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상한제, 중소기업 연착륙 위해선 ‘생산성 향상 필요’
주52시간 상한제, 중소기업 연착륙 위해선 ‘생산성 향상 필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19 13:09
  • 수정 2019.11.1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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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따라 납기일 준수 어려움, 생산성 감소 우려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과 ‘사용자-노동자 간 성과공유 선순환 구조’ 마련돼야
11월 19일 오전 10시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11월 19일 오전 10시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도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따라 ▲납기일 준수 어려움 ▲생산성 감소(노동강도 강화) 등이 우려된다고 중소기업계는 지적했다.

중소기업에게 원청과의 거래관계는 절대적이다. 2018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에서 하도급 업체의 비중은 44.5%에 달했다. 더욱이 하도급 기업의 매출액 중에 위탁 납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80.8%에 달한다. 그러나 2018년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1.2%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차질과 납기준수 곤란’을 우려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납기일을 맞추고 원청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과의 거래에 있어서 납기를 어긴다는 것은 거래 관계의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납품날짜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납기준수가 어려울 경우 물량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는 현장 발언이 있었다”며, “중소기업에게 납기일 충족은 이 말보다 더한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4.3달러(OECD, 2019)로 OECD 평균 48.2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노동생산성이 저조한 가운데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면 생산성 하락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노 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가 더 철저해진다. 사무직의 경우 화장실에 가는 것이나 전화통화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급여는 급여대로 깎이고 일은 일대로 더해야 할 것 같다’는 현장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노 연구위원은 “주68시간제에 기반한 정책과 마인드를 주52시간제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사용자와 노동자 간 성과공유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 기술 및 혁신 노하우 전수 시스템 구축 ▲대기업 퇴직 인력을 활용한 중소기업 혁신 컨설팅 강화 ▲대-중소기업 상생형 계약학과 개성 촉진 ▲중소기업 R&D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기업 성과 공유 활성화를 위해 ▲사용자-노동자 간 성과 공유 활성화 ▲중소기업 장기재직자에 대한 소득 확대 지원 ▲중소기업 성과공유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정부에서 응급조치에 해당되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더 필요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는 격”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은 국회에서 해결돼야 한다.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다해서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국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8일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50~299인)에 주52시간 상한제 처벌 유예기간을 1년 이상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요건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행규칙을 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