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불편함보다는 이해의 시선으로
밀레니얼 세대, 불편함보다는 이해의 시선으로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1.04 06:00
  • 수정 2019.11.04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은?

커버스토리 ② 밀레니얼 세대 집담회

일터 × 밀레니얼 세대


각 기업들은 정기적·비정기적 채용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기업의 인재를 키워낸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는 큰 고민에 빠졌다. 신입사원들의 모습이 이전에 보았던 직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질 않나, 분위기 쇄신을 위해 회식이라도 한 번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이뿐인가? 그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었음에도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한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90년대 초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 ‘밀레니얼 세대’는 문제가 많은 걸까? <참여와혁신>은 그 고민을 가지고 ‘밀레니얼 세대’에 접근해 봤다.

각종 책과 언론 등에서는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게 말하고,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끈기가 부족하다고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이라는 책에서 “밀레니얼 세대 사원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자기밖엔 몰라’라는 얘기를 해본 기성세대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라며 “이렇게 비난하는 순간부터 함께 일하기 어려워진다”고 세대 간의 갈등이 업무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당사자들은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회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세대 간 차이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들의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 없지만 각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0월 15일 오후 <참여와혁신> 사무실에서 집담회를 진행했다.

사회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이 높다. 밀레니얼 세대 당사자로서 어떻게 보나?

이창호 : ‘밀레니얼 세대가 이렇다’는 식의 단정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사회가 밀레니얼 세대를 정의하는 것이 다 맞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다. 그래도 일터에선 밀레니얼 세대를 단정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임지호 : 세대론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읽어봤다. 대개 밀레니얼 세대를 환영한다기보다는 ‘돌출’돼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지점이 아쉽지만 기성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김종진 : 밀레니얼 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밀레니얼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김란영 : 처음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하는 책과 언론 기사를 접했을 때 당사자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세대론 자체가 나쁜 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결국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사회가 규정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다양한 특징 중 세대 특징을 잘 표현한 것은 어떤 것인가? 반면, 과장되거나 왜곡된 측면은 무엇이었나?

임지호 : 단군 이래 유행했던 말이 “요즘 애들은~”이란 말이다. 요즘 애들이라는 규정은 이전부터 항상 말해왔다.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이 있다’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적으로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 특징들이 꼭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예를 들어, 끈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전에 유행했던 책 중에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재해석이 주목받은 적 있다.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상황이 똑같은 조건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란영
김란영

김란영 : 대부분 맞지만 끈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진짜 끈기가 있어야 할 부분과 무조건 버티는 게 멍청한 영역도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창호 : 할 말은 다한다는 말은 맞다. 처음에 일할 때 예스맨이었지만 이런 식의 행동이 오히려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의견을 어필할 수 있을 때 어필하는 게 스스로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종진 :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말하는 대부분의 특성은 맞다. 끈기가 없다는 부분이 많이 갈리는 것 같은데 일터에서 또래 친구들의 끈기가 없는 부분이 보일 때가 있다. 공정을 배우더라도 쉬운 공정은 배우는데 어려운 공정에 들어가면 조금 하다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나온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힘든 공정에서 일을 해야 좋은데 기피하는 모습을 보면 끈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친구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성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기성세대와 일하면서 소통이나 업무방식의 차이는 어떤 부분이었나? 그런 부분이 업무상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김종진 : 공정 일을 처음 할 때 사수들이 알려준다. 그들은 몸으로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그냥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조립 공정에 들어가서 내가 하는 스타일이 맞다고 생각하고 일하다 보면 이종(불량)을 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국 사수들이 하는 말이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하는 과정에서 소통 방식이 어긋나면 업무상 문제가 된다고 본다. 할 수 있는 한 기성세대가 많이 도와줘야 밀레니얼 세대도 업무적으로 잘 할 수 있다.

이창호
이창호

이창호 : 처음에 일할 때는 그저 시키면 그대로 “예스”였다. 업무 파악이 되다 보니 비효율적이거나 보여주기 식 업무처리는 지양했으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무상 비효율적인 부분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퇴근시간이 일부 늦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대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업무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신입사원들이 오면 회사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또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답을 얻고자 하는 모습이 있어 갈등적인 부분은 없다.

임지호 : 업무적으로 나타나는 차이는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권 같은 경우는 오랜 기간 조금씩 바뀌어오는 보수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세대 간 차이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만, 퇴근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빨리 가고 적당한 때에 맞춰서 다 같이 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란영 : 대체적으로 기성세대들은 “시키는 대로 일단 해”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업무를 시킬 때 젊은 사람이니 잘하겠다 싶어서 일을 주면 당황스러운 때가 많다. 그 일이 우리들에게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없다보니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회사가 생각했던 방향과 달라 추가 수정을 겪었던 경우가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규정짓는 다양한 특징들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추려 O, X 문항으로 만들어 봤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O나 X를 들어주면 된다.

