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노조 설립 반려에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제소
기간제교사, 노조 설립 반려에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제소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0.16 13:16
  • 수정 2019.10.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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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설립신고서 두 차례 반려..."명백한 노동기본권 침해"
16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원들이 ILO 제소장을 종이 비행기로 접어서 청와를 향해 날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16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원들이 ILO 제소장을 종이 비행기로 접어서 청와를 향해 날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기간제교사 노동조합이 노조 설립을 두 차례 반려한 한국 정부를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소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위원장 박혜성, 이하 기간제교사노조)은 16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노조 설립 반려를 철회하지 않은 정부를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간제교사 노조 위원장이 현직 교원이 아니고 해직되거나 구직 중인 기간제 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지난해 1월 설립됐다.

정부가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을 두고 노조는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를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약속인 ILO ‘결사의 자유 협약(제87호·제98호)’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사의 자유협약은 노조의 조합원 자격에 대해 노조의 주체적인 결정에 따를 것을 보장하고 있다.  ILO 제87호 협약은 “모든 노동자와 사용자는 어떤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실업과 취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기간제교사의 특수성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노조 설립을) 반려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대한 침해이자 기간제교사의 노조 설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각 시·도 교육청들이 법외노조인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는 정책 협의를 하면서도 기간제교사노조를 외면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 설립신고서가 반려됐다는 이유로 각 시·도 교육청이 기간제교사노조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에 맞서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노동조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태영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도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조합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속히 기간제교사노조를 노조로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지난 1995년 전교조가 낸 진정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에 해고자와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관련 법 조항의 삭제를 권고해왔다. 노·사·정을 대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오는 11월 정기 회의 등에서 관련 서류 검토를 거쳐 한국 정부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