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 포괄임금제로 고통 받는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 포괄임금제로 고통 받는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14 19:48
  • 수정 2019.11.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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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노동조건 악화 … ‘포괄임금제’가 가장 큰 문제 지적
11월 14일 오전 10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985년 6월 24일 구로공단에서는 장시간노동-저임금에 항의하는 동맹파업이 일어났다. 그리고 3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구로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비해 노동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여전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이하 노동자의미래)는 11월 14일 오전 10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자의 미래가 지난 5월 보름에 걸쳐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이하 디지털산단) 노동환경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대비 디지털산단에서 제조업은 감소(40.7%→26.7%)하고 방송정보통신업(20.3%→31.9%)은 증가했다. 직종별로도 전문직과 사무직이 각각 41.6%와 39.6%로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 반면, 생산직은 9.4%에 불과하다. 디지털산단의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못했다. 노동자의 미래 조사결과에 따르면, 38.8%의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40시간을 넘는 연장근무를 했다. 또한 이 중에서 주52시간을 넘게 근무하는 노동자도 11.4%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식첨단 업종의 경우 11.3%, 제조업의 경우 14%로 다소 증가한다. 더불어 법정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25.2%에 달했다. 장시간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미래는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원인 중 하나로 ‘포괄임금제’를 지목했다. 포괄임금제는 시간외 근무가 일상적이며 근무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전합의 된 연장근무시간을 미리 계산해서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 약정된 추가 근무시간과 그에 따른 수당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사결과에 따르면, '출퇴근 기록을 별도로 기록한다'는 기업은 64.5%에 달하면서 동시에 포괄임금제를 실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4%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기업은 포괄임금제를 실시할 수 없다. 또한 ‘연장근무수당이 정확히 몇 시간 어치의 연장근무시간에 따른 것인지 안다’는 응답은 22.6%에 불과했다. 연봉제 혹은 포괄임금제를 실시함에도 정확히 얼마만큼의 연장근무수당을 받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더욱이 ‘별도로 지급받아야 하지만 받은 적 없다'는 응답, 즉 '별다른 이유 없이 연장근무수당을 안 준다'고 응답한 비율도 23.1%에 달했다. 불법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운용되는 상황인 것이다.

박준도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은 “단기근속 비중이 높고 최저임금 미만율 비중도 높으며, 장시간, 공짜야근을 종용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만연한 곳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며, “법정최저임금이 올라도 연봉제와 포괄임금제,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임금은 오르지 않으며 중소 스타트업기업에서 일하는 탓에 연장근로 상한제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청년노동자들이 구로금천 지역으로 인입과 이탈을 반복하는 것이 정확히 이를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노동자의 미래는 이날 토론회에서 디지털산단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 중심 기업지원에서 기업지원방식으로 전환 ▲포괄임금제 등 탈법적인 행위 규제 ▲집단적 노사관계 전제 위한 노조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