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위탁전화상담원 "일에 보람 느끼지만 동일노동·차별처우 해소돼야"
고용부 위탁전화상담원 "일에 보람 느끼지만 동일노동·차별처우 해소돼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1.15 08:59
  • 수정 2019.11.15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원인의 귀높이에 맞추는 상담 보람 있어"
"같은 일해도 센터마다 다른 임금·노동조건은 고용노동부가 해소해야"

[인터뷰] 이슬기 여성노조 고용노동지부 광주고객상담센터 지회장

지난 4일 오전, 고용노동부 민간위탁 전화상담원에게 상담이 몰리는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헤드셋을 벗고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우선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은 상담전화 '1350'과 고용센터 대표전화로 걸려오는 문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들은 근로기준, 실업급여, 고용보험, 출산휴가, 육아휴직급여 등 고용과 노동 관련 정책·제도를 상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들이 일하는 고객상담센터는 울산, 안양, 광주, 천안 등 전국 4곳에 있는데 울산을 뺀 3곳은 민간 업체에서 위탁 운영 중입니다. 

고용노동부 위탁 전화상담원들은 직접고용된 울산센터 전화상담원(120명)과 위탁고용된 3개 센터(500여 명) 전화상담원 간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가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차별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직접고용을 요구했습니다. 

이어지는 결의대회에서 현장발언을 듣던 기자의 귀를 사로잡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슬기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지부 광주고객상담센터 지회장인데요. 전화상담으로 다져진 이슬기 지회장의 분명한 발음과 포근한 목소리가 울리자 분명 취재현장인데 마치 친절한 상담을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발언을 들을수록 이슬기 지회장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꼭 인터뷰해야겠다는 요량으로 결의대회를 마친 뒤 독사진까지 찍어두었죠.  

이슬기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지부 광주고객상담센터 지회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슬기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지부 광주고객상담센터 지회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슬기 지회장은 여전한 목소리로 결의대회에서는 미처 다 듣지 못했던 고용노동부 위탁전화상담원들의 이야기를 조리있게 설명해줬습니다. 전화상담원이라는 직업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생각도 들려줬고요. 

- 지회장님, 2주 만에 뵙습니다.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저는 고용노동부 광주고객상담센터에서 2015년 2월 11일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전화상담원입니다. 상담하는 분야는 실업급여, 취업성공패키지, 내일배움카드, 청년내일채용공제 등 구직활동, 취업 관련된 내용은 다 하고 있어요.

- 하루 노동시간은 어떻게 되세요? 
 광주센터 전화상담원(약 140명)은 전부 시간제로 일하고 있어요. 오전(9시~13시30분), 오후(13시30분~18시)로 팀을 나눠서 4시간씩 일하고 30분은 무급 휴게시간이에요.

- 임금은 어느 정도 받으시나요? 
최저임금(시급 8,350원)을 받아요. 매일 4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80만 원 정도 받죠. 여기에 성과급이 있어요. 매달 전화통화량, 통화시간, 상담품질 등을 점수화해서 S부터 D까지 등급을 매기는데 6명 정도인 S등급은 성과급 11만 8,000원을 받고 10명 정도인 D등급은 아무것도 없어요. 기본급이 워낙 낮아서 성과급을 좀 받아야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 그렇군요. 하루에 전화 상담은 몇 건 정도 받으세요?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1~3월은 '호주기'라고 상담이 폭주하는 시기예요. 이때는 하루에 100~120통씩 전화를 받아요. 호주기에는 연결을 기다리던 민원인이 포기하고 전화를 끊는 건수도 지속해서 발생하니까 민원도 많고 서비스레벨도 떨어지게 되죠. 회사에서는 당연히 응답률이나 서비스레벨을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고요. 

- 서비스레벨은 뭔가요?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전화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받으라고 해요. 그래야 서비스레벨이 100%가 된대요. 

- 성과급 구조나 응답률·서비스레벨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 노동강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겠어요. 
그렇죠. 상담 전화기에는 '대기'버튼이 있어요. 이 버튼을 눌러야 전화가 들어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상담을 끝내면 상담 내역을 적어야 하잖아요. 콜이 몰리니까 그 시간도 확보할 수가 없어요. 전화를 끊는 순간 즉시 '상담저장'을 누르고 바로 대기 버튼을 눌러야 해요. 기계처럼 '저장-대기-저장-대기'를 반복하면서 밀려드는 콜을 받아내는 거죠. 그때는 진짜 힘들어요. 

- 그럴 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죠. 상담전화를 끊은 뒤 1~2분이라도 제발 시간이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데 그렇지 못하니까요. 저도 목이 굉장히 안 좋아졌어요. 성대결절, 성대폴립으로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조합원도 있고요. 폭주하는 전화를 받다 보면 이명이나 어지럼증도 많이 와요. 게다가 지난해 5월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호주기에는 회사에서 연차를 쓰지 못하게 했어요. 당일 연차도 불가능했죠. 한 달 전에 연차계획을 낸 대로만 쓸 수 있게 해줬어요.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연차를 못 쓰고 근무를 끝까지 해야 했던 사례도 있었고요. 그때 서러웠다는 동료가 많았어요. 

