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으로 안전을 응시하기 위해 증언하고 토론하다
인권의 눈으로 안전을 응시하기 위해 증언하고 토론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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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 열려
증언 후 안전한 일터 만들기 토론 이어져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태성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장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태성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장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올해 8월 19일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특조위)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와 함께 700여 페이지가 넘는 김용균특조위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 발간사에 김지형 김용균특조위 위원장은 ‘인권의 눈으로 안전을 응시하다’는 제목을 붙였다. 김지형 위원장은 발간사에 “이 보고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며 “일터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관통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용균특조위 보고서가 나온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일터에서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다시 인권의 눈으로 안전을 응시하기 위해 29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 노동자들의 증언으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실현에 대해 한 번 더 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 노동자의 현장 증언이 끝난 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김철홍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증언을 통해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가 모두 나왔다고 분석했다. 김철홍 대표는 ▲일터에서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 문제 ▲불법하도급 문제 ▲노동자 참여 문제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 받는 문제 등 4가지로 설명했다.

또한, 김철홍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는 자본의 사회적 살인”이라며 “생명보다 이익이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 산재 예방 투자보다 처벌이 훨씬 싼 구조, 자본의 이익에 한없이 관대한 정권, 정치권, 사법부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구체적인 보고서 작성과 보고서 공개가 일터 안전 문제 예방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혁 원장은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위원회 활동하면서 꼭 하고자 했던 것이 보고서를 내자는 것이었다”며 “노동자가 다쳐 죽었는데 보고서가 없고, 있어봤자 한두 장짜리인데, 이것으로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상혁 원장은 “수사하지 말고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해서 근본적 원인을 찾는 게 목적”이라고 일터 안전 사고의 면밀한 조사를 주문하면서 “외국에는 산안법이 업종별로 분화돼 있는데, 우리도 각각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임상혁 원장은 “조사 후에 법이 만들어지고 이행과 관련한 규정들이 제도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가 단순히 조사에만 그치지 않기 위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용균특조위에서 활동했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김용균특조위 보고서 권고안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발제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김용균은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장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발전소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라며 “그 장소에는 김용균의 ‘위치’는 없었다”고 노동의 외주화 개념을 설명했다. 해당 사업장(=장소) 소속이 아닌 하청노동자(=위치)이기 때문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전주희 연구원은 “22개 권고안 가장 첫 번째 사항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전주희 연구원은 정부와 여당의 김용균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여전히 2월 5일 당정합의안인 별도 공기업화와 같은 유사 자회사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며 “권고안 핵심을 무력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획재정부 지침으로 발전소에서 현재 추진 중인 안전근로협의체는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참여와 권리보장과 거리가 멀다”며 “단순히 건의만 할 수 있고 논의와 심의 권한은 없다”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발언을 정리하며 “특조위 권고가 실효성 없는 안전매뉴얼이 될까 처음부터 고민했다”며 “현장을 바꾸기 위한 해결 과정에 대한 사회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이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발제와 토론이 끝나고 플로어 토론에서 증언대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사업주의 처벌 강화로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일터 안전 사고가 일어나면 단기·중기·장기대책이 중층적으로 세워져야 하고 시민들이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이행 사항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안전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많은 사람들이 제기했다. 사고 당사자 가족이 요구해도 볼 수 없는 CCTV나 문건 자료를 국회의원이 요구하니 공개했기 때문이다.

김철홍 대표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기업과 자본을 움직여야 하는데, 견인의 동력은 처벌적인 것, 금전적인 것이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실에 대해 토로하면서 “노동안전넷과 같은 이름의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 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 사고 자료를 모아 공개하고 이후 이행 상황도 공개해 기업의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강제할 수밖에 없게 해야 하고, 이러한 활동으로 대중의 노동안전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끌어 낼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