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7명 학생부전형 확대...60%는 학종 비교과 폐지해야
교사 10명 중 7명 학생부전형 확대...60%는 학종 비교과 폐지해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0.11 14:42
  • 수정 2019.10.1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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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 조합원 교사 2,476명 설문조사
10일 토론회 열고 대입 개편 방안 논의

정부가 11월 중 대입 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권정오, 이하 전교조)이 10일 오후 전교조 서울지부 강당에서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이날 전국 고교 조합원 2,400여 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시와 정시의 시기 통합, 수능 전 과목의 절대 평가 전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교과 영역 축소 등 대입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는 입시 개편 방식을 논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조가 10일 오후 서울지부 7층 강당에서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 전교조
전교조가 10일 오후 서울지부 7층 강당에서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소속 고교 교사 약 70%
“공교육 정상화 위해 학생부 위주 전형 확대돼야”

전교조가 공개한 전국 고교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2,476명 가운데 49.3%(1,220명)가 ‘대입제도 개선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방향’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꼽았다. 이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확대되어야 할 전형’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69.9%(1,718명)가 ‘학생부 위주 전형’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전형별로 보면 학생부 교과전형이 37.6%(923명)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학종 32.3%(795명), 수능(정시) 23.1%(567명) 순이었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종 등 학생부 위주 전형이 확대돼야 한다고 본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종이 각각 71.9%, 67.1%) 이어 교사들은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종이 각각 ‘입시결과의 공정성과 투명성(16.8%)’,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29.1%)’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수능 전형이 확대돼야 한다고 본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22.1%)’ 보다도 ‘입시 결과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71.5%)’에 의미를 두었다.

자료= 전교조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방향 토론회 자료집
자료= 전교조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방향 토론회> 자료집
자료= 전교조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방향 토론회> 자료집

교사들은 학종이 고등학교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으로 ‘교육과정, 수업, 평가 혁신의 동기 부여 및 활성화(35.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양한 교육활동 기획과 운영(33.8%)’, ‘학생들의 다면적 성장·역량 함양(19.1%)’ 등의 답변이 뒤를 따랐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학생들의 부담 증가(26.3%)’, ‘스펙에 부모나 제3자의 영향 및 사교육 개입 여지(23.4%)’, ‘교사들의 업무 부담 증가(20.8%)’, ‘선발의 공정성 시비(18.4%)’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자기소개서와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수상경력 등 부모나 사교육의 개입 여지가 컸던 비교과 영역 요소를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51.2%)이 가장 높았다.

7가지 대입제도 영역별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63.2%), <전형 시기> 정시·수시 통합(84.8%) <학생부 교과전형> 상위권 대학 확대(43.9%) <학종> 비교과 영역 축소 등 문제점 보완(60.7%) <수능 최저 기준> 현행 유지(53.4%), <정시> 현행 유지(45.6%), <대학별 고사> 폐지(41.4%) 등의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4~30일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다. 설문에는 일반고 교사 2,050명, 특성화고 교사 292명, 특목고 교사 88명, 자사고 교사 28명, 기타 18명 등이 참여했다.

안혜정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혁신국장(서울 휘봉고 교사)은 전국 고교 조합원 다수가 공통적으로 지지한 네 가지 사안을 ① 수시와 정시의 시기 통합 ② 수능 전과목의 절대 평가 전환 ③ 비교과 영역 축소 등 학종 문제점 보완  고교서열화 해소 등으로 정리하면서 전교조가 개선을 위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혜정 학교혁신국장은 “전체 응답자의 84.8%가 압도적으로 수시와 정시의 시기 통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수시와 정시 기간 통합은 학교 현장의 가장 절실한 요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8월 말 수시 전형 기간이 끝난 2학기가 되면 3학년 교실은 더 이상 수업이 안 된다.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3학년 과정인 이유가 있는 것인데 완결된 교육과정의 의미가 퇴색된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혜정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혁신국장,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이현 여의도고 교사, 배성우 명일여고 교사,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왼쪽부터 안혜정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혁신국장,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김창수 신도고 교사, 이현 여의도고 교사, 배성우 명일여고 교사,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시, 정시 비율 문제의 본질 아냐...
학교는 지식만 가르치면 되는 곳인가?

한편, 이어진 토론에선 학종 개편 방식을 두고 이견이 오갔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자소서와 추천서 등을 포함한 일체의 서류 제출을 금지하고 학교생활기록부 하나만으로 대학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방식을 수시 입학 전형의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전 소장은 복수의 평가자가 단계별 전형 원칙에 입각해 1단계 서류 평가를 한 뒤 2단계 면접 평가는 학생부 기재 내용에 한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음성과 영상 등으로 면접 장면을 보관해서 전형 결과 통보 뒤 이의제기 절차에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 소장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영역별 총점과 합격선 공개 등을 통해서 전형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이 밖에도 수시와 정시의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면서도 수시와 정시를 각각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입학전형으로 일원화 하는 방식, 국·공립 대학교부터 1단계 서류 심사 합격생을 대상으로 최종 선발에서 추첨식 선발제를 운영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현 여의도고등학교 교사는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학업성취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예술과 체육 과목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학습과 연구에는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거의 (대학 입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인 예체능 과목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것에는 침묵하면서 각종 개인적 활동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학종으로 인해 기본적인 교육활동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영역과 활동의 반영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성적 요소가 공정성 확보에 취약하다는 점 등을 학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수능과 학생부 종합전형 역시 영·수·국 몰입 교육, 과도한 경쟁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아무리 그럴 듯한 새로운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과잉 경쟁의 압력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왜곡하고 억압하는 기제로 변질된다. 학력교사를 대체한 수능이 그랬고, 정시를 대체한 수시가 그랬다”면서 “제도들을 미시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 경쟁의 압력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교육적 해결책으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극단적인 대학서열 체제를 해소하는 것”이라면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가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통 큰 구상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대학통합네트워크가 구성되면 대입제도는 네트워크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고시로 전환돼서 치열한 순위 경쟁은 사라지고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 여부만 판별하게 된다”며 “이련 조건에서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로 전환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성우 명일여자고등학교 교사는 학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논의되는 비교과 영역 축소나 자소서, 추천서 폐지 등에 대해선 “비교과 영역 축소에는 동의하지만 교과 점수와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학종이 아니라 교과종합전형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자소서 역시 교육적 효과가 작지 않다"며 "학종의 취지가 무의미하거나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전교조가 공교육의 철학적 의미를 다시금 환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배 교사는 “교육과 입시를 서로 분리해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배 교사는 “‘교육’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준다’는 뜻이고, ‘입시’는 입학시험의 준말로 ‘입학생을 선발하기 위하여 입학 지원자들에게 치르도록 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교육과 입시는 목적도 다르다. 교육은 학생이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입시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무모하다 못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전경원 참교육 연구소 소장도 “학교 교육 전반에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과 배제, 분리의 원리가 아니라 협력과 배려, 공정의 가치가 작동하는 교육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학교는 지식만 가르치면 되는 곳인가?”, “지식만 가르치면 되는 곳이라면 학교는 학원과 사교육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를 물으면서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기성세대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우리나라 교육은 언제까지 국영수여야 하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능력은 국영수가 아니어도, 지필고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길러줄 수 있다”며 “학교가 학원과 다른 이유, 그 존재 가치를 포기하는 순간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