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택배기사, 사업자 아닌 노동자 맞다" 첫 판결
법원 "택배기사, 사업자 아닌 노동자 맞다" 첫 판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1.15 15:42
  • 수정 2019.11.15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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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택배기사는 근로자, 노동조합 합법"
택배노조 "CJ대한통운, 판결에 승복해 노조 인정하고 교섭 응해야"
15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이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15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이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택배기사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15일 CJ대한통운 소속 대리점주 등 25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의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면서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환, 이하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나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택배기사가 주체가 돼 조직된 택배노조 역시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택배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측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으며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결정 또한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제공자 소득이 특정사업자에 의존하는지 △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를 제공받은 특정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 결정하는지 △특정 사업자에게 받는 임금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고려해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

앞서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에 따라 노조 설립필증을 발부받았다. 이후 택배노조는 지난해 1월 위·수탁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과 소속 대리점에게 △표준계약서 작성 △공짜노동 분류작업 해결 △갑질해고 근절 등을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체교섭에 필요한 절차인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니 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해 수십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재판과정에서 "택배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에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으며 설립필증을 발부한 정부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은 CJ대한통운 대리점주 등 25명이 낸 행정소송이 병합된 것으로 CJ대한통운이 낸 소송은 다른 재판부에 계류 중이다. 택배노조는 쟁점과 판단 기준이 같은 사안이므로 CJ대한통운이 원고인 재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노조는 성명을 통해 "법원 판결은 CJ대한통운과 소속 대리점들의 '시대착오적 노동조합 불인정 행태'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은 '전가의 보도'처럼 이야기하던 사법부 판결에 승복하고 지금 당장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