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순의 얼글] 국밥예찬 : 누구에게나 국밥은 있다
[박완순의 얼글] 국밥예찬 : 누구에게나 국밥은 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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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의 얼글] 얼굴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국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국밥! 너의 손으로 한 숟갈 입에 넣고, 너의 흐어 소리 들어보라. 국밥은 끓는다. 끓는 국밥에 뛰노는 고기는 당신의 지친 몸을 깨운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국밥이다. 김밥은 싸지만 헛헛하며, 초밥은 맛있으나 지갑 속 만원이다. 국밥의 끓는 국물이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국밥 없는 만물은 없음만 있을 뿐이다.

민태원의 ‘청춘예찬’ 첫 문단을 패러디해 ‘국밥예찬’을 써봤다. 나는 국밥을 좋아한다. 그리고 찾는다. “그래서 뭐 패러디해 쓸 수는 있는데, 어쩌자는 거지?”라고 물을 수 있다. 난데없이 국밥 이야기를 꺼낸 건 요즘 국밥이 핫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밥 열풍은 편의점 스테이크 도시락 사진에 ‘이 돈이면 국밥 사먹지’라는 요지의 다소 과격한 댓글로부터 우연히 시작했다. 이 우연은 점점 인터넷 커뮤니티를 점령하더니 문화가 됐다. 문화가 되려면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국밥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동승했을까.

가성비다. 국밥 열풍의 기본 정신은 ‘이 돈이면 국밥 사먹지’이다. 국밥계산기까지 나왔다. 어떤 음식 가격을 대입하면 국밥 그릇 수로 환산이 된다. 국밥은 보통 7~8천 원이면 먹는다. ‘밥, 따뜻한 국물, 고기(물론 고기 없는 국밥도 있지만 많은 종류의 국밥이 고기를 포함한다), 김치’를 통한 포만감. 요즘 7~8천 원으로 그런 포만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단순히 포만감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국밥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맛도 괜찮다. 어떤 국밥집을 가든 평균적인 맛을 낸다. 실패할 확률이 낮다.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가성비로 따지자면 다른 대체재들도 많은데? 짜장면 곱빼기, 김밥○○, 백반 등. 국밥은 가성비도 있지만 가심비도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도 높다. 국밥은 왜 가심비가 있는 음식일까. 아이러니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한다. ‘뜨끈하고 든든하다’고. 속은 풀리는데 속이 꽉꽉 채워진다. 복잡한 마음은 뜨거운 국물에 비워지고 허기진 육체는 회복한다. 퇴근길 국밥의 위로는 엄청나다. 오죽하면 ‘미국에 국밥이 없기 때문에 조커가 탄생했다’는 조금은 슬픈 농담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을까.

사실 국밥을 힐링푸드로 바꿔도 말이 된다. 각자가 찾는 힐링푸드를 먹으면 그만이다.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위로받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국밥을 위한 마지막 변론을 펼친다면 국밥은 가성비를 갖춘 힐링푸드다. 아직은 그렇다. 대표적인 국민 힐링푸드인 치킨은 생각보다 비싸다. 물론 찾아보면, 혹은 누군가는 가성비를 갖춘 자신만의 힐링푸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가성비’를 갖춘 힐링푸드가 필요한가? 지금 이 시대는 저성장 시기이기 때문이다. 뉴노멀이라는 저성장 국면에서 경제 호황 시절 맛난 외식은 부담이다. 또한, 저성장 국면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킬 경향성이 크다.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삶을 버티게 하는 감정 해소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밥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가성비 좋은 힐링푸드로 위로를 해준다. 덤으로 국밥 열풍이라는 문화는 서로를 공감하게 하고, 키득거리게 해 감정 해소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지금 이 시대는 가성비 좋은 힐링푸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시대다.

벌써 수요일. 월화수목금, 저성장 시대 평일의 절반을 보냈다. 평일의 고지에서 이틀만 내려가면 주말이다. 고지까지 오른 당신들에게 오늘은 가성비 좋은 힐링푸드로 스스로 보상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퇴근길 국밥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씻고 누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할 것이다. 오늘 국밥 먹었니? 국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