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모의 노동일기] 완벽한 계란찜을 만드는 방법
[손광모의 노동일기] 완벽한 계란찜을 만드는 방법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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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을 글로 적습니다. 노동이 글이 되는 순간 노동자의 삶은 충만해진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노동도 글로 담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살고 싶습니다.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맛있는 계란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꽤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먼저 1.5인분의 양인 계란 3개다. 혼자 먹기에는 꽤 많지만 가장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양이다. 물은 계란 양의 약 1/3에서 2/3가 적당하다. 요즘에는 계란의 양보다 물을 많이 넣거나 1:1 비율로 넣어 많이 부풀어 오르는 식감의 계란찜이 유행이다. 하지만 정통 방식은 아니다. 물을 많이 넣으면 계란찜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색감도 연한 노란색으로 보기에 더 좋긴 하나, 탱탱한 계란의 식감과 거기에 따라오는 특유의 짠맛, 마지막으로 은은한 계란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물은 계란의 양보다 적어야 한다.

다음으로 간을 맞출 차례다. 소금은 꽃소금으로 ‘약간 짤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 넣어준다. 계란찜은 밥과 함께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법이다. 그리고 조금 과할 정도의 후추, 해초류 베이스의 MSG도 감칠맛을 위해 넣어주자. 고춧가루와 설탕도 빼먹을 수 없다. 고춧가루의 빨간점은 완성된 계란찜의 미관을 약간 해치지만, 계란찜 그릇의 밑바닥을 벅벅 긁게 하기 위해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약간의 매콤함은 필수다. 설탕도 아무도 넣은 걸 모를 정도로 살짝만 넣어야 한다. 짠맛과 담백한 맛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단맛은 계란찜에서 튀지 않을 정도로만 필요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훌륭한 계란찜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완벽을 기하려면 토핑을 추가해보자. 토핑으로는 자잘한 칵테일 새우나, 짠 맛이 강한 소시지가 적당하다. 소시지를 쓸 때에는 최대한 잘게 썰어야 한다. 숟가락의 3분의 1 이상을 가리면 안 된다. 또한, 토핑을 추가할 때는 절대 계란물을 넘지 않을 정도로만 넣어야 한다. 계란과 토핑의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 계란찜 특유의 맛은 사라진다. 계란찜을 한 술 뜰 때 하나 두 개 정도의 토핑을 건질 수 있는 정도가 딱 알맞다. 비록 토핑에 따라 계란찜의 이름이 ‘새우 계란찜’, ‘소시지 계란찜’ 등으로 시시각각 바뀌지만, 토핑의 양이 과하지 않아야 어디까지나 ‘계란찜’으로 남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데 모인 재료를 큰 그릇에 담아 골고루 섞어준다. 그 다음 전자렌지나 중탕으로 5분 30초 정도를 끓여준다. 기다리는 동안은 밑반찬과 따스한 밥을 준비하자. 계란찜이니 평소보다 약간 많은 밥이 필요할 테다. 시간이 되면 바로 먹지 말고 숟가락으로 계란찜 중간을 푹 찔러야 한다. 계란물이 그대로 나온다면 조금 더 익히도록 하자. ‘이게 다 익은 건가?’라고 의구심이 든다면 완벽한 계란찜에 근접한 상태다.

식사 전 마지막 과정으로 익힘 정도를 확인했던 계란찜 중간의 숟가락 자국 주위로 참기름을 한 바퀴 돌려줘야 한다. 참기름을 끼얹는 작업은 완성된 계란찜의 형태가 보이면서 잊어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참기름을 넣었나 혹은 넣지 않았나에 따라 ‘첫술’에 다가오는 임팩트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참기름의 양은 '어? 조금 많이 넣지 않았나?’하는 정도로 빠뜨리지 말고 넣어주자.

계란찜은 메인음식에 견줄만한 밑반찬이다. 메인이 없는 식탁에서 계란찜은 단연 숟가락들이 모이는 지점이다. 서울 생활 6개월 차에 접어드는 엊그제 오랜만에 반가운 고향친구가 서울을 찾아왔다. ‘자취 꿀팁’이라며 빨간색 전자렌지 전용 계란찜 용기를 선물로 가지고서. 언제 먹어도 계란찜은 맛있다. 다만 2인분 이상일 때 가장 맛있게 요리할 수 있고, 함께 먹을 때 가장 '완벽한' 계란찜을 맛볼 수 있다. 잠시 들렀다 떠나는 친구를 보내면서 이제 한동안 다시 완벽한 그 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서글프다. 탱탱한 계란찜 한 술의 짭쪼름함과 뒤따라오는 밥 한 술의 고소함이 친구와 함께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삶이란 계란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