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보면 중국 사회가 보인다
노동을 보면 중국 사회가 보인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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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체제

[책에서 만난 노동] <노동으로 보는 중국> 저자 정규식

한국 사회 여러 노동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기에도 모자란데, 중국의 노동에까지 관심을 갖자고 한다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드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헌법 제1조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고, 노농연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전체정치의 사회주의 국가”라고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노동자를 중국의 근간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회는 노동자를 제대로 존중하고 있을까. 지난 2010년,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직원들이 연이어서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또한, 지난 2018년에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용접설비 제조업체에서 회사의 비인간적인 처우에 노동자들의 항의하는 시위에 각종 사회단체들을 비롯해 대학생들이 함께 하며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중국 사회의 노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중국 사회는 무엇일지 <노동으로 보는 중국> 저자 정규식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왜 노동일까

사회에 대해 알고 싶은 방법은 다양하다. 문화나 정치, 사람 등 자신이 관심 있거나 궁금해 하는 것을 중심으로 연구하다 보면 그 사회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이 많다.

정규식 교수는 중국 사회 노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자본주의 국가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194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성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계기로 자본주의 세계 경제 질서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거쳤다. 오늘날에는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얽혀있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 교수는 “사회주의 시기 30년과 개혁·개방 이후 40년을 거친 중국은 두 가지 모순적 현실이 조합돼 나타나고 있다”며 “놀라운 속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정치 및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증대했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의 이러한 모순적 현실은 단순하게 이론적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쟁점으로 현실문제가 격화되고 있다”며 “이는 협소한 ‘노동’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통치 전략 전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문제이며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 시기를 잇는 중요한 가교”라며 중국 사회를 보기 위해 노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회주의 시기 유산과 개혁·개방 이후 변화된 ‘노동-자본’ 관계가 현재 중국 사회구조를 상당 부분 규정하고 있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또한, 이후 변화를 추동하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노동자계급과 노동정책은 무수한 굴절과 변용을 겪었으며, 이렇게 형성된 중국 노동체제가 바로 오늘날 발생하는 다양한 중국 노동문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으로 보는 중국> 중에서

신노동자, 중국 사회 변화 주체로 떠오르다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중국 노동관계 이원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이원적 노동관계’가 형성된 중요한 제도적인 요인 중 하나는 도농 간의 노동력 이동을 제한해 고용 체제의 이원화를 고착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단위체제’가 이루어졌는데 노동력 관리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주거와 교육, 일상생활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등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복지 시스템으로 작용했다.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정부-기업’관계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기업이 경영 자주권이 확대되고 노동계약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의 새로운 주체인 ‘신노동자’가 등장했다. 정 교수는 “신노동자는 도시에 정착해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 하고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수준과 직업훈련 수준이 높으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며 “이들은 새로운 변혁의 주체로 중국 정치 과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중국 사회에 파업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신노동자’들이 한층 높은 노동자 권리 요구와 평등에 대한 기대를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졌다”며 “이들이 노동과정 소외와 전제적 관리방식, 도시에서의 배제, 차별적인 이등시민 신분에 대해 어떠한 ‘저항의 정치’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노동자’로 하여금 중국의 노동체제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농민공의 조직화 요구 강화 ▲신세대 농민공 조직화 경로 변화 ▲기업 공회 및 노동 NGO 변화 추동 ▲적극적인 활동가와 노동NGO, 변호사, 학자,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초계급적 연대 네트워크가 초보적으로 형성 등으로 보았다.

‘신노동자’를 통해 발현된 움직임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승인된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이하 공회)에 대한 변화도 요구했다. 1925년에 설립된 공회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직돼 있다.

정 교수는 “높은 조직률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총공회와 산하 조직들은 현장 노동자의 요구나 정서를 대변하기보다 기업 사용자와 밀착돼 있거나 사용자들이 통제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공회가 가지고 있는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노동자’를 중심으로 해 ‘독립적 노동조합’ 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중국 신노동자가 권리 주체로서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노동자계급의 형성 및 주제화라는 문제와 관련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노동자의 계급의식 형성, 저항 및 주체화 연구는 노동자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천과 경험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을 더욱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  -<노동으로 보는 중국> 중에서

‘파업의 일상화’라고 불릴 정도로 노동자의 저항과 파업이 수시로 발생하게 되면서 공회에 대해 노동자 권리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의 목소리는 커졌다. 정 교수는 “공회는 기업과 노동자 간 민감한 분쟁이 발생할 때 노동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었다”며 “단지 의견을 건의하는 형식으로 기업이나 정부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공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노동자들이 분쟁이 발생하면 공회를 찾기보다는 정부에 직접 호소하거나 노동 NGO와 같은 비공식적 조직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회는 ‘당 정부의 정치사상적 지도 강화’와 ‘노동자의 권익보호’ 사이에서 ‘조화로운 노동관계 구축’을 위한 변화가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노동자, 자신들의 권리 찾을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지금도 크고 작은 지역에서 항의하는 중국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017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사유제 기업과 외투기업에 취업한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 중 82.9%에 달하며 국유 및 집체단위 노동자는 17.1%에 불과했다”면서 “또한, 2001년부터 사영기업가의 입당을 허용하면서 인민대표회의나 공산당의 각급 대표 기구에서 노동자·농민 출신 대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이익을 대표한다고 표명하는 공산당과 노동자 사이에 심각한 단절이 발생했다”며 “한국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과 현실의 불일치에 대해 항거했듯이 중국 노동자들도 현실에서 노동자 계급의 대표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거세지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 안아 지난 2015년 ‘조화로운 노동관계 수립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사회관리 차원에서 노동문제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있지 않다.

정 교수는 “노동자 단체행동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사용자와 평등한 협상을 진행하는 중요한 주체인 ‘공회’에 대한 개혁도 미진한 상황”이라며 “노동자의 권리수호 행동은 여전히 ‘사회 불안정 요소’로 규정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통치전략 전반을 포함하고 있는 중국의 노동문제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중국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가늠할 중요한 통로 중 하나가 노동자의 조직화와 주체화”라며 “‘노동’을 매개로 한 중국의 정치가 중국 변화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중국 상황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심화하는 ‘노동의 위기’에 직면해 중국의 경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론적·실천적 함의가 무엇인지 고찰하는 데도 중요한 참조가 된다. 즉, ‘현실 사회주의’ 몰락이라고 일컬어지는 박제화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체계적 진단과 비판에 기초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전략과 이론적 토대가 무엇인지 모색할 필요를 제기한다.  -<노동으로 보는 중국> 중에서

※ [책에서 만난 노동] 서점에서도 ‘노동’은 그다지 인기 있는 분야가 못됩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우리 노동에 대한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라본 우리 노동, 우리의 삶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어떤 고민과 변화가 필요할까요? [책에서 만난 노동]을 통해 노동 책과 저자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