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넷마블에 천막 친 코웨이 CS닥터들
왜? 넷마블에 천막 친 코웨이 CS닥터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0.31 16:36
  • 수정 2019.11.01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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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흥수 코웨이 CS닥터 노동조합 위원장
넷마블 구로 사옥 앞에서 코웨이 CS닥터들이 지난 29일부터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넷마블 구로 사옥 앞에서 코웨이 CS닥터들이 지난 29일부터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웅진코웨이 CS닥터들이 게임회사 넷마블 앞에 파란 천막을 치고 지난 29일부터 무기한 농성 중입니다. 넷마블에 ‘대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CS닥터(Customer Satisfaction Doctor)는 웅진코웨이 제품의 설치·수리 기사입니다. 고객의 제품과 마음을 치유해주기에 기사 대신 닥터로 부른다고 하는데요. 웅진코웨이 CS닥터와 게임회사 넷마블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① 웅진→MBK  ② MBK→웅진  ③ 웅진→넷마블?’

웅진코웨이는 현재 세 번째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웅진코웨이는 웅진그룹의 부실경영으로 2013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뒤 올해 4월 다시 웅진그룹에 인수됐습니다. 인수 3개월 만에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룹의 재무구조 악화가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넷마블이 등장합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지분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 8,3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1대주주로 경영권 확보)로 선정됐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습니다.

인수 배경은 ‘구독경제’와 ‘스마트홈’입니다. 코웨이가 정수기, 청정기 등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만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넷마블의 기술력과 결합해 ‘스마트홈’ 서비스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인 겁니다. 

CS닥터들도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넷마블이 알고 함께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이들은 그동안 웅진코웨이에 직접 고용을 통한 ‘고용안정’을 요구해왔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그 근거입니다.

지난 6월 법원은 웅진코웨이를 퇴사한 CS닥터들에게 회사가 퇴직금과 주휴·연차·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CS닥터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겁니다. 그 이유는 회사가 CS닥터들의 업무내용, 근무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등 이들을 지휘·감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웅진코웨이는 항소했고 퇴직자에게 수당 지급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CS닥터들은 재매각 과정에서 웅진코웨이에게 ‘고용안정협약’을 우선 체결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CS닥터들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넷마블에 설명하고 대화하고 싶다는 건데요. 이흥수 코웨이 CS닥터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흥수 코웨이 CS닥터 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흥수 코웨이 CS닥터 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우선, 넷마블 사옥 앞에 천막을 친 이유가 궁급합니다. 
그저께(29일) 우리가 넷마블 사옥에 면담요청서를 들고 왔어요. 아직 인수 계약이 체결된 건 아니지만 넷마블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으니 상견례를 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면담요청서는 메일, 팩스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보냈고요. 그런데 넷마블 측에선 등기우편만 공문 형태로 접수되는 거라며 출입문을 잠그고 쇠사슬로 묶어 건물을 봉쇄했습니다. 저희는 진입하려다 못하고 사옥 앞에 천막을 치겠다고 선포한 뒤 바로 행동에 돌입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겁니다. 면담요청서는 등기로 어제(30일) 다시 보낸 상황이고요.

- 넷마블에 보낸 면담요청서에 담긴 내용은 뭔가요? 
우선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는 겁니다. 넷마블은 노동조합이 없어요. 또 언론 보도를 보니까 부당노동행위 사건도 있었고요. 노동친화적 기업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 면담요청서에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가장 먼저 요구한 겁니다. 그다음은 노동조합과 상생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지 선제적으로 대화하자는 거고요. 당장 ‘단체협상하자’ ‘임금을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 아직 넷마블은 코웨이의 ‘진짜주인’이라고 볼 순 없는데요.
지금 넷마블과 웅진코웨이가 ‘핑퐁게임’을 하고 있어요. 넷마블은 ‘아직 계약 체결도 안 됐는데 왜 우리한테 말하냐’는 거고 웅진은 ‘이제 새로운 주인이 올 테니 매각이 잘 마무리된 다음에 넷마블에 요구하라’는 겁니다. 노동조합은고용을 책임질 주체를 명확히 하길 원하는 거고요. 그래서 매각 전에 웅진코웨이든 넷마블이든 CS닥터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안정협약서’를 쓸 주체가 분명히 서야 한다는 내용을 넷마블에 전달할 수 있는 거죠. 

- 노조가 넷마블 앞에서 천막농성 하는 이유가 코웨이와 교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넷마블을 압박해서 웅진이 노동조합과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려는 카드는 아니었습니다. 

- 그러면 코웨이와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지난 6월 26일 첫 상견례 이후 계속 제자리걸음입니다. 회사는 상견례 다음날인 27일 재매각 발표를 한 뒤 시간 끌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 더 구체적인 안을 가져와서 다음에 논의하자고 회의를 마치잖아요? 그럼 다음에는 주제를 자꾸 틀어서 딴 이야기를 합니다. 회의내용을 바꿔가며 논의를 회피하는 거죠. 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 전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오면 우리가 구체적인 안을 주겠다고 말해놓고 이제 넷마블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니까 말이 바뀌었어요.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왔어도 아직 계약된 건 아니니 넷마블이 도망가지 않게 노동조합에서 조금 조용히 있어 달라 또 이러고 있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노동조합의 기조는 같습니다. 앞으로 누가 코웨이를 인수하든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할 겁니다. 또한 넷마블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천막농성은 계속할 거고요. 넷마블과 면담을 통해 우리의 고용안정을 책임질 주체가 나오면 그 주체를 향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