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왜 실행은 어려울까
[최은혜의 온기] 왜 실행은 어려울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0.22 15:50
  • 수정 2019.10.2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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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 ehchoi@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 ehchoi@laborplus.co.kr

지난 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 기자는 국가보훈처에서 이동보훈복지사업을 맡고 있는 보훈섬김이에 대해 다뤘다. 보훈섬김이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취재하면서 기자가 쓰는 기사로 그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당시 취재에 응했던 국가보훈처공무직노동조합(위원장 한진미, 이하 노조)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제자리라고.

기자가 희망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기사가 노출되는 시기가 국가보훈처 국정감사를 앞둔 시기였기 때문이다. 심각한 내용이 많은데 국정감사에서 다룰 경우, 언론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어 빠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초보 기자의 설익은 생각일 뿐이었다.

기자가 노조를 취재하고 며칠 후,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한진미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안에 대해 지적했다고 했다. 보훈병원 시설을 이용한 목욕서비스 제공 역시 현장에서 지적했고 박삼득 처장은 노조가 요구한 사안에 대해 “당장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미 위원장은 기자에게 “여전히 보훈병원 시설을 이용한 목욕서비스는 제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삼득 처장이 당장 다 바꿔주겠노라 약속했지만 3주가 다 지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확답은 쉬웠지만 실행은 어렵다.

노동환경 개선을 노동자가 직접 요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움을 뚫고 노동환경 개선을 직접 요구하는 것은 정말로 빠른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보훈처공무직노조는 보훈병원 사례의 빠른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보훈섬김이와 국가유공자의 성 인권 보호”를 꼽았다.

대표자의 대답은 쉽다. 직원들의 얘기를 듣겠다고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러한 건의가 다시 실무진으로 내려가면 실행까지는 오래 걸리거나 묵살되곤 한다. 왜 실행은 어려운 걸까?

다시 국가보훈처 사례로 돌아가서, 하루 빨리 보훈병원 시설에서의 목욕서비스 지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박삼득 처장의 쉬웠던 대답이 늦었지만 쉬운 실행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쉬운 실행의 축적으로 우리의 노동환경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