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마법 같은 회사분할제도, 노동조합엔 ‘파괴수단’
기업엔 마법 같은 회사분할제도, 노동조합엔 ‘파괴수단’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사분할 시 노동자 권리침해 ‘극심’ …
법적 방패도 없어 “눈 뜨고 코 베일 수밖에”
동의 없는 전적과 단체협상 무력화 가능 …
‘산별노조’ 대안이라지만 “답 없는 문제”

[리포트] 노동권 침해하는 회사분할

상황을 가정해보자. A회사에는 1,00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모두 B노동조합에 속해있다. A회사와 B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맺었다. 1년 후 A회사의 경영진은 회사분할제도를 통해 A회사를 A1회사(존속)와 A2회사(신설) 둘로 쪼갰다. 그런데 분할을 하면서 A1회사에는 노동자를 한 명도 남기지 않고, A2회사에 노동자 1,000명을 모두 배치했다. 이때 노동자 1,000명은 A2회사에 다니기를 거부하고 A1회사에 근무할 수 있을까? 또한 A회사와 B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은 어떻게 될까?

현재 형성된 판례는 노동자에게 절망적이다. 일단 노동자는 군말 없이 A2회사에 다녀야 한다. 더불어 A회사와 B노동조합 간에 맺은 단체협약은 사라진다. 정확히 말해서 A회사와 B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은 존속회사인 A1회사와 B노동조합으로 이전됐다. 하지만 A1회사에는 노동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단체협약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제든지 눈 뜨고 코 베일 상황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처해있다. 회사분할 시 노동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

지난 8월 28일 금속노조가 주최한 재벌규탄 결의대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 8월 28일 금속노조가 주최한 재벌규탄 결의대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회사분할, 기업에는 ‘특효약’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내일도,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회사분할제도는 IMF 사태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998년 12월 28일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하며, 출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고, 전체 의결권 3분의 1 이상이 찬성한다면 분할이 가능하다.

한국의 회사분할제도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라는 방식이 있다. 인적분할은 아메바 분열과 같다. 기존 회사와 똑같은 주주 구성으로 신설 회사가 만들어진다. 예컨대 기존 회사에 주식을 10%를 가지고 있다면, 신설된 회사에서도 10%의 주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인적분할로 만들어진 신설회사는 거래정지 후 재상장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증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적분할은 지주회사의 영향력을 증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령 A회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A1(존속)과 A2(신설)로 나뉘면, 존속회사의 주주는 새로 취득한 신설회사의 주식을 존속회사에 현물출자하여 존속회사의 주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회사분할만으로 기존 주주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물적분할의 경우는 기존 회사에 100% 종속되는 자회사가 신설된다. 여기서 기존 회사의 주주는 자회사의 주식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소액주주가 회사의 자산 감소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물적분할은 주로 기존 회사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취약한 사업부분 때문에 기업전체가 도산하지 않도록 자회사를 분리시켜 위험을 최소화하고 ‘유한책임’을 지정한다.

회사분할, 노동자에게는 ‘악몽’

회사분할제도는 기업에는 특효약이다. 간편한 구조조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고, 회사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할제도는 노동자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잇따른 회사분할로 노동조건은 알게 모르게 개악돼 왔다. 대표적으로 단체협약이 없어지는 문제다. 네이버는 2019년 7월 인터넷 쇼핑 및 모바일 금융거래를 맡고 있던 네이버페이 서비스 부문을 물적분할한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 서비스는 11월 1일 부로 분할돼 ‘네이버 파이낸셜 주식회사’라는 신설법인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위원장 오세윤)가 네이버와 1년 간의 교섭 끝에 지난 6월 맺은 단체협약은 네이버 파이낸셜에 적용되지 않았다.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10월 18일 주주총회에서 분할이 승인됐다. 2019년 1월 2일 한국지엠은 한국지엠과 연구개발 법인인 한국지엠테크니컬코리아로 나뉘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임한택)는 이에 대응해 2018년 12월 14일 대의원대회에서 한국지엠테크니컬코리아의 조합원도 한국지엠지부 소속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하지만 한국지엠테크니컬코리아는 기존 단체협약 적용을 거부하고 심지어는 교섭과정에서 개악된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11월 15일 이사회에서 기존 현대중공업을 1현대중공업 2현대건설기계 3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현 현대일렉트릭) 4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 4개 회사로 인적분할을 의결했다. 이후 2017년 2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의 주식으로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식을 맞바꾸는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지주는 2017년 8월 1일 부로 현대중공업 지분 27.8%, 현대건설기계 지분 35.6%, 현대일렉트릭 지분 32.1%를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25.8%까지 올렸고, 2018년 3월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5.1% 취득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다. 권 교수는 “지주회사제도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시켜 일렬종대로 세우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회사분할제도를 통해 애당초 하나의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서 지주회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 시기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교섭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지주사로 나뉘어 별도로 진행됐다. 기존 현대중공업과 맺은 단체협약이 확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섭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이 7명에서 20명으로 늘어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박근태)는 11개월 동안의 장기 교섭과 파업 끝에 신규 단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1월 30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매각을 결정했다. 이어 5월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의결하고 6월 3일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의 등기가 완료됐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사이에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새로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단체협약은 또 다시 날아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아직도 단체협약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5월 31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현대중공업은 당일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2019년 5월 31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현대중공업은 당일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법의 공백에 상법을 가져다 둔 2013년 대법원 판결

권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의 실현으로 얻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회사분할로 인해 박탈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왜 기존 단체협약이 신설되는 회사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것일까. 엄연히 분할 전에는 ‘한 몸’이었던 회사인데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법 제도의 미비다. 한국의 법제에는 회사의 변동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동관계의 변화에 대처하는 노동법제가 없다. 회사가 쪼개지면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변화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규율하는 노동법은 전무하다. 여태껏 법원은 영업양도나 현물출자 혹은 회사분할의 장면에서 주주와 채권자인 거래를 규정하는 상법의 적용이 불가능한 노동관계의 문제는 법관의 적극적인 ‘법 해석’과 ‘법 형성’ 차원에서 권리를 보장했다.

