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근한’ 스튜디오, 공간을 팔아 당신의 이야기를 삽니다
‘스근한’ 스튜디오, 공간을 팔아 당신의 이야기를 삽니다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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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준비 없이 찾아가 ‘공감’하고 싶다

[인터뷰] 전진흥 스근한 스튜디오 대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스근한’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독서모임이 열린다. 모임의 첫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둘러앉아 각자 좋아하는 책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스타트업 직장에서 2년 넘게 일하던 전진흥 대표가 갑자기 공간을 꾸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인터뷰 당일, 영상편집 수업을 마치고 기다렸다던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전진흥 대표의 좌우명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다.

전진흥 스근한 스튜디오 대표 ⓒ 스근한 스튜디오
전진흥 스근한 스튜디오 대표 ⓒ 스근한 스튜디오

전진흥 대표가 전 직장에서 일한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이었다. 이름처럼 ‘흥(興)’ 나게 살길 고집하던 그는 희망을 머금고 도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청년장사꾼’의 교육생이기도 했고, 스타트업에서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잘 살고 있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서 무얼 하든지 재미있게 임할 수 있었으나, 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음 속 허들을 무너뜨리자

평소에 공간디렉터 최고요 씨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를 즐겨 읽던 전 대표는 정든 스타트업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 뒤 매니저로 일하면서 쌓아온 마케팅 경험과 자금을 발판 삼아 공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상남도 거창에서 나고 자란 그는 ‘쉽게 하다, 설렁설렁하다’는 의미를 가진 경상도 사투리 ‘스근하다’를 차용하여, 스튜디오 이름을 ‘스근한’이라고 지었다. 그는 공간이 생긴 이후 가장 먼저 독서모임을 꾸렸다. ‘독서’가 모두의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은 취미라,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이 공간을 찾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항상 도전을 어려워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고자 마음먹는 것도 하나의 도전입니다. 독서모임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직장인인데요, 저는 이분들이 독서모임을 찾아오는 이유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 마주하는 이 공간은 부담 없이, ‘스근’할 필요가 있는 거죠.”

내 안에 있는 ‘나’의 이야기

스튜디오 ‘스근한’을 구심점으로 모였던 독서모임은 지난 10월 19일 가을바람 머금은 서울숲에서도 이어졌다. 물감아트클래스와 콜라보로 진행된 <가을소풍, 스근한 스케치북>이라는 이름의 야유회에서 회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 속의 한 장면을 골라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소개했다.

“회원들이 그리기 쉬운 장면이 담긴 책을 가져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느 회원 분은 철학책을 가져오셔서 철학자가 말한 비유적 이미지를 그렸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가 마음 속 깊이 숨기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표현될 수도, 나눌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독서 정기모임은 한 기수(6주)마다 지정 책 한 권과 지정 영화 한 편을 목표로 한다.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의 사이사이는 항상 회원들의 이야기로 가득 메워진다. 전 대표는 “사람들과 소통과 공감이 지속될수록, 내가 알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스근한 스튜디오
스근한 스튜디오 야유회 ⓒ 스근한 스튜디오

‘스근한’ 도전은 계속 된다

“지정된 책의 작가를 독서모임에 몰래 참여시키는 건 어때요?”

그의 머릿속엔 아이디어가 많다. 현재 20대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전 대표는 이번 11월 중순 독립출판물 서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마련될 공간에서 독립출판 작가들과 함께 북토크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거 아세요? 이번에 서점 인테리어를 최고요 씨에게 맡기고 싶어서 미팅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지금의 스근한 스튜디오가 과거에 최고요 씨가 살던 공간이었더라고요. 신기하죠?”

전 대표의 ‘스근한’ 도전은 공간이 사람을 이어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만큼 낭만적이다. 그의 좌우명처럼, 한계를 모르는 그의 도전이 지속되길 함께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