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도천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도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0.05 03:37
  • 수정 2019.10.05 0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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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마술 #노동조합위원장

요즘 유행하는 언박싱(unboxing) 영상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은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면서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곤 합니다. 

이번 주 <참여와혁신>은 누구에게 주목했고 독자에게 어떤 인물을 소개하고 싶었을까요? 이주의 인물 '3호' 언박싱 함께 보겠습니다.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oeng@laborplus.co.kr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oeng@laborplus.co.kr

개천절인 3일 오후 광화문광장엔 극단의 언어가 난무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친 서초동 촛불집회에 '조국파면' 구호로 뭉친 보수진영이 광화문에서 맞불집회를 놓았기 때문인데요.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도 긴장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반입을 허용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일본 대사관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의 '목요행동' 옆을 지나가던 광화문집회 참가자들은 "좌익사범들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과격한 언어를 쏟아냈습니다.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둔 겨레하나 회원들도 "당신들이 더 부끄럽다" "좌익사범으로 신고하라"고 대응하며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마술하는 노동조합 위원장인데요. 마술복을 갖춰 입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그가 등장하자 주변에 흐르던 긴장은 금세 녹아버렸습니다. 그는 목요행동 참가자들에게 고무줄 밴드 마술을 가르쳐 주면서 시선을 모은 뒤 마술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엔 욱일기를 태극기로 바꾸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는데요. 그사이 목요행동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며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경찰과 실랑이하던 한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습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긴장을 쉽게 이완으로 바꾸어내는 그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바로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인데요. 마술하는 이도천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마술을 배운 지는 얼마나 됐나요?
올해 4월부터 7개월 정도 됐습니다. 집 근처 마술학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고 있어요. 

- 마술을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수많은 집회나 기자회견을 다니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전달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제가 혼자 노력해서 집회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마술'이 괜찮겠다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 마술을 배우면서 그 매력에 빠지셨나요?
그렇죠. 상대방을 가장 빨리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도구가 마술이 아닌가 싶어요. 대화로 상대를 웃기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간단한 마술로도 서먹한 분위기가 풀어지고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정말 즐겁더라고요.  

- 집회에서 마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집회 주제에 맞춰 마술 종목을 선택하고 마술 스토리를 구상해요. 예를 들어 장기투쟁 사업장 같은 경우 투쟁 대상을 종이에 적어 불에 태워 없애고 그 자리에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이 '짠' 나타나게 하는 식으로 구성을 짭니다.  

- 조합원 반응은 어떤가요? 
가끔 보여주면 재밌어하죠. 어떻게 한 거냐고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마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조금씩 노동조합의 이미지도 바꾸어나가고 싶다"는 이도천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본격적으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월간 <참여와혁신> 11월호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이도천 위원장은 원래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동조합의 이미지를 바꾸어나가고 싶은지, 조합원에게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 더 깊은 이야기는 11월에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