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통합으로 만들어질 국토안전관리원, 문제는 없나
기관 통합으로 만들어질 국토안전관리원, 문제는 없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1.03 10:50
  • 수정 2019.11.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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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vs 반대, 뚜렷한 의견차
국토부, “직급 문제 해결이 가장 고민”

[리포트] 국토안전관리원, 어디까지 왔나

지난 6월, 정부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노후 기반시설 안전강화 범부처 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부처별 긴급점검 및 국가안전대진단 등을 통해 세부계획을 도출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4대 추진전략으로 ▲생활안전 위협요인 조기 발굴 및 해소 ▲노후 기반시설 안전투자 확대 ▲선제적 관리강화 체계 마련 ▲안전하고 스마트한 관리 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 이를 통해 ▲잠재된 위험도를 발굴·해소 ▲노후 시설 안전투자 확대 ▲총체적이고 선제적인 관리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관리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선제적 관리강화 체계 마련을 위해 “기관별 안전인력을 확충하고 건설부터 유지관리까지 생애 주기 전반의 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국토안전관리원을 설립하겠다”며 올 하반기 안으로 “건설안전, 시설물 유지관리, 시설물통합관리시스템 운영, 전문 인력 교육 등의 업무를 통합하여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6월 18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속가능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했다. ⓒ 국토교통부
지난 6월 18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속가능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했다. ⓒ 국토교통부

기관은 통합된다는데…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이하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안전관리원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이사장 박영수)과 한국건설관리공사(사장 직무대행 정덕수)의 통합을 통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법안 입법을 통해 연내에 양 기관을 통합해 국토안전관리원을 신설할 뜻을 드러냈다. 대책을 발표한 지 4개월이 흘렀으나 국토안전관리원법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8월 12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토안전관리원법」과 9월 11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토안전관리원법」은 현재 계류 중이다. 두 법안은 모두 “건설안전분야의 공적업무가 이원화되어 있어 안전관리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를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건설관리공사노동조합(위원장 허진영)은 현재 상황에 대해 “현재 법안만 발의된 상태로 법안 소위도 안 열렸다”고 설명했다. 허진영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키려고 노력 중이다”며 “우리는 기관 통합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지부장 허춘근)는 “우리 입장은 원론적으로 통합 반대다”며 “국토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공식적인 회의에서도 반대를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박대규 사무국장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와 한국건설관리공사 인력 흡수에 따른 재정 악화 및 업무 강도 상승 등의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관 통합 반대 집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
지난 5월 3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관 통합 반대 집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

건설안전관리원으로의 통합, 쟁점은?

허진영 위원장은 “두 기관을 건설안전관리원으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는 시설 안전과 건설 안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두 분야가 사실 물리적으로 섞일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시설 안전 업무와 건설 안전 업무가 큰 테두리에서는 같지만 역할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허진영 위원장은 “저는 건설 안전 업무를 계속 담당해왔는데 기관 통합 후 시설 안전 업무를 맡게 된다면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대규 사무국장 역시 “기관을 통합해 시설 안전과 건설 안전을 함께 운영하는 게 우려스럽다”며 “조직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측면도 있어 기관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기관 운영에 대한 자세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점도 큰 문제다. 박대규 사무국장은 “한국건설관리공사 직원들의 급여를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급여체계를 적용해서 일원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호봉 조정 등을 통해 전체 삭감되지 않는 선에서 적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진영 위원장은 “급여는 한시적으로 이원화돼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급여부분은 양 기관의 체계가 다르니 한시적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차차 통합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안전관리원 관련 TF는 기술안전정책관 주재로 쟁점사항이 있을 때마다 진행하고 있고 실무자 회의는 수시로 진행하는데 한국건설관리공사와 한국시설안전공단 모두 참여한다”며 “현재 직급체계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금체계는 한국건설관리공사노조의 설명처럼 한시적으로 이원화해 운영하는 것으로 협의가 진행됐다. 다만 직급체계는 핵심 쟁점으로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국토부는 “고용 관계와 관련 있는 직급체계의 경우, 정부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고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직급체계에 대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 통합은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법안 통과라는 큰 벽이 남아있지만, 기관 간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관에서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우려와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채 기관이 통합된다면 국토안전관리원의 순항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