상을 받는 연구자가 나올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9월 30일자로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는 우수연구원 표창도 받은 바 있습니다.

[9월 26일] 전공의들은 여전히 피곤하다
전공의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합니다. 법이 규정하는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 80시간(교육 목적에 한 해 8시간 추가 가능)입니다. 실태조사 결과 2017년 기준 주 평균 87시간 18분을 일했습니다. 2015년에 비해(주 평균 91시간 24분) 감축은 있었지만 여전히 법정기준을 초과합니다. 지난 2월 1일에는 소아과 전공의 신형록 씨가 가천대길 병원에서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다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전공의는 의사-학생이라는 이중적 지위 때문에 노동조건 문제를 자체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식노동자들의 노동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부정하고 균열을 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균열을 내기에 너무나 견고한 세계였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노동을 말하며 작은 균열을 만든 지식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