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와 ‘소통’ 강조하는 기업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 강조하는 기업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1.04 06:00
  • 수정 2019.11.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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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주인은 밀레니얼 세대
기업들이 바라보는 밀레니얼 세대

커버스토리 ③ 밀레니얼 세대 진출로 고민하는 기업

일터 × 밀레니얼 세대


각 기업들은 정기적·비정기적 채용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기업의 인재를 키워낸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는 큰 고민에 빠졌다. 신입사원들의 모습이 이전에 보았던 직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질 않나, 분위기 쇄신을 위해 회식이라도 한 번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이뿐인가? 그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었음에도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한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90년대 초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 ‘밀레니얼 세대’는 문제가 많은 걸까? <참여와혁신>은 그 고민을 가지고 ‘밀레니얼 세대’에 접근해 봤다.

각 기업에서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정기적인 채용을 통해 받아들이는 이들이 밀레니얼 세대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의 대부분을 이루게 될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성세대와 다른 특징이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업무 중에도 드러나면서 세대 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여러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매년 채용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받아들이고 있는 공무원과 금융권, 제조업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각각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기성세대와의 차이로 인해 실제 업무상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또한, 세대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밀레니얼 모먼트’ 도래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2020년에는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 1월 발간한 <밀레니얼 부상과 가치관 변화>에서 국내 밀레니얼 인구(1980~2000년 출생)는 2018년 기준 약 1,49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28.8%를 차지하며 핵심 경제인구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일터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동등한 비율을 이룰 정도로 증가했다. ‘밀레니얼 모먼트’. 2020년부터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경제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과 분석은 한국에도 예외 없이 번졌다. 한국만의 특징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떠한지 분석하고 이들과 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쓴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특성을 ▲선택의 자유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 ▲진정성 ▲재미 추구 ▲공유와 협력 ▲성장 중시 ▲속도와 혁신 ▲공유가치 ▲전문지식 보유 등으로 구분했다.

사회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여러 정의와 분석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업에서도 이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 기업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직접 찾아가 들어본 기업 및 기관 담당자들은 사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천에 소재한 제조업체 A의 교육 담당자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주장을 또렷하게 하고 개성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A 업체의 경우 복장 규제가 강한 편이 아니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의 출근 복장을 볼 때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문신하거나 화려한 화장이나 네일 등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기업 B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개성이 넘치고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기보다는 회사에 이야기함으로써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 담당자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기존의 기성세대와 달리 스마트하면서 의미와 가치, 이해와 존중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이에 대한 문제보다는 소통방식의 변화 추구

그동안 다수 언론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부각해왔다. 그런데 세대 차이가 업무적으로 문제가 될까? <참여와혁신>에서는 실제로 세대 간의 차이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물어봤다. 기업들은 세대 차이가 업무상 문제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 소통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이 업무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금융기업 B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은행의 특성상 직원들이 고객들과 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동료와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 A의 교육 담당자도 “기성세대는 수직적인 구조가 익숙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유연한 소통 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가 드러날 뿐”이라며 “업무적으로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 담당자는 “두 세대의 소통 방식이 서로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긴 해도 그것이 업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세대의 문제라기보다 업무와 개인을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세대 간의 차이로 나타나는 업무상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소통 방식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간극을 좁히는 것을 중요하다고 봤다.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상호 존중과 업무에 대한 이해와 설명하는 등의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 두고 최경춘 한국능률협회 지식연구소 교수는 <90년생과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저서에서 ‘상호작용 공정성’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공정성’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를 ‘상호작용 공정성’으로 설명하고 비록 윗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밀레니얼 세대를 얼마나 존중하면서 설명해주는가, 특정 의사결정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가”가 업무 태도와 성과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공정성’이 밀레니얼 세대 특징 중 하나인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소통 불일치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체 A의 교육 담당자는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교육할 때는 비폭력 대화와 사회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고 부하직원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 담당자는 “직급별 교육을 할 때 소통 교육에 대한 비중을 높게 설정하고 관리자로서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역량으로 보고 있다”며 “모든 단계마다 관리자가 가져야 하는 소통 역량을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강조한 소통방식의 중요성은 조직문화에 대한 변화로도 이어졌다. 이전에는 상사가 일방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직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 요즘에는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열린 자세로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이 많다고 한다.

금융기업은 돈을 운용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 보니 조직 문화가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금융기업에도 조금씩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기업 B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이전에는 회식할 때에도 직원들의 의사를 크게 반영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직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일정을 조정해서 자리를 마련한다”며 “회의 같은 경우에도 윗사람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들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신입사원과 상사의 간극만 좁히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CEO와의 간극도 확 좁혔다. 기업의 CEO와 밀레니얼 세대들과 만남의 장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라인을 거치지 않고 임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직접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기성세대는 CEO 간담회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궁금한 점을 망설이지 않고 물어본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 경영진에게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방향성에 관심이 많았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발전한다면 본인들도 회사에 공헌할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위한 창구를 고민하는 기업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역멘토링 제도가 있다. 역멘토링 제도는 밀레니얼 세대가 멘토 역할을 하고, 기성세대가 멘티 역할이 돼 밀레니얼 세대가 가지고 있는 열린 생각들을 배운다는 취지다. 실제로 CJ와 우리은행, 에스티로더 등에서는 역멘토링을 실행해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다만, 기업들이 노력하는 모습은 의미 있게 볼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최 교수는 “보여주기 식으로 형식적으로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진정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의 재능과 역량을 끌어올리고 인정하겠다는 행동을 보여줄 때 밀레니얼 세대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생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주역, 밀레니얼 세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 따라 변해가는 일터의 모습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업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는 “소통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기성세대들이 귀찮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소통에 대한 부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바로 직장 게시판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의 반작용으로 나타난다”며 “기성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 교육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꾸기 위한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A의 교육 담당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를 이끌어갈 이들”이라며 “불필요한 절차들을 개선해 나가고 어떤 규율에 얽매이기보다는 효율성과 능률성을 찾는 부분들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들을 찾아내는 것이 주요 과제 중 하나”라며 “이런 부분에 발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업 B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장점이 이 시대와 딱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산업은 다양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원하고 있고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게 밀레니얼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세상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에게 필요한 존재”라며 “특히나 은행의 소비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업에서 변화를 주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 역시 “현재 변화의 흐름은 4차 산업혁명에 가까이 있고 그 기술을 잘 쓸 수 있는 건 밀레니얼 세대”라며 “이전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 따라가기도 힘들고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밀레니얼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