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일회용품 이제그만
배달음식 일회용품 이제그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9.11.03 10:51
  • 수정 2019.11.03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연합 기고] 배선영 녹색연합 전환사회팀 활동가 | bsy@greenkorea.org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47%가 포장재이다. 우리나라 배달 중개 서비스 이용자는 2018년 기준으로 약 2,500만 명이라고 한다. 전자상거래 확산, 1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좀 더 편리하게 음식도, 물건도 배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일회용품 포장재 쓰레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커지는 배달 소비 시장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마땅한 규제나 정책이 없으니 배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음식 포장에 사용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현재 100% 재활용할 수 없다.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이물질을 깨끗이 씻는다고 하더라도 처리 시설에서 다른 재활용품 쓰레기들과 섞여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뚜껑은 PP, 용기는 PS…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을 맨눈으로 분류해내기는 불가능하다.

쓰레기 소각장, 쓰레기 매립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이제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는데도, 갈 때마다 충격을 받는다. 너무나 많은 쓰레기가, 적은 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처리되고 있다. 시설에 들어설 때 온몸에 배어든 악취는 지금 떠올려도 코끝에 맴돈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가 옮기고, 누군가가 만지고 골라내며, 누군가가 씻는다는 것, 음식이 나의 입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고가 있었겠지만, 음식을 담았던 포장 쓰레기가 버려진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의 노고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의도치 않게, 어떤 동물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는다. UNEP에 의하면 매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바다새가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바다소 등 보호해야 할 해양 포유동물이 10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매년 최소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출되며, 이는 1분마다 트럭 1대의 쓰레기를 바다에 덤핑하는 수치나 마찬가지라는 WEF의 보고서 내용은 더 충격이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 시켜 먹지 말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의 편리를 위해 선택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알게 된 이상, 조금은 신중해지려고 한다. 한숨만 쉬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부나 기업에 대책을 요구 한다거나, 재활용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적극적으로 찾아 본다거나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안’이라고 하니 얼마 전, 모 배달 중개 서비스 업체에서 ‘생분해 용기’를 배달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등의 키워드로 언론 보도가 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친환경일까? 플라스틱 용기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버릴 경우,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 배출하더라도 다른 플라스틱 재질과 섞이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재활용품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으로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구분해 재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일반 쓰레기로 버리라’라고 안내한다. 일회용품의 대안으로 모양만 다른 일회용품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처리해야 할 쓰레기 양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편리함의 대가를 치르다’라는 진부한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지구적 골칫거리가 되었다. 재활용 안 되는 플라스틱의 처리 비용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 사서 고생인 셈이다. 고스란히 내일의 부담으로 지워지기 전에 지금 당장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적절한 제도와 대안이 마련된다면 분리 배출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동물의 뉴스를 전해 듣는 고통도 분명 줄어들 것이다.

* 누구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배달음식 일회용품. 녹색연합은 정부에 관련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배달 음식 1회용품 이제 그만’ 서명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서명 캠페인 사이트 : campaign.greenkorea.org/stop-disposable)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