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영의 콕콕] 기자들의 취재 후기: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이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
[김란영의 콕콕] 기자들의 취재 후기: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이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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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은 야무지게 자꾸 찌르는 모양을 뜻하는 의태어입니다.
상식과 관행들에 물음표를 던져 콕콕 찔러보려 합니다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궁금한 것은 두 가지였다. 세대 갈등이 진짜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별히 밀레니얼 세대 당사자에게 밀레니얼 세대 규정에 대해 생각을 묻고 싶었다.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11월호 특집은 90년 생 기자 세 명이 함께 했다.

김란영(이하 김) : 확인하고 싶었던 게 세대 갈등이 진짜 문제인가였다. 취재해보니 어떻던가.

최은혜(이하 최) : 천주희 문화연구자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자꾸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으로 치환하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다고 하더라. 직장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데도, 세대 문제로 바라보면 간단한,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세대 갈등은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진짜 문제는 변하는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사실 일부라기엔 너무 많지만, 그 사람들이 문제다. 자신의 문제를 자꾸 세대 갈등으로 치환해선 안 된다.

강은영(이하 강) : 세대 차이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이전보다 청년 세대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취재를 하니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를 인정하더라. 그런데 그 차이를 어떻게 봉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김 : 좀 헷갈렸다. 기업이나 직원들을 만나보니 세대 차이가 업무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단지 소통이 조금 어렵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왜 업무적으로 문제가 안 되지? 기업이 좀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소통 방식을 바꾸는 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변화가 아닐까? 그런데 중소기업에선 이마저도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임금만이 아니라 업무 체계나 관리자 교육, 조직 관리면 모두에서 부족하다.

또 하나 궁금했던 게 밀레니얼 세대 당사자들이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였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뭐라고 하던가?

강 : ‘밀레니얼 세대’란 용어만 빼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규정되는 것들은 어느 20대에게나 적용되는 내용이다. 젊으니까 자신감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것 아닌가? 밀레니얼 세대 특징들이 꼭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공감이야 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정답도 아니다.

최 : 취재로 만난 퇴사자들은 너무 싫다고 하더라. 밀레니얼 세대를 “별나게” 규정해놓고선 자꾸 밀레니얼 세대 탓만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억울할 법하다. 밀레니얼 세대여도 다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아니지 않나. 여전히 나는 세대론이 불편하다. 세대론은 개인의 개성을 지워버린다.

김 : 밀레니얼 세대론 자체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세대론은 애초부터 모든 개인에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다. 동 세대가 공통으로 겪은 사회 문화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특정 세대를 해석하고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언론이나 기성세대들이 청년 세대를 단정하고, 일반화하는 데 쓴다. 세대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차이다.

취재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최 : 중소기업의 사례를 더 듣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다. ‘9988(중소기업 수 99%· 중소기업 종사자 수 88%)’이라고 하지 않나. 중소기업 노사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면 문제도 더 드러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강 : 맞는 말이다. 중소기업은 우리가 만난 대기업이나 공기업과는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테니까. 퇴사율도 대기업보다 높다.

김 : 다음 취재 땐 양대노총 대의원 연령대 비율을 직접 다 확인해보고 싶다. (양대노총은 대의원 연령대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중소기업 노조 중에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에 관심을 두는 곳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

강 : 최경춘 한국능률협회 교수가 쓴 <90년생과 어떻게 일한 것인가>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본인이 좋은 리더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막상 보면 꼰대다. 최 교수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기성세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성세대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품을 방법들을 고민한다.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기성세대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최 :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선기 신촌문화정치그룹 연구원, 천주희 문화연구자, 이 세 사람은 청년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로 부르기를 꺼렸다. 대신 청년층이란 말을 썼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어려움을 세대론이 아닌 청년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 밀레니얼 세대 집담회 때 ‘노조가 있어서’ 퇴사 충동을 느껴도 퇴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20대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노조를 좋아하는 20대도 있구나!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조도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를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여기서부터 의제를 만들어나간다면 그 자체가 밀레니얼 세대가 필요로 하는 노동의제가 아닐까?

최 : 노조가 청년 세대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시혜적인 접근이 아니라 같은 시선에서 발을 맞추는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청년 조합원이 없으면 노조의 미래도 없다. 서로 필요한 존재다. 노조는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회사의 조직이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김 : 기성세대 취재를 했을 때 정말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더라. 왜 다른 걸 받아들이지 못할까?

강 : 어떻게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의 자녀다. 왜 가족 같은 세대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같이 얘기해봤으면 좋겠다.

김 : 은영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 : 말과 행동이 다르면 꼰대, 같으면 멘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아래 사람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다.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동등하게 봐야 한다고 본다.

최 : 조언을 하거나 가르치는 입장에선 자기가 멘토라고 생각하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결국 다 꼰대다. 잔소리 들으면 일단 짜증 나지 않나. 그러다 그 말이 도움이 될 때 멘토의 조언이 된다.

김 : 내가 네 멘토다. 이 말하면 일단 멘토가 아니다. 이 기준 하나로도 멘토와 꼰대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살면서 계속 만나고 싶은 어른이라면 멘토, 아닌 사람은 꼰대.

밀레니얼 세대 집담회 때 했던 마지막 질문을 우리에게도 던져보자. 각자 바라는 이상적인 일터의 모습은?

최 :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그려진 회사 ‘바로’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 상급자가 직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팀을 이끈다. 보상도 확실하다. 조직문화도 수평적이고. 드라마이긴 해도 회사들이 그런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강 : 지치지 않는 회사였음 좋겠다. 일하면서 더 노력하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은 회사. 그러려면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퇴사 사유의 대부분도 조직에 있는 게 힘들고 지쳐버려서 그런 것이니까.

김 : 지난번 집담회 때 이야기한 것처럼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일터. 여기서 편안하다는 게 쉬운 일만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그것을 갉아먹지 않는 회사를 말한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도 성과는 나올 수 있다.

강 : 기본적으로 회사는 불편할 걸 감수하는 곳이 맞다. 그런데 그 선을 넘을 때 문제가 된다.

최 : 동의한다. 사람이 소진되지 않고 삶이 지속해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곳이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일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