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원 "집은 안산인데 대관령 발령"
톨게이트 수납원 "집은 안산인데 대관령 발령"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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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대법승소자 "4주 교육시키고 원거리발령 숙소조차 무대책"
도로공사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배치"
24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도로공사 승소자 원거리 무대책 발령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4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도로공사 승소자 원거리 무대책 발령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순분 씨는 2000년 8월 경기도 화성시 매송영업소에 요금수납원으로 입사했다. 19년차 요금수납원인 그는 지난 7월 1일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방식을 거부해 사실상 해고됐다. 정년을 한해 앞둔 시기였다. 두 달 뒤,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외주용역업체 소속이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승소자인 그는 도로공사의 직무교육을 받고 지난 21일 발령조치를 받았다. 발령지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영업소였다. 사는 곳인 경기도 안산에서 200km가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 숙소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발령받기 전에 도로공사 인사 담당자에게 집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을 설명했지만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남편은 건설업에 종사해 지금은 전라도에서 일하고 있는데 저까지 강원도로 가면 잘 걷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혼자 계시다 무슨 일이 닥치는 상황이 제일 걱정이에요." 

서순분 씨를 비롯한 민주노총 소속 대법판결 승소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준비되지 않은 원거리 발령 조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민주노총 요금수납원의 원거리 배치율이 높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과 인천일반노동조합은 24일 오후 1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공사의 직무교육을 받은 전체 380명 중 53%인 200명이 원거리 발령 났다. 무려 4주 동안 교육을 받고 오늘부터 현장에 투입됐지만 현재 숙소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특히 한국노총과 무노조 인원은 원거리 발령 비율이 48%지만 민주노총 소속은 84%다. 원거리 배치 발령의 집중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직무교육을 받은 전체 380명 중 200명인 53%가 타지역(광역시·도가 다른)으로 배치됐다. 이중 민주노총 소속은 84%(51명 중 43명)가 타지역에 배치된 반면 한국노총 소속 260여 명과 무노조 인원은 48%(329명 중 157명)가 타지역에 배치돼 전체 평균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또한 21일 타지역으로 발령된 이들은 24일부터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숙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도로공사는 원거리 발령자의 변변한 숙소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발령부터 냈다"며 "임시로 컨테이너에서, 지사 내부의 휴식공간인 대기실에서 생활하라는 답변만 돌아왔으며 도로공사 직원과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것은 숙소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절망적인 답변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배치했다. 도로공사는 전국사업장이고 2년마다 전 직원 순환근무다. 그래도 퇴직시기, 장애여부, 가족간호가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어느 정도 고려해서 발령했다"며 "이번 발령 대상 인원의 95%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 여건상 그나마 수도권에서 가까운 강원도나 충청도로 배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의 높은 원거리 배치율에 대해서는 "비율만 보면 그렇지만 절대적인 인원으로 보면 한국노총과 무노조 인원이 더 많다"며 "결정적으로 발령을 낸 인사담당자는 대상자의 노동조합 소속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숙소 문제는 "4주 동안 교육했지만 배치 발령은 3일 전인 21일 났다.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점은 맞다"며 "각 지사에서는 몇 분이 오실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 하고 있다 보니까 주택을 마련할 때까지 기존 건물에 직원 대기실로 쓰던 곳을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