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아시나요?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아시나요?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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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위기에 하나로 뭉친 노·사·민·정
사회적 대화 기구의 가능성을 엿보다

커버스토리 ① 지역의 사회적 대화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행방


지역에도 사회적 대화가 있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는 지역 노사민정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경제 및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루어진다.

대화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꺼내는 해결 수단이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은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대화를 통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지역민이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밑에서 위로 끌어올리는 대화, 지역의 사회적 대화는 낯설지만 우리 가까이에 있다.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는 의제를 둘러싼 노·사·정 간의 대립으로 불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주도하에 ‘최저임금위원회’나 ‘경제노동사회위원회’ 등이 꾸려졌으나, 해마다 벌어지는 사퇴와 불참의 풍경으로 봤을 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는 중앙에만 있을까? 최근 지역에서 고용,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역단위 사회적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단위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지역노사민정협의회’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란?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노사 및 주민 대표, 지방고용노동관서 등과 협력하여 일자리 창출 및 인적자원 개발·노사관계 안정 등의 지역 고용·노동정책과 관련 사안을 발굴하고 심의하는 지역단위 사회적 대화 기구다.

협의회는 노동자·사용자·주민·지차체 및 지방노동고용관서를 대표하는 3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노동자 대표로는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지역본부 및 지역 내 노동단체 대표자, 사용자 대표로는 경총 및 상공회의소 대표자, 주민 대표로는 지역 대학교수나 사회문제 전문가, 정부 대표로는 자지단체나 지방고용노동관서 대표자가 참여할 수 있다. 협의회 위원장은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으로, 위원장은 협의회 위원 선정 후 연 2회 이상 본회의를 소집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본회의를 통해 지역 안건이 의결되면 실무협의회로 넘어가 의결안에 대한 운영과 활동을 지원하고, 분과위원회가 있는 경우 사안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효과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정부는 협의회 활성화를 위해 매년 각 협의회의 추진실적을 평가해 포상을 실시한다. 실적 평가 항목은 협의회 인프라 및 운영(50점)·지역노사민정 사회적 대화(10점)·지원사업 수행성과(10점)·우수 사례 발굴(20점) 등이다. 2019년 7월말 기준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방자체단체 243개소 중 155개소(광역 17개소, 기초 138개소)에 설치돼 있으며, 현재 정부가 실시하는 협의회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총 65개소(광역 17개소, 기초 48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의 위기, 사회적 대화에 주목

지역마다 협의회 운영 수준 격차가 크다 보니 협의회 참여 및 활동에 적극적인 지역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파트너십 구축의 어려움과 노사상생 행사 등 일회성 사업 반복, 형식적인 운영, 중앙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이 협의회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협의회 운영에 있어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지역이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으로 경기도 부천이 있으며 경기도 수원 역시 잘 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부천의 경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지역 내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영세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노’는 고용안정, ‘사’는 기업경쟁력 강화를 필요로 했다. 지역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지속가능한 대화 테이블을 고민했고, 노사민정 거버넌스로 발전되면서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만들었다. 고현주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난 20년 동안 부천 노사민정이 협의회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봄으로써 지역 주체들이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다졌다고 말한다. 고현주 사무국장은 지역 요구와 지역 주체들의 필요성, 특히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진 협의회라는 게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다른 지역 협의회와 비교했을 때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의 경우도 IMF 이후 ‘수원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노사 공동의 목소리로 협의회가 시작됐다. 현재는 ▲노사상생형 일자리모델 창출과 사회적 대화 ▲업종별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선제적 갈등 예방 ▲취약계층 노동복지 향상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3대 의제로 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김명욱 수원지역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서로가 상생·협력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 노사민정 차원을 뛰어넘어서 수원시 정책으로 승화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와 함께 지역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조선업체들이 밀집해 있던 경남의 지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이처럼 경제상황의 악화를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는 곳은 지역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단위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노사민정의 상생협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합의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지역혁신의 새로운 경제 모델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는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적어도 중앙단위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어쩌면 중앙이 아닌 지역, 그리고 당사자의 참여에 그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