- 상담전화 건수도 느는 추세라고 하던데요.
네, 지난해 대비 7% 정도 상담전화 인입량이 늘었다고 해요. 그런데 지난해 7월 이후로 추가 채용은 없는 상황이에요. 광주센터는 7개 팀으로 20명씩(오전 10명, 오후 10명) 140명이 근무하도록 되어 있는데 제가 두 달 전쯤 실제 근무하는 인원을 봤더니 115명이었어요. 육아휴직자가 20명 정도 되고요. 상담전화는 느는데 상담원이 줄어드니 노동강도는 계속 높아지는 거죠. 

- 연장노동도 하나요? 
지금은 신청자마다 하루 2시간씩 연장노동 하고 있어요. 2시간씩 더 일하는 게 아무래도 생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요. 저희 센터에는 다 맞벌이하는 가정이 있는 여성들만 일하는 게 아니고 혼자 자취하거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담원도 있어요. 그러면 한달 80만 원으로 어떻게 살겠어요? 그래서 투잡을 선택하는 상담원들도 많이 있고요. 

- 직접고용된 울산센터 전화상담원과 달리, 광주·안양·천안센터 상담원은 민간위탁 노동자인데요. 울산 전화상담원과 어떻게 다른 대우를 받고 계신가요? 
우리는 울산 전화상담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고용형태뿐 아니라 노동조건이 달라요. 광주센터는 임금구조가 경력 상관없이 기본급과 성과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울산센터는 경력에 따라 8,678원부터 10,981원까지 임금을 차등 지급해요. 또 울산센터는 급식비 월 13만 원과 복지포인트 연 40만 원을 지급하지만 저희는 급식비도 복지포인트도 없어요. 상여급도 마찬가지예요. 울산센터는 설과 추석 때 40만 원씩 1년에 80만 원 받는데 저희는 2만 5,000원씩 1년에 5만 원 받아요. 물론 울산센터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노동조합이 투쟁해서 얻은 결과라고 하더라고요.  

- 위탁업체끼리도 대우가 다른 점이 있나요?
네, 같은 위탁업체(케이티시에스)가 운영하는 천안센터에는 근속수당이 있는데 광주센터에는 없어요. 다른 위탁업체(케이티아이에스)가 운영하는 안양센터는 휴게시간이 유급인데 천안·광주 센터는 무급이고요. 사실 이런 점도 노동조합이 결성된 뒤에야 알았어요. 처음 알았을 때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똑같이 4시간 반씩 근무하고 있었으니까요. 

- 그렇다면 고용노동부에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가요? 
저희는 울산센터 전화상담원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어요. 또 전일제도 원하고요. 지금과 같은 노동강도로는 8시간까지 근무를 못 하고요. 대신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급여가 적다 보니까 노동시간을 6시간까지는 늘려달라는 거죠. 

- 고용노동부의 반응은 어때요?
콜센터 전화상담사들이 직접고용되어야 한다는 부분엔 동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직제 개편, 위탁사 간 너무나 다른 임금체계 등을 고려하면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 그렇군요. 지회장님 개인적으로 전화 상담하는 일은 어떠세요? 
저는 상담하는 일이 굉장히 재밌어요. 물론 업무가 방대하고 정책도 자주 바뀌어서 공부도 정말 많이 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민원인들이 '이해가 잘 됐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면 정말 뿌듯하거든요. 그래서 따로 공부도 해요. 단순히 교육만 받아서는 상담하기 어렵거든요. 법령이나 지침은 어려운 말로 되어 있어서 민원인들의 '귀높이'에 맞춰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요. 또 묻는 내용에만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현재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더 받을 수 있는지도 안내하거든요. 

- 말 그대로 '상담'을 해주시는 거네요. 
그렇죠. 콜센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여전히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지만 꾸준한 공부와 센스를 갖춰야지만 좋은 상담을 할 수 있어요. 미성년자부터 어르신까지 그렇게 상담해줬을 때 고마워해주시면 저는 큰 보람을 느껴요.

- 노동조합 이야기도 궁금해요. 노동조합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저는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45살인데 일찍 결혼해서 아이 셋을 키웠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한 지는 5년밖에 안 된 거예요. 노동조합도 처음이죠. 그래서 지난해엔 정말 뭐가 뭔지 몰랐어요. 그러다가 요즘 드는 생각이 노동조합은 사측과 싸우고 우리의 요구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정말 더불어서, 사람 사는 사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당연한 것들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사회 안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 같고요. 

- 그럼 마지막으로 광주센터 노동조합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조합원들한테 재미있게 활동하자고 자주 이야기해요. 즐거운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때로 여러 활동이나 소모임 같은 것들도 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이 회사생활에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난달에는 원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원예 테라피'도 했어요. 처음엔 나무나 꽃을 심는 게 얼마나 힐링이 될까 싶었는데 참여해보니까 나무가 생명이잖아요? 생명을 심어서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또 이번 달에는 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셔서 근로기준법 교육을 간단하게 받은 뒤에 영화 관람하는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저는 노동조합이 서로 도와주고 서로 사랑하고(웃음) 더불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