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의료수요 증가하는데 의대정원은 동결 … 의료현장 ‘아수라장’
고령화로 의료수요 증가하는데 의대정원은 동결 … 의료현장 ‘아수라장’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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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부족으로 의사 과로사, 간호사의 의사 업무부담, 의료격차 문제 심각
보건의료노조,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하고 공공의료 확충해야”
11월 13일 낮 11시 30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늘어만 나는 의료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현재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1월 13일 낮 11시 30분 국회 앞에서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민건강권 침해 심각하다!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하고 공공의료 확충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실제로 한국의 의사 수는 태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는 11.5개로 OECD 평균 4.7개에 비해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한의사 포함)에 불과해 OECD 평균 3.3명보다 오히려 적다. 돌봐야하는 환자에 비해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문제① 의사의 과로사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에 따라 의료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먼저 의사의 과로사 문제다. 지난 2월 4일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었다. 그보다 3일 전 고(故) 신형록 가천대길병원 소아과 전공의도 당직 근무 중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고 윤 센터장의 죽음 이전 12주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118시간 42분이었고, 고 신 전공의의 경우도 117시간 50분이 달했다.

문제② 간호사에게 전가되는 의사의 일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과중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 이하 PA간호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에게까지 업무 부담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PA간호사는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PA제도가 법제도로 정착됐고, 의사와 PA간호사의 업무분장이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의료행위’ 등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

보건의료노조는 “PA간호사가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보건의료노조의 조사결과 42개 병원 중 69%가 PA제도를 운영하며, 평균 50.8명에서 가장 많은 경우 184명까지다.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요구안을 제출하기 전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중간)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문제③ 의료서비스의 지역격차, 의료공공성 훼손

더욱이 의사 부족으로 의료공공성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지적했다. 실제 국가통계포털의 지역별 인력현황에 따르면, 2019년 3/4분기 기준 서울과 경기지역 의사 수는 약 51,500명으로 전국 의사 수 105,865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방에는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다. ‘지방 살면 죽고, 서울 살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면서 “서울 강남구와 경북 영양군의 치료가능사망률은 3.6배가 넘는다. 또 산모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이 서울은 3분이지만, 전남은 42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의사이기도 한 장호종 무상의료본부 위원은 “의사 수가 문제가 아니라 지역 병원과의 불균형이 문제라고 한다. 왜 불균형한가? 필수적인 의료를 시장논리에 따라 맡기면 어쩔 수 없다”며, “의료를 정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돈으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의료강화 및 공공의과대학 설립해야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의사부족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적극적 대응 ▲국회 계류 중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 통과 촉구 등을 주장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에서 의사인력 확대하라는 요구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사부족의 문제가 환자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20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은 단 한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병상은 지난 10년 동안만 해도 30%가 늘었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요구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의사의 역할은 더 많이 요구되지만 의사인력부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나 위원장은 “안타까운 점은 지난 9월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법이 발의된 지 1년 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11월 19일 제정법공청회에서 우선해서 다뤄야 하며 1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보건복지위 법안 소위 지체 없이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김세연 국회보건복지위원장에게 요구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