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도로공사 갈등, 해결책은 없나
끝없는 도로공사 갈등, 해결책은 없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9.28 15:36
  • 수정 2019.09.2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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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노조, 28일 청와대 앞 결의대회
민주일반연맹도 같은 시간 결의대회 진행
28일,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이 도공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28일,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이 도공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 9월 9일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 이하 도공) 본사 점거 농성이 20일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20일 동안 도공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위원장 이지웅, 이하 도공노조)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도공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같은 시간, 도공노조의 결의대회 앞쪽에서는 민주일반연맹이 주관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쟁취를 요구하는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한 공간에서 도공을 둘러싼 양측의 집회가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지난 9일 이후로 단 한 차례도 귀가하지 못했다는 이지웅 도공노조 위원장은 “지난 9일 16시 이후로 한국도로공사의 시계가 멈췄다”며 “멈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설명했다. 이지웅 위원장은 “작년 9월 5일, 요금수납 인력에 대해 자회사 방식으로의 정규직화를 합의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풀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도공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지웅 위원장은 “도공노조는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절규를 노동자적 연대의식으로 비방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며 “단지 절차와 시기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할 뿐,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절실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농성을 선택한 안타까움을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폭력과 욕설, 모욕적인 비방으로 도공노조 조합원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동료가 될 우리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지웅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이 도공사태에 대한 3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지웅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이 도공사태에 대한 3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지웅 위원장은 ▲원칙은 지켜야 한다. 노사전합의 준수하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등의 3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박흥근 공공노련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공공노련의 많은 회원조합 간부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강신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등과 함께 한국노총의 여러 연맹 회원조합 간부들까지 참여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도공노조 조합원 자녀들이 함께하기도 했다. 도공 본사에 위치한 직장어린이집 인근에서도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도공노조의 주장이다.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 원아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등원하거나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고 있는 원아도 있다고 도공노조 관계자는 밝혔다. 현장조합원 A씨 역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린이집 앞에서도 폭언하는 모습에 분노했다”며 “건물 안에서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여 명이 도공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에 따라 지난 9일 이강래 도공사장은 기자설명회를 통해 “지난 8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인원에 대해 현장 조무 직무로 배치해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에 반발한 일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은 도공 본사를 점거하며 이강래 사장이 발표한 후속대책 폐기와 1,500여 명 전원에 대한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청와대에서 있었던 민주일반연맹의 결의대회에서 이양진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대법원이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냈지만 도공은 304명만 선별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마저도 요금수납업무가 아니라 청소나 풀뽑기 등에 배치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게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공을 둘러싼 갈등은 농성 20일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점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도공노조 관계자는 <참여와혁신>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협의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사장 차원을 넘어서 정부에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대한 한국도로공사영업소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를 만났다”며 “을지로위원들이 자회사를 선택한 노동자들의 얘기는 잘 모르고 있어 2시간 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대한 위원장은 “얘기가 판단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을지로위원회에서 나올 중재안이 지난해 9월 5일의 합의 이행이 아니라면 다시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는 그동안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직접고용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양측을 만나는 등 중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을지로위원회는 다음 주 중으로 도공사태와 관련한 중재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이 장기화된 도공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