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의 ‘금속노조파괴’, 노동부와 한화그룹이 도왔나?
한화에어로의 ‘금속노조파괴’, 노동부와 한화그룹이 도왔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30 17:45
  • 수정 2019.09.3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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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의원, 한화테크윈 내부 문건 공개 … 금속노조 탄압에 노동부와 한화그룹의 연관 정황 담겨
지난 2월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금속노조 탄압에 고용노동부와 한화그룹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정미 의원은 30일 한화테크윈 내부 대외비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2017년 9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으로, 2019년 4월 25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 임직원 3명이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보다 진화한 한화에어로의 수법

한화테크윈은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로 현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로 불린다. 한화그룹은 2014년 11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고 2015년 6월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8년 4월 물적분할을 통한 계열사 정리로 한화테크윈은 한화에어로로 다시 사명을 바꿨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삼성테크윈 인수와 동시에 금속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화테크윈지회(당시 삼성테크윈지회)가 2014년 12월 12일에 설립되자, 4일 만에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또한 전체직원 1,690명을 대상으로 고용형태 및 업무를 기준으로 금속노조, 기업노조, 미가입 현황을 파악해 ‘노조파괴’ 추세를 지속적으로 체크했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금속 청정화’라는 단어와 함께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탈퇴 압박을 지시했다. 압박 수법으로는 △인사 고과 차별 부여 △핵심 업무 배제 △실적 관리 차별 △기업 노조 차별 지원 △부서장들에게 차별 고과하도록 경비 지원 △노노갈등 촉진 등이 있었다.

이정미 의원이 공개한 한화테크윈의 '차기 교섭대표노조 유지 방안'(2016.3.29.) 문건. '금속 청정화'를 위한 노조탄압 방안이 여러가지 나열돼 있다.  

이러한 한화에어로의 노조탄압으로 2015년 금속노조 조합원 106명이 탈퇴하자, 한화테크윈지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구제신청을 제기한다. 더불어 언론이 노조파괴 의혹에 대해서 문제제기하자 한화에어로는 2016년 4월 “부당노동행위 관련 언론보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교육했다.

노동부와 한화그룹 개입했나?

당시 한화에어로가 배포한 ‘언론보도 대응’ 매뉴얼에는 고용노동부 서기관 출신 김 모 변호사(법무법인 ㅅ)와 이 모 전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이름이 적혀있다. 이정미 의원은 “‘지노위 대응 시 시간지연 전략을 쓰고, 노동부 대응 시 창원지청과 인적네트워크가 가능한 노무법인과 이 모 위원장을 통해 대응가능’이라고 기재돼있다”며, “한화 측 의도대로 노동부내 인적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한 인사들이 현직 노동부 직원들과의 친분관계를 활용하여 소송과 지노위 결정과정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모 변호사는 노동부내 중노위 업무를 담당했던 퇴직자로 현재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한화테크윈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자문변호사로 위촉돼 법령해석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 의원은 “노조 파괴 기업 한화테크윈 사건을 대리 중인 김 모 변호사의 노동부 자문변화사 수행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 전 위원장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올라온 한화테크윈(전 삼성테크윈) 사건을 수차례 기각한 바 있다. 2015년 삼성테크윈 사건 8건을 모두 기각했으며, 2016년에는 한화테크윈 사건 4건 중 기각 3건, 1건 일부 인정, 2017년엔 5건 중 기각 3건, 화해 2건 등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정미 의원이 발표한 'Risk 및 현안 보고체계'(2016.1.) 문건의 일부. "그룹보고 포함"과 "그룹 경기실(경영기획실)"이 적혀있어 한화에어로의 금속노조 파괴에 한화그룹 차원의 연관이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또한 한화테크윈의 노조파괴를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로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건 중 ‘Risk 및 현안보고체계’(2016.1.)에는 “그룹보고 포함”과 “그룹 경기실(경영기획실)”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이 의원은 “한화그룹 경기실은 삼성그룹 미전실(미래전략실)에 해당하는 그룹의 핵심조직”이라며, “한화그룹이 한화테크윈의 부당노동행위를 주기적으로 보고 받았는지, 불법행위에 그룹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하위고과 강제배분과 승격 누락이 계속되고 있고, 잔-특근 배제로 노동조합이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한화 테크윈의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고려해 선제적 조치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한화테크윈이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부와 관할 지방노동청의 책임이 크다. 노동부와 노동청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함을 철저히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의혹 제기와 관련해, 권효준 한화그룹 인사팀 차장은 “조직도가 과대 해석됐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한 회사 전반의 리스크(Risk)가 포함되어 보고된 것이다. 인사분야의 보고만를 뜻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므로 그룹차원에서 해명이나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