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없는' 네이버와 ‘권한없는' 손-자회사 사이, 책임은 누가?
'책임없는' 네이버와 ‘권한없는' 손-자회사 사이, 책임은 누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0.02 14:57
  • 수정 2019.10.0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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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와 업무별로 회사 분할 … '운영 유지' 계열사에서 노사교섭 차질
운영법인 ‘네이버I&S’ 비용 줄여야지만 성과 … 손-자회사 노동개선 막는 구조적 요인
9월 23일 그린팩토리 공동성명 사무실에서 만난(왼쪽부터) 김진수 조정위원, 박경식 부지회장, 오성준 부지회장, 오세윤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한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의 모든 계열사를 아우른다는 뜻에서 따로 ‘공동성명’이라는 이칭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공동성명이 결성되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회사’ 네이버와의 교섭은 마무리됐지만 손-자회사 3곳의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네이버는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손-자회사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사실상 해태하고 있다고 말한다.

9월 23일 오후 2시 그린팩토리 공동성명 사무실에서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 오성준 공동성명 부지회장(NBP), 박경식 공동성명 부지회장(컴파트너스), 김진수 공동성명 교섭위원(NIT)을 만나 ‘책임 없는 네이버’와 ‘권한 없는 손-자회사’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교섭의 쟁점은 크지 않다

“조정위원들이 ‘이 정도면 노조에서 두손두발 다 들었는데 회사에서 왜 안 받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죠.”

김진수 공동성명 교섭위원은 교섭이 풀리지 않는 현 상황을 답답해했다. 현재 공동성명에서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네이버비스니스플랫폼(NBP), 컴파트너스, 엔아이티서비스(NIT)이다.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018년 중순부터 교섭에 들어갔고, 올해 초에서 중순 사이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돼 쟁의권을 얻었다. 컴파트너스는 7월 22일부터 수차례 부분파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섭이 지지부진한 만큼 쟁점은 크지 않다. 노조가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양보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NBP의 교섭 쟁점은 ‘공동협력의무대상자’의 범위다. 회사는 NBP가 네이버 계열사와 고객사의 인프라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공동협력의무대상자 40%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사내정보시스템부서의 단체협약 적용제외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협력의무대상자로 적용될 시 쟁의권의 사용이 어려워진다. 노조는 절반이 넘는 노동자의 쟁의권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NIT의 교섭 쟁점은 타임오프 시간이다. 회사는 ▲24시간 인프라를 관리하는 교대근무인원 28명 중 26명(95%) ▲인프라 부문 노동자 약 65%를 공동협력의무대상자로 지정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공동협력의무대상자를 ‘최소 근무 인원’으로 바꾸고 추후 합의로 그 수준을 결정하는 대신, 타임오프 1,000시간(1년 0.5명)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협상은 결렬됐다.

컴파트너스의 교섭 쟁점은 복리후생이다. 교섭 초기의 노조 요구안은 ‘비용부담이 크다’는 회사의 입장을 받아들여 철회한 상태다. 현재 노조는 ▲5년에 3일이 적용되는 리프레시 휴가를 3년에 3일로 조정 ▲건강검진 시 유급휴가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본사 같은 경우는 3년에 15일을 합의했다. 복리후생의 기초를 만들기 위해 3년에 3일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원들한테 사실 미안한 제안이다. 하지만 그마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와 서비스에 따라 분화된 네이버 계열사

쟁점이 크지 않음에도 교섭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네이버의 계열사 구조에 있다. 네이버는 서비스와 업무 단위로 회사를 분할해 계열사를 늘렸다. 네이버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계열사의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를 맡고 있는 ‘라인’과 웹툰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웹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노우’ 등 독자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법인이 그 예다.

두 번째는 ‘경영 효율화’다. 네이버는 서비스 제공 이외에 계열사 유지에 필요한 업무 기능을 몇 개의 회사를 만들어 담당하게 했다. 네이버 계열사 전체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NBP나,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네이버I&S가 그 예다. NBP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이라는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주된 업무는 전체 계열사의 보안과 인프라 담당이다. 네이버I&S의 경우는 독자적인 서비스가 없고 개발이나 수익 사업을 벌이지도 않는다. 계열사의 ‘경영지원’이 목적이다.

