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2기 출범에도 파행 불씨 여전
경사노위 2기 출범에도 파행 불씨 여전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1.03 10:52
  • 수정 2019.11.0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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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기 본위원회 파행의 주범 ‘탄근제’, 국회 도마 위로
‘사회적 대화 무용론’ 되풀이 하지 않도록 운영 과정 다시 돌아봐야

[리포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재가동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 이하 경사노위)가 지난달 11일 제5차 본위원회를 개최하고 본위원회 파행으로 오랜 시간 미뤄 놓았던 13개 안건을 모두 의결했다. 경사노위는 이번 제5차 본위원회 개최와 함께 사회적 대화가 재가동되고 정상화됐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위원회 개최와 함께 2기 공식 출범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7층 대회의실에서 제5차 본위원회가 개최됐다. 본위원회가 정상 개최된 것은 지난해 11월 제1차 본위원회 이후 처음으로, 경사노위는 이날 제5차 본위원회에서 총 13개 안건을 모두 의결하고 2기 공식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날은 지난 9월 새롭게 임명된 위촉직이 당연직(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갖는 첫 공식 만남이기도 했다. 이날 본위원회는 재적위원 16명 중 공익위원인 김선현 오토인더스트리 대표이사를 제외한 위원 15명이 참석해 개의했으며, 계층별 노동위원 중 여성 대표는 여전히 공석인 상태다. 위촉되지 않은 여성 대표는 당분간 공석을 유지하고 한국노총의 추천을 받아 위촉 절차를 밟기로 했다.

 

경사노위 2기 본위원회 위원 명단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정부위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정부위원)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노동계)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노동계)
문현군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 위원장(노동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경영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경영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사용자위원)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용자위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사용자위원)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명예교수(공익위원)
김선현 오토인더스트리 대표이사(공익위원)
황세원 Lab2050 연구실장(공익위원)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공익위원)

이날 본위원회에서는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안’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사정 기본인식과 정책과제에 관한 기본 합의안’,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 등 3개 의제별위원회 합의문이 최종 의결됐다.

또한, 운영 기간이 만료된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미래 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승계 및 재가동하기로 했으며, 운영 기간 만료가 임박한 금융산업위원회와 해운산업위원회 등 업종별위원회는 각각 3개월씩 연장하기로 했다.

신규 위원회로는 ‘양극화 해소와 고용+ 위원회’와 ‘버스운수산업위원회’가 새로 설치된다. 양극화 해소와 고용+ 위원회에서는 양극화 원인을 진단하고 법·제도 및 정책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며, 버스운수산업위원회에서는 버스운수 종사자 인력 확보 및 능력개발을 통해 해당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논의하기로 했다. 두 신규 위원회 모두 위원회 구성일로부터 1년 간 운영된다.

의결된 안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안건은 단연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안(이하 탄근제 합의안)’이다. 탄근제 합의안은 본위원회 파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건으로, ▲탄력근로 단위기간 기존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 ▲근로시간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 ▲임금보전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사노위는 탄근제 합의안 본위원회 의결과 동시에 이를 국회에 전달하고 입법을 촉구하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5차 본위원회 의결 안건

<의제별위원회 합의문>
①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
②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안)
③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사정 기본인식과 정책과제에 관한 기본 합의문(안)

 

<논의재개 위원회 승계 등>
④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승계 및 재가동(안) (’19.10.11.~’20.10.10.)
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승계 및 재가동(안) (’19.10.11.~’20.3.10.)
⑥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미래 위원회 승계 및 재가동(안) (’19.10.11.~’20.10.10.)
⑦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승계 및 재가동(안) (’19.10.11.~’20.10.10.)
⑧ 논의재개 이후 연금개혁특위 등 논의사항 추인(안)

 

<신규 위원회 설치>
⑨ 양극화 해소와 고용+ 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안)
⑩ 버스운수산업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안)

 

<업종별위원회 연장>
⑪ 금융산업위원회 연장(안) (‘19.11.19~’20.2.18)
⑫ 해운산업위원회 연장(안) (‘19.11.23~’20.2.22)

 

<경사노위 운영세칙>
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세칙 전부개정(안)

제2의 파행 불씨 남아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탄근제 합의안이 의결됐음에도 경사노위 파행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탄근제 합의안을 넘겨받은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내용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 중이다. 여당에서는 단위기간 6개월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단위기간 1년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만약 이번 탄력근로제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개정되지 않을 경우 경사노위가 또다시 파행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제5차 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국회가 경사노위 합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속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합의안대로 입법되지 않으면 한국노총은 더 이상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애초 경사노위가 진행한다고 발표했던 ‘의결구조 개편’이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제2의 파행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경사노위는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의 보이콧 사태가 장기화되자 본위원회 성사를 위해 위원 재구성 및 의결구조 개편을 포함한 경사노위법 개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당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소수의 불참으로 인한 경사노위 운영의 전면 중단이라는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경사노위법 개정을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했다”며 의결구조 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으나, 2기가 공식 출범한 지금까지도 의결구조 개편이 담긴 경사노위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의결구조 개편을 당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파행을 주도했던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이 해촉된 상황에서 경사노위가 지금의 본위원회 위원들에게서 파행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사노위 관계자는 “2기 출범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의결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은 본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한 경사노위 정상화 및 재정비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경사노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파행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사노위가 지난 1기에서 본위원회 파행을 맞은 표면적인 이유는 탄근제 합의안에 반대한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의 불참이었지만 경사노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본위원회 파행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노광표 소장은 “경사노위 파행의 원인으로 민주노총의 불참, 노정간의 신뢰 부족, 본위원회와 업종별분과·의제별위원회와의 관계 등 여러 요인이 지적되지만, 핵심은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에 있다”며 “입법 방편용 사회적 대화, 정부 일방 주도형 대화 등의 대안으로 유연한 사회적 대화 틀의 구성 및 활성화, 사회적 합의라는 형식이 아닌 합의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성 등이 제기되었지만 5년 단임 정부라는 제약과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전략적 인내심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 경사노위 1기를 되돌아봤을 때 현재 경사노위 2기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낮아진 상태로, 경사노위 2기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대화 무용론을 씻어낼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1기에 대해 “사회적 대화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가닥을 잡아준 2년이었다고 평가한다”며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노사 모두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상대방 의견을 경청, 조율하는 것이 사회적 대화의 첫 번째 의무라는 것을 2기 구상에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