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강산업 노동자들, 경영진 간 갈등에 24년 지켜오던 일터 잃을 위기
세강산업 노동자들, 경영진 간 갈등에 24년 지켜오던 일터 잃을 위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25 16:48
  • 수정 2019.11.2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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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케미칼 임원이 관행적으로 맡아오던 세강산업 사장직 두고 내부 갈등
‘99.9%’ 비중 포스코케미칼과 12월 말 계약종료 … '일터 잃을 위기' 상경 투쟁 진행
11월 25일 낮 12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11월 25일 낮 12시 서울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진행된 상경투쟁 현장. ⓒ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경영진 내부 다툼으로 노동자들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세강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재식, 이하 세강산업노조)은 11월 25일 낮 12시 서울 포스코 본사 앞에서 ‘세강산업을 살려주십시오’라는 경고 파업 집회를 열었다. 세강산업노조는 이미 11월 20일 광양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 바 있다.

세강산업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경영진 간 사장자리를 두고 일어난 다툼에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세강산업은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의 하청업체로 60여 명의 직원이 연 70~8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96년 8월 포스코케미칼로부터 분사한 세강산업은 관례적으로 포스코케미칼 임원이 사장직을 맡아 왔다. 1996년 8월 김종회 사장(당시 광성기업), 2005년 11월 이진원 사장(당시 라경산업), 2013년 10월 김진만 사장(현 세강산업)으로 인선에 맞춰 사명도 변경돼 왔다.

하지만 최근 세강산업 사장직을 두고 내홍이 생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세강산업노조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현 김진만 사장의 임기를 2013년 10월부터 2020년 10월까지로 해서 7년 임기를 보장했다. 하지만 2019년 초 포스코케미칼은 임기 중 사직을 권고했고, 김 사장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던 2019년 1월 6일 후임 사장이 인선돼 세강산업에 내려오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세강산업에 2019년 12월 말 작업종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강산업은 포스코케미칼과 99.9% 협력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설비 또한 포스코케미칼이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어 계약종료는 사실상 세강산업의 폐업을 의미한다.

포스코케미칼은 계약종료 이후 세강산업의 노동자를 다른 포스코케미칼 하청사에 보내기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체협약 보장 등 문제가 남아있다. 더욱이 세강산업노조는 2019년 1월에 설립된 신생노조다.

김재식 세강산업노조 위원장은 “포스코케미칼은 겉으로는 다른 조직으로 보내면 고용보장이 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노동자들은 세강산업에서 24년 동안 일해왔다. 노동자들은 잘못이 하나 없는데 경영진의 갈등으로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대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세강산업노조는 11월 25일과 26일 양일간 경고파업을 진행한 이후 12월 2일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포스코 케미칼에 ▲분사없는 매각 ▲저하없는 임금, 복지사수(매각시 임단협 100% 승계) ▲전 조합원 고용보장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