업무 구분에 따른 네이버 계열사의 구조. 네이버 및 독자적 서비스 자회사를 운영유지 자회사가 뒷받침한다. NBP는 계열사 전체의 인프라를 담당한다. 네이버I&S는 NBP 및 네이버 전체 계열사의 업무를 뒷받침한다. 구체적으로 NIT는 NBP를 지원하고, NTS는 계열사의 개발 부문, 컴파트너스는 광고 및 업무지원 부문, 그린웹은 콘텐츠 부문, 인컴스는 고객응대부문을 지원한다. ⓒ 참여와혁신 

오 지회장은 “네이버가 독자적인 사업을 알아서 해보라는 의도와 비용을 아끼기 위한 의도로 분사를 많이 했다. 후자가 네이버I&S내 5개의 법인, 손자회사”라며, “아웃소싱을 하지 않았지만, 손-자회사로 분사시키면서 네이버의 성과를 모두 공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지와 임금 수준을 낮춰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열사의 독자적 활동 보장한다고 하지만...

경영효율화에 맞춰서 분화된 ‘운영유지’ 계열사는 독자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계열사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운영유지 계열사는 구조상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법인 네이버I&S에게 비용절감은 성과의 지표이지만, 비용증가는 반대로 실적 하락을 뜻한다, 그렇기에 네이버I&S 이하 5개 손자회사들은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지 않음에도 쉽사리 응해줄 수 없다. 교섭 수락은 곧 비용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NIT와 컴파트너스의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는 배경이다. 김 교섭위원은 “현실적으로 손자회사의 경영진들은 네이버I&S 대표한테 가서 ‘우리 직원들 이렇게 고생하니까 이만큼 주세요’라고 요구를 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분 구조로 본 네이버 계열사 구조. 네이버의 손자회사 5곳은 독립법인이라고 하지만 네이버 뿐만 아니라 네이버I&S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참여와혁신 

이런 상황에서 운영유지 계열사의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네이버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서버 대수와 인력도 늘어나고 덩달아 운영유지 부문의 업무 강도도 상승했지만, 노동조건은 그에 걸맞게 오르지 않았다. 박경식 공동성명 부지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저 같은 경우도 5년차인데, 5년 전에 비해 업무량이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당연히 연봉이 오르는 건 아니지만, 원래 업무 이외에 업무가 계속 늘어났단 말이에요. 일반적인 직원은 ‘내가 올해 일을 잘했고 내년에 업무가 추가되니까 당연히 연봉이 조금 오를 거야’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손자회사의 경우는 업무가 늘어나고, 연차가 쌓여도 체감하는 연봉인상 수준이 낮아요. 비용절감을 위해 만든 운영법인이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 같아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든 생사여탈권을 네이버가 쥐고 있죠. 왜냐면 네이버가 100% 지분을 쥐고 있으니까요.”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

“예산이 모두 네이버에서 떨어지는 거죠. 어차피 집행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오성준 공동성명 부지회장

네이버는 계열사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회사를 분할해나갔다. 하지만 운영유지 계열사에게는 ‘명목상의 자율’뿐이지 실제적으로 '모회사' 네이버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 네이버가 대부분의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예산 역시 네이버로부터 내려 받기 때문이다. “권한이 없다”고 항변하는 손-자회사의 말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지만, “책임이 없다”라는 네이버의 말은 사실상 거짓인 이유다.

인터뷰에 참여한 모두는 ‘네이버의 결단’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박 부지회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네이버는 자회사한테 권한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네이버의 허락 없이는 해결할 수 없어요. 사실상 손자회사나 자회사의 대표가 무슨 권한이 있어요? 돈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자체적인 서비스나 사업을 벌이는 것도 아닌데요. 저희는 네이버가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손자회사나 자회사의 대표조차도 이 문제를 끝내려는 의지가 없어요. 권한이 없기도 하지만... . 그렇다보니 계속 미루게 돼요. 누군가가 문제를 풀려고 결단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돼버려요.”

사실상 교섭해태와 다름없는 네이버 노사의 현 상황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바로 ‘책임 없다는 네이버’와 ‘권한 없다는’ 손-자회사 사이에 숨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