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주 52시간제 취지 훼손 시, 정부와 사회적 대화 전면 재검토”
한국노총, “주 52시간제 취지 훼손 시, 정부와 사회적 대화 전면 재검토”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1.19 15:38
  • 수정 2019.11.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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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장 인가제도’ 취지 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
ⓒ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299~50인 사업장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다. 이에 맞춰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주 52시간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해 보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완대책에는 ▲시행사업장에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 상한제 도입을 1년 유예한다는 대책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 발표 다음날인 19일 오후 한국노총 소회의실에서 ‘인가 연장근로 관련 정부대책 문제점’에 대한 기자브리핑을 가졌다.

먼저,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별연장근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라고 바로잡으며,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근로기준법 제 53조에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발표에서 “시행규칙에서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에 대해 “자연재해 국가재난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당사자 동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제도”이며 “고용노동부는 근본 취지와 달리 일반적인 경영상 사유까지 포함하고자 하는 것은 근본 취지를 왜곡하고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해외 사례를 추가해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해외사례에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와 아닌 것이 혼용돼 있고, 해외에서도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재난 등과 같은 긴급한 사유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자연재해나 국가재난 등과 같은 상황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연 6~7건 정도 수준에만 활용된다”면서 “올해 일본수출규제 및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특수 상황이 있었지만 700건 가까이 수가 늘어난 것은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승인건수는 ▲2015년 6건 ▲2016년 4건 ▲2017년 15건 ▲2018년 204건이다. 2019년 10월 기준 일본수출규제(20건) 및 아프리카 돼지열병(81건) 포함 총 787건이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 취지 훼손 시,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참여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국노총은 정부에서 ‘특별연장제도 인가제도’ 취지를 왜곡하는 보완대책 시행 시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정부에서 발표한 시행규칙이 개정될 경우, 상시적으로 연장 근로가 가능해질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한다”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생명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헌법 제 10조와 헌법 제 32조 제 3항에 반하기 때문에 헌법 소원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의 제도취지에 반하는 시행규칙에 대한 행정소송이나 정부의 개별 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보완대책 발표로 인해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현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재호 화학노련 정책실장은 “많은 사업장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지 노사가 성실히 교섭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에 대한 시행규칙 변경을 밝히면서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에서는 탄력근로제 시행 등 관련 입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20년 1월에 보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심각하게 훼손되는 계도기간 연장이나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에 대한 시행규칙 등이 실행된다면 경사노위를 비롯한 정부와 사회적 대화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