2013년 대법원판결 이전의 판례의 논리가 그렇다. 영업양도, 현물출자, 회사분할 등 장면에서 상법에 따라 영업의 거래(포괄적 영업 승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가 근무지를 선택 혹은 거부할 수 있는 ‘전적거부권’도 인정했다. 회사의 구조 변동에 대응하는 노동법제가 없지만,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하여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권 교수는 “2013년 현대그린푸드 판례는 자본에게 회사분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용감함을 불어넣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린푸드 사건은 2008년 현대그린푸드가 법인사업을 분할해 현대비엔피를 세우자, 기존 현대그린푸드 조합원이 현대비엔피로의 전적을 거부하고 부당 전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 대법원판결(2011두4282 판결)은 회사분할 시 노동자의 전적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회사분할은 영업양도와 다르다. 2회사분할은 분할계획서에 따라 승계를 규정한다. 3분할계획서에 근로계약 문제를 적시하고 노동자에게 이를 알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구하면서 4노동권을 침해할 목적으로 분할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5노동자는 분할과 관련된 회사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논리로 판결을 내렸다. 요컨대 노동법의 공백을 ‘상법’에 논리에 따라 메운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권 교수는 “강행법은 허락한 것만 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회사분할제도는 분할계획서에 양도할 수 있는 것을 명시해둔다. 그것 말고는 기재가 안 된다. 분할계획서에 고용계약이나 단체협약을 허용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법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 판단하는 순간 법관의 월권”이라면서, “2013년 판결에서 상법에 적용하라고 판단했다. 이건 거짓말이다. 2013년 판결 전까지 누구도 상법 규정이 노동계약 승계에 적용된다는 생각을 안 했다. 회사법의 사전거래상 노동자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상법 규정 가지고 고용 관계가 승계된다고 하면 얼마나 문제인가”라고 비판했다.

회사분할로 단체협약 날리기, 법으로는 어떻게 못 해

이후 법원은 2013년 대법원의 논리에 기초해 분할 전 회사와 맺었던 단체협약을 신설회사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이 2017년 제기한 소송(서울지방법원 2017카합80551 결정)과 한국지엠이 2019년 제기한 소송(인천지방법원 2019카합10014 결정) 결과 패소한 것이 그 예다. 재판부가 일관되게 단체협약 등 노동계약은 ‘상법상’ 거래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행 판례에서 회사분할 시 단체협약은 ‘비대체적 작위의무’로 간주한다. 비대체적 작위의무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의무다. 분할 전 회사와 노동조합이 맺었던 단체협약을 분할 후 신설회사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할 전 회사와 분할 후 신설회사가 비록 ‘한 몸’에서 나왔다지만, ‘법인격’ 상 다른 존재이기에 의무를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권 교수는 이러한 회사분할제도를 ‘지극히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창구 단일화 제도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노동자의 구성을 회사분할을 통해 사용자가 바꿀 수도 있다.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며, “현재 1사 1교섭 원칙이라는 법제도 하에서 회사분할은 교섭을 쪼갤 수 있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노동조합 조직자체를 재편하는 권한이 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회사분할과 창구단일화로 교섭권이 제한된 사례가 있다. 한화그룹은 2014년 11월 26일 삼성테크윈을 인수했다. 2014년 12월 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지회장 정병준)가 설립되자 회사는 곧바로 기업노조를 결성했다.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기업노조가 획득했다. 이후 삼성테크윈지회는 2016년 말 교섭대표노조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회사는 분할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자회사 3개(한화디펜스,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지회의 교섭력은 크게 위축됐다.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는 2018년 11월 만료됐지만, 2017년, 2018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또한 4개 회사는 금속노조 조합원이 많으면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기업노조 조합원이 다수면 단일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금속노조 조합원이 다수인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업체’이기에 파업권이 제한되고 있다.

입법과 산별 체제가 대안이라지만...

권 교수는 입법이나 대항 판례 구성 혹은 산별 체제가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별체제가 확립되면 1사 1교섭에서 벗어나 회사가 분할되거나 바뀌어도 단체협약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회사분할제도가 제정된 지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입법안조차 발의 되지 않고 있다.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대항하는 판례가 쌓이기에는 패소에 대한 부담이 크다. 소송조차 어렵다.

더욱이 양대노총조차 산별교섭의 첫발이 될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에 소극적이다. 지난 2011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이 헌법재판소에 창구단일화제도 위헌심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4월 8명 전원일치로 기각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에서는 위헌소송조차 제기한 바 없다. 권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글을 쓰면서 2013년 대법원 판례가 문제의 원흉이라고 했지만, 뒤에서 결말을 못 짓는 이유가 사실 어쩔 수 없기는 해요. 뾰족한 수가 없죠. 20년 동안 법 하나 안 나왔는데요. 게으른 국회고 정부에요. 결국 갈려나가는 건 노동자들인 거죠. 일반 조합원 중에서 자기 회사가 분할되지 않는 이상 누가 선제적으로 관심가지겠어요? 그러면 결국 누가 해야 해요? 실질적으로 98년에 법 만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제대로 이슈라이징을 못했던 거는 양대노총이죠. 했었어야 하는 일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