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가을이 왜 독서의 계절이야?
[이동희의 노크노크] 가을이 왜 독서의 계절이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0.19 15:30
  • 수정 2019.10.1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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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가을은 독서의 계절.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는 가을을 생각하면 독서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이 두 단어를 가깝게 생각하고 있다. 누가 심어놨는지는 몰라도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어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걸까? 너무나 당연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질문을 던져봤다.

찾아보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먼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에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었다. 이른 봄부터 바쁘게 일궈온 농사를 마무리하고 여문 곡식을 거두는 일에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을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등장한다. 추수와 함께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가을을 선선한 바람 맞으며 독서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첫 번째 설이다.

단지 그런 이유로? 고개를 갸우뚱하려는 찰나 정반대 설을 발견했다.

앞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바람도 선선하고 나들이하기에 좋은 가을 날씨 때문에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자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출판업계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냈다는 나름 그럴 듯한(?) 이야기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읽기 좋은 책’, ‘독서의 계절, 가을에 가기 좋은 이색 책방’ 등 확실히 가을이 되면 가을과 책을 연결 지어 만든 마케팅 문구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서도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출연진들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심리학자 연구를 종합해보면 가을은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기 좋은 계절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명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우리 몸은 햇빛을 통해 세로토닌을 합성하기 때문에 일조량이 감소하는 가을철에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즉, 세로토닌이 줄어드는 가을에는 활력이 떨어지는 대신 차분해져 독서 습관을 만들기에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역사 강사 설민석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독서하려는 분들께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운을 떼더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일제 잔재 중 하나라는 설이 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 조선총독부는 도서관을 짓고 일본의 책을 강제로 읽게 했는데 매년 가을 도서관을 무료로 공개하는 독서주간을 제정해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홍보 문구를 썼다는 이야기다.

위에 있는 여러 가지 설들 중에 정답이 있을까? 아니면 모두 오답일까? 사실 가을은 뭘 해도 좋은 계절이 아니던가. 독서를 하며 사색에 잠겨도 좋고, 선선한 날씨 덕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핑, 낚시, 트레킹 등 야외활동을 즐겨도 좋다.

그래도 독서와 야외활동 둘 중 하나만 고르자면 야외활동에 한 표를 던진다. 이유는 아직까지는 독서가 단풍이 가져다주는 가을 정취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 가을이 매년 짧아지면서 독서가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리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음, 쓰다 보니 출판업계에서 책 팔려고 만든 문구라는 두 번째 설이 맞을지도?

한편으로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어디에서 유래됐든 이 캐치프레이즈가 과거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에 심심한 존경을 표한다. 사실 ‘가을’이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제발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누군가 그럴 듯한 살을 붙여 전파한 것 아닐까? 혹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다른 이야기, 혹은 정답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