모든 업무지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O 김종진 : 전 직장 경험을 생각해 보면 두 가지 부류의 상사를 만나봤다. 어떤 사람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해야 했고, 다른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줬다. 창의성도 좋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지시를 할 필요가 있다. 이후에 자신만의 경험이 쌓여 더 잘 할 수 있다.

X 이창호 : ‘모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업무지시를 구체적으로 해버리면 독창성을 끌어낼 수가 없다. 상사가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때는 업무를 부여 받은 직원은 생각을 하게 되고 거기에서 다양한 길이 나올 수 있다.

팀워크를 위해서 업무적인 사항 외에도 직원들의 개인적인 사항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O 이창호 : 개인적인 것들을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은 소속단위 분위기가 밝고 좋은 팀워크가 바탕이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까운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서로가 가깝다는 뜻이다. 경험상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거의 안 하고 업무적인 이야기만 하다 보니 팀워크가 있다고 느끼질 못했다. 사소한 일상정도의 개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으쌰으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모든 건 정도를 지키며 개인 의사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X 임지호 :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일에 크게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개인적인 이야기를 일일이 묻는 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면 팀워크가 좋아지는 것은 맞겠지만 개인적으로 가까운 거랑 팀워크는 다르다고 본다.

점심은 팀원들과 함께 먹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X 김종진 : 연차 자가 생기면 공정을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꼭 그 공정 사람끼리 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할 때와 밥을 먹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먹을 수 있다. 점심은 자유라고 생각하고, 업무적인 능률에 영향이 없다고 본다.

X 김란영 :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간 이어져온 잘못된 문화 중 하나라고 본다. 특히, 점심 메뉴를 정하는 건 보통 상사다. 자신들도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의견을 말하지 않고 따라가는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빨리 출근해 업무 시작 준비를 마치는 것은 당연하다

O 임지호 : 금융권 특성상 고객들이 개점 시간부터 지점에 오기 때문에 출근 시간에 딱 맞춰서 오기보다 조금은 일찍 와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9 to 6가 정착돼 있고 업무 시작 준비를 해야 하니 적어도 10분 정도는 먼저 가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X 김종진 : 회사 주차장에 2분 전에 도착한다. 제조업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2분 전에 들어와서 장갑만 끼면 끝이다. 업무 준비할 게 별로 없어서 거의 딱 맞춰서 오는 편이다.

야근 등을 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O 이창호 :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해서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자는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가 있으면 △를 들고 싶었다. 워라밸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업무와 역할을 하면서 워라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X 김란영 : 업종 특성상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하는 편이다. 업무 시간 안에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하고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CEO와도 동등한 관계로 이야기할 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O 김종진 : 당연히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CEO라고 해서 대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동등한 사원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말할 수 있고, 사장도 CEO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O 김란영 : 직급이나 권력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대하거나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동등하게 대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진
김종진

밀레니얼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 중 “퇴사를 쉽게 한다”라는 인식이 있다. 퇴사충동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 그럼에도 퇴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종진 : SNS를 보면 직장에 들어가서 도망치기, 퇴사하기 등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 이런 이미지가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퇴사를 쉽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일을 하면서 화가 나는 순간은 한 번씩 온다. 개인적으로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데 회사는 잘 들어주지 않을 때 화가 많이 난다. 그럼에도 퇴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끊임없이 하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있고 그런 모습이 보였다.

이창호 : 인사나 조직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을 때 퇴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회사라는 게 개개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런 부분을 해소시켜주는 게 노동조합이다. 퇴사에 대한 충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해주는 것 같다. 무뎌지기도 하고 조직에 적응하는 면도 있고 조합원의 편에 있는 노동조합이 있다는 사실이 힘이 돼줬다.

자신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일터는?

임지호 : 가족들이 좋아하는 일터가 됐으면 한다. 결혼하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의 역할이 있다. 가족들도 다 좋아하고, 가족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일터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김란영 : 괴롭지 않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 일하는 시간이 억압받거나 스트레스가 많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포함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일터였으면 좋겠다.

임지호
임지호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 차이를 좁히고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통해 일터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노동조합과 회사는 각각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김란영 : 세대 간의 차이는 항상 존재해 왔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꾸 말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기성세대는 그들이 말하는 게 정답이 아닌데 그들이 맞다고 하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 듣고 바뀌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노조는 밀레니얼 세대가 노조 내부에서 주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비전적인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호 : 차이를 인정하고 양보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시대적 변화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은 잘못했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도 기성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깨어있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진 :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노동조합의 노력에 대해 동의한다. 회사는 제도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으면서도 노력하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제도나 교육을 통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임지호 : 노동조합은 밀레니얼 세대만 대변하려는 게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입장도 대변하기 때문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도 세대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모습을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