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와 긍정적인 변화 만들려면
밀레니얼 세대와 긍정적인 변화 만들려면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1.04 06:01
  • 수정 2019.11.04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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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편향이 아닌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
노조, 함께 문제 해결할 동료가 되어야

커버스토리 ⑥ 밀레니얼 세대의 긍정적인 가능성

일터 × 밀레니얼 세대

각 기업들은 정기적·비정기적 채용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기업의 인재를 키워낸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는 큰 고민에 빠졌다. 신입사원들의 모습이 이전에 보았던 직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질 않나, 분위기 쇄신을 위해 회식이라도 한 번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이뿐인가? 그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었음에도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한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90년대 초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 '밀레니얼 세대'는 문제가 많은 걸까? <참여와혁신>은 그 고민을 가지고 '밀레니얼 세대'에 접근해 봤다.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는 분명하게 달랐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이나 책에서 그려진 모습처럼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업무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극명한 수준은 아니었다. 세대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대 차이 하나로 신입사원이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뭐길래?

노와 사 모두에게 밀레니얼 세대는 변화의 계기가 됐다. 기업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소통의 방식을 바꿨다. 특히 업무 지시 방식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보다는 업무의 범위나 단계를 구체화했다.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묻지 않았던 신입사원들의 의견이나 생각도 자꾸 물어본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회사는 더 이상 ‘아무 말’하는 상사를 용인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세대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다른 지점은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기존 세대에게 인사고과에서의 불이익이나 사회적 지탄 등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관리자가 갖춰야 할 새로운 리더십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통은 서로가 동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함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때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고 따른다고 해서 좋은 소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존 세대에게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만큼 밀레니얼 세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세대와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시대가 변했으니 밀레니얼 세대에 맞추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강요일 뿐 소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터에서도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만큼,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이 형식적인 소통이나 이해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저 “기존 세대와 다르니 이해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기업의 정책과 사업 등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세대와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계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밀레니얼 세대 조합원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청년 사업을 전담하는 특별 기구를 만들거나 소통 채널을 다원화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노조의 투쟁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밀레니얼 세대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노조에서조차도 밀레니얼 세대만의 노동의제를 발굴하거나 전면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조합원들이 말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지 못해 원활한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노조 역시 소통 방식이나 조직 문화의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퇴사하는 밀레니얼 세대 … 노조의 역할은?

한편, <참여와혁신>은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논의되는 ‘퇴사’와 관련해서 노조의 역할에 주목해봤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격년마다 조사하는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은 2010년 15.7%에서 2016년 27.7%로 늘었다. 경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퇴직이나 이직 등에 적극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노동계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는 왜 화두가 되지 못할까?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 무조건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노조가 밀레니얼 세대가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다면, 이 자체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필요한 노동 의제가 될 수 있다. <참여와혁신>이 주최한 ‘밀레니얼 세대 집담회’에서 제조 기업에서 일하는 입사 2년 차 김종진 씨(28)는 퇴사 충동을 느꼈을 때 퇴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회사가 불편한 점을 얘기했는데 잘 들어주지 않았을 때 화가 많이 난다. 그래도 퇴사를 결심하지 않았던 것은 노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쉽지는 않아도 끊임없이 요구하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입사 3년차 이창호 씨(33)도 “회사가 개인의 의견을 반영해주는 곳은 아니더라. 이런 부분을 해소시켜주는 게 노조다. 퇴사충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조합원 편에 선 노조가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일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을 동료가 없다는 것. 이것이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가장 큰 문제다.” 천주희 문화연구자의 진단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름을 활용하기 위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