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황영기와 김중회를 반대했는가?
우리는 왜 황영기와 김중회를 반대했는가?
  • 곽노은 정책홍보국장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 승인 2008.09.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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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지부의 주권쟁취 투쟁 과정과 결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KB국민은행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하지 않았다. 은행이 경쟁력을 갖고 아시아와 세계에서 그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의 지주회사 전환이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지주회장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담보돼야 할 것들에 대해 지적했었다.

노동조합이 가장 크게 지적한 것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노사관계를 붕괴시켜 결과적으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의 하락, 구조조정 상시화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전환 이전에 안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지주회사 전환 사례를 보면, 지주회사는 사실상 자회사인 은행 운영에 전권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사용자 지위는 회피함으로써 노사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 그런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은 2월부터 노조 내 대책팀을 꾸려 대응해 왔으며, 외부 연구를 의뢰하며 정책적 비판과 대안 마련에 주력했다.

낙하산·회전문 인사로부터 민간금융 지키기

그 과정에서 황영기 씨와 김중회 씨가 각각 지주회사 회장과 사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자,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이유는 황영기 씨의 삼성비자금 관련 전력은 반금융적이고, 반사회적 범죄로 최대 금융기관의 수장이 될 수 없는 무자격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재직 당시 행장직을 이용한 삼성비자금 차명계좌 개설은 금융인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고, KB국민은행에서도 특정 재벌을 위한 불합리한 투자와 내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또한 황영기 씨는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공작 사이의 깊은 연관성 있기 때문이었다. 황영기 씨가 그런 범죄행위 연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직으로 온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황영기 씨는 이명박의 선거 참모 였을 뿐 아니라 정권 인수위에도 참여한 인물로 핵심 중 핵심 수하라 할 수 있다. 노골적인 친재벌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금융산업을 왜곡시킬 것이고, KB국민은행을 메가뱅크와 금융구조조정 등의 도구 및 실험장으로 만들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됐다.

종합적 결론은 황영기 씨는 삼성맨이자 MB맨으로서 특정 재벌 편향적인 금융 정책을 위한 정권의 노림수라는 것이 노동조합의 생각이었다.

사장으로 내정된 김중회 씨도 마찬가지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김중회 씨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이라는 금융감독기구의 핵심 지위에 있었으면서도 ‘관련 사기업 퇴직 후 2년간 취업 금지’라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

KB국민금융지주회사가 신설 법인이라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금감원과 김중회 씨의 해명은 ‘눈 가리고 아웅’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언행이다. KB국민금융지주회사가 KB국민은행의 인력과 자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따라서 김중회 씨의 국민은행 입성은 관료들의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이므로, 노동조합은 이를 반대했다.

고용안정·자주성 확보했지만 선임반대 철회 아쉬워

정리하자면, KB국민은행지부는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전환 후에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저하 금지를 보장 받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이를 위해 자회사인 은행 경영(인사 관련)의 독자성을 통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보장 받고, 지주회사와 노조가 대등한 노사간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황영기와 김중회의 내정은 이런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됐다. 따라서 이들을 막아내거나 최소한 견제 여론과 장치를 만드는 것에 추가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후 노동조합은 39일간의 천막투쟁과 기자회견 등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21일(목) 오전, 경영진이 노동조합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합의안을 공식 제안하기에 이르러 협약서를 작성하게 됐다.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노동조합이 황영기 씨나 김중회 씨에 대한 반대의사를 원천적으로 접은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황영기 씨와 김중회 씨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 등에 대해 지속적인 요구를 할 계획이다. 금번 협약서에는 노동조합이 지주전환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고용문제와 은행의 자주성 확보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내건 황영기 씨와 김중회 씨에 대한 선임 반대를 거두어들인 건 아쉬운 점이다.

KB국민은행지부 노사 협약서 주요 내용
▲ 은행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함은 물론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
▲ 은행은 KB금융지주회사 출범 이후에도 은행 임직원의 인사 등 은행 경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보유한다.
▲ 은행은 KB금융지주회사 전환 이후, KB금융지주회사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하여 지주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다.
▲ 은행은 노동조합의 교섭권에 대하여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주회사의 대표 노동조합으로 실질적인 효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공동TFT’를 통하여 마련한다.
▲ 은행과 노동조합은 ‘노사공동TFT’를 구성하여 지주회사 전환 관련 상호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방안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