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초등돌봄 운영, 문제점과 대안은?
시간제 초등돌봄 운영, 문제점과 대안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0.25 14:11
  • 수정 2019.10.25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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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돌봄 문제 = 돌봄시간 부족
돌봄의 질 하락과 공짜노동 막기 위해선 근로시간 연장이 필요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초등돌봄 운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초등돌봄 운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지부장 김정임)가 2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초등돌봄 운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교육청 시간제 초등돌봄 운영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발제는 김정임 여성노조 서울지부 지부장, 현장발언은 홍순영 여성노조 서울지부 돌봄지회 지회장이 맡았다. 이후 토론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 사무국장, 서지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흥지회 사무국장 등이 함께했다. 

초등돌봄교실은 방과 후 학교에서 돌봄전담사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서울시교육청은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 돌봄전담사와 4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로 직종을 나눠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일제와 시간제는 유·초·중등 교사, 보육교사 2급 이상 등 같은 자격조건이 요구된다. 업무상 차이는 학교마다 1명씩 배치된 전일제 돌봄전담사가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행정업무 취합 등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핵심은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돌봄시간 부족' 문제였다. 돌봄시간 부족은 돌봄의 질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를 막기 위한 돌봄전담사들의 초과노동, 공짜노동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토론자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로시간 연장'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 시간제 운영 문제점 = 돌봄시간 부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돌봄시간이 부족하다. 돌봄교실 운영시간과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이 오후 1시부터 오후5시로 같다. 돌봄교실을 위한 준비와 아이들이 귀가한 후 정리할 시간이 따로 없는 것이다. 또한 점심을 일찍 먹은 아이들은 오후 1시 전에 돌봄교실에 오고 학부모의 퇴근시간도 오후 5시 이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보다 늦게 출근하고 학부모보다 일찍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정확히 4시간만 근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4시간 안에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행정업무도 소화해야 한다. 김정임 지부장은 "4시간 안에 일을 마치는 것은 너무 힘들다. 프로그램 준비, 간식준비 등 돌봄업무 외에도 각종 일지작성, 기안 올리기 등 행정업무까지 해야 한다. 월간 주간 계획 작성과 학부모 상담 등까지 겹치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제시간에 퇴근하는 날 없이 초과근무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여성노조가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 326명을 대상으로 한 근무시간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5%가 근무시간 연장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2개 선택 가능)는 돌봄운영시간 부족이 93.9%, 행정업무 시간 부족이 51.2% 순이었다. 

■ 돌봄시간 부족은 돌봄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시간제 전담사들의 돌봄시간 부족은 돌봄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근무시간 안에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제 전담사들이 담당하는 아이들은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고 교실도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홍순영 지회장은 "방학 중 전일제 전담사의 돌봄아동은 하루 종일 같은교실에서 한 명의 전담사에게 돌봄을 받고 있지만 시간제 전담사의 아이들은 오전에 2시간 30분씩 두 명의 초단시간 무자격 대체 봉사자가, 오후에는 시간제 전담사가 케어하게 된다"며 "아이들은 1학기 동안 애써 만들어놓은 약속들이 방학 동안 여러 사람과 약속이 생겨나면서 혼돈이 온다"고 말했다. 

■ 돌봄의 질 하락 막기 위한 공짜노동도 빈번 

시간제 전담사들은 돌봄시간 부족으로 인한 돌봄의 질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근무를 자주 택한다. 여성노조의 실태조사를 보면 평소 한 달 기준으로 초과 근무를 안 한 경우는 응답자의 20.9%로 시간제 전담사 5명 중 4명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초과근무 일수는 한 달에 1~5일 35.9%, 16~20일 16.3%, 6~10일 14.4% 11~15일 11.7% 순이었다. 초과근무를 하는 평균 시간은 30분~1시간 40.5%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이상은 26.1%였다.  

초과근무가 공짜노동이 되는 경우도 잦다. 홍순영 지회장은 "초과근로가 빈번함에도 예산을 이유로 학교에서는 초과근로를 신청하지 못하게 눈치를 준다"며 "무료노동을 공공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노조의 실태조사에서도 평소 초과근무를 했을 떄 시간외 수당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 시간제 돌봄 전담사의 근무시간연장 필요

이날 토론에서는 부족한 돌봄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돌봄의 질 하락, 공짜노동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서지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흥지회 사무국장은 "아동의 전면적 인간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면 수업만을 교육으로 보는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교육적 요소이고 아동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방과 후 과정에서든 돌봄교실이든 돌봄을 충분히 제대로 받은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사이에 정서적 발달, 의사소통 능력 차이가 현저히 드러난다"고 돌봄교실 운영을 전일제 전담사가 안정적으로 맡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행정업무나 기타 부가적인 업무시간을 고려하지 못하는 현재 초등돌봄 근무시간은 현실을 반영하여 연장하는 것이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과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도 "주어진 업무조차 수행할 수 없는 노동시간은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 노동자, 아이들 관련된 누구도 시간제를 원하는 이가 없다. 누가 보아도 이상한 이구조의 해법은 초등 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을 전일제로 정상화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