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순의 얼글] 뺨 맞아도 행복한 일
[박완순의 얼글] 뺨 맞아도 행복한 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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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의 얼글] 얼굴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배우 허성태는 배우 송강호에게 뺨을 맞았다. 그 때 배우 허성태는 “싸다구를 맞고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구나,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면서 싸다구를 맞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JTBC ‘말하는대로’라는 길거리 토크 버스킹 프로그램에서 배우 허성태가 한 말이다.

누군가에게 맞으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뺨을 맞았다는 것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니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일(노동)이 자신의 행복과 합치하는 직업적 선택이든, 인생의 길이든 찾고 선택하라는 점이다. 그래서 토크 버스킹 말미에 그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약간은 이기적이지만 나를 위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발전적인 것을 심사숙고해서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표현할 수 있다면 ‘성태야 사랑한다’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이기적인 일을 선택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자신의 이름을 호명할 수 있는 일.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그럴 수 있다면 워라밸이라는 말이 이렇게 까지는 각광받지 않았을 것이다. 워라밸은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나(8시간 노동 준수는 당연하지만) 나를 지킬 수 있고 일과 가정이 병립할 수 있는 삶의 지향이라 볼 수 있지만, 기저에는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자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일을 우리가 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요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런 것을 더 확실하게 느꼈다. 우리들은 주변 친구들이 공무원을 하기 원하는데, 그 이유는 주어진 일을 매뉴얼에 따라 하고 오후 6시면 퇴근해 다른 취미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물론 그러한 삶의 패턴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이외에도 다른 직장에서도 그렇다. 어떻게든 오후 6시에 칼퇴할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높인다. 왜냐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나는 기계이고, 그 이외의 시간에 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나의 삶을 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의 나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등에 열중하고 희열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인간에게 주어진 온전한 24시간 중 몇 시간은 내가 아닌 상태로 분리해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워라밸을 지킨다 한들 업무 시간에 본인을 사람으로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업무 시간 이외에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동의한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으로 세상이 굴러간다고 했을 때, 세상을 굴리는 원동력이 우리들의 버린 시간이라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 아닐까. 미시적으로도 개개인이 허탈감을 느낄 것 같다. 문득 거리를 지나며 고층 빌딩을 바라보거나 내 결과물들을 바라볼 때 저것은 내 것이야 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상당한 괴리로 지나쳐가는 어떤 부산물로 바라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