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1년, 현장 노동자 절반은 “감정노동자 보호법 잘 몰라”
법 시행 1년, 현장 노동자 절반은 “감정노동자 보호법 잘 몰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0.24 16:00
  • 수정 2019.10.24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정노동네트워크의 실태조사
사업장의 무관심과 미진한 법 이행이 문제
2019년 10월 24일 11시 국회 앞에서 열린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절반에 달하는 감정노동자가 보호 절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형편이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10월 24일 11시 국회 앞에서 '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지난 9월부터 약 2주간 병원, 백화점, 콜센터, 정부기관, 가전 및 인터넷 설치 업체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노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감정노동자가 겪는 일터에서 고통은 여전했다. 여성 40%, 남성 20%의 비율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건강장애를 호소했다. 또 여성 37%, 남성 32%가 정신적 지지가 필요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 되지 않아 감정노동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인원이 여성 62%, 남성 57%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현장 노동자에게 낯설다. 응답자 95%가 감정노동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감정노동자 보호 절차에 대해서는 50%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70%에 육박하는 사업장에서 ▲피할 권리 ▲피해발생시 휴게할 권리 ▲휴게공간 설치 ▲치유프로그램 제공 ▲법률지원 매뉴얼 교육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네트워크는 ‘회사의 조직문화’가 감정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 고객으로부터 피할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회사가 고객의 컴플레인이 정당하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컴플레인 그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삼기 때문에 컴플레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피할 수 없다’는 응답(62%)을 꼽았다. 다음으로 ‘내 업무를 대체해 줄 상사나 동료가 없어 피하기 어렵다’는 응답(60%)가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자를 회사 차원에서 보호하기보다 전적으로 홀로 부담만 지우는 조직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감정노동네트워크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법은 시행되고 있는데 일하는 현장에 법이 작동되지 않는다.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기업이나 사업주의 무관심 때문”이라며, “기업에게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법 시행이 잘 되도록 관리감독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