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정사업진흥회노동조합
<13> 우정사업진흥회노동조합
  • 라인정 기자
  • 승인 2008.09.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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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지역봉사로 연대활동 강화
준정부기관 노동조합 한계 극복과 고용안정 고민

우정사업진흥회는 널리 알려진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지식경제부의 우정사업본부 산하기관으로, 우편물 운송사업 및 발착사업(구분·정리·배분)을 주로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이다. 과거엔 전국의 우편물 운송을 모두 담당했으나, 지금은 수도권 지역 우편물 운송만을 맡고 있다. 지방 우편물 운송은 2002년 1월 우정사업진흥회에서 분사된 코트랜스사(社)에서 수행하고 있다.

ⓒ 우정사업진흥회노동조합

수도권 우편물 운반하는 낯선 이름 ‘우정사업진흥회’

우정사업진흥회의 업무관할은 ‘수도권’이다. 수도권을 8개 권역으로 나눠 동서울 관할(의정부, 성남, 수원, 동서울)과 서직 관할(서직, 안양, 부천, 고양)로 분류하고 있다. 우정사업진흥회는 오후 2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수집한 우편물을 8개 우편집중국에 전달한다.

우편집중국에서 분류된 지방행 우편물을 대전물류센터로 싣고 가서 수도권행 우편물을 받아 온다. 이를 다시 각 우편집중국별로 분류해 운반하는 것까지가 이들의 업무다.

우정사업진흥회는 우편물 운송이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하루 300~500㎞정도 거리를 운행한다. 정확한 시간 내에 배송해야 하므로 장거리 심야운전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특히 우편물 운송량이 폭증하는 명절과 연말, 각종 기념일 등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엔 10일 정도 연·월차 휴가사용이 안 되고, 웬만한 공상자들도 업무에 투입돼 시간외근로를 한다.

과거에는 보상원가체제로 예산이 부족하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책정된 예산 테두리 안에서 경영해야 하는 표준원가체제다. 따라서 회계의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최근 유가상승으로 유류비가 오른 데 반해 우편요금과 예산은 오르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우정사업진흥회 노사는 독자적인 수익사업을 통한 이익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물류센터 관리도 이런 사업의 일환이다. 우정사업진흥회는 현재 동서울과 양천 물류센터 관리를 맡고 있다. 조만간 생길 대전 물류센터도 관리할 예정이다. 물류센터를 관리하면서 영업업무도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정사업진흥회’란 회사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공사화 논란에 고용안정 가장 큰 고민

1981년 7월 19일에 창립한 우정사업진흥회노동조합(위원장 유구현)은 전국체신노동조합 소속으로, 위원장과 상임부위원장, 사무국장이 상근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유구현 위원장은 “임금과 고용조건이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지는 준정부기관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갖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예로 2005년에는 동종 업종에 비해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 지침이 내려와 예산 30억을 삭감해야 했다. 이에 따라 차량유지비는 항상 들어가니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정리해고가 거론됐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 4.5% 삭감을 선택했다.

유 위원장은 “정부산하기관 중 임금삭감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유 위원장은 “단체행동을 할 경우 예산을 삭감하거나, 새로운 운송망이 생길 때 입찰을 통해 사설업체에 업무를 분산시키는 등 정부의 보이지 않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준정부기관의 노동조합으로서 쉽게 단체행동을 할 수 없는 한계를 토로했다.

우정사업진흥회 구성원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우정사업 민영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또다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 절대불가” 방침을 세우고,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선 공사화를 거론하고 있으나, 체신노조는 우정청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체신노조는 “공사화는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정사업진흥회노조 유구현 위원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직원들의 불평이 크지 않았던 이유로 “업무의 공공성에 따른 조합원들의 자긍심과 준공무원으로서의 신분보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만약 민영화가 돼 이런 요소들이 사라지면 내면적으로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 우정사업진흥회노동조합

꾸준한 봉사활동 통해 조합원 간 유대 강화

24시간 맞교대 근무여건 속에서도 우정사업진흥회노조 조합원들은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아침에 퇴근하면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함께 식사를 한 후, 3~5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귀가한다. 각 권역별로 1~2곳씩 지역봉사센터나 적십자사 등과 연계했다. 도시락 배달, 쌀 배달 등에 인력과 차량을 지원한다.

유 위원장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기에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동조합에선 오히려 참여에 의의를 두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함께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처음엔 내켜하지 않았던 조합원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추세”라고 노동조합은 설명한다. 이처럼 노동조합이 나눔활동을 하는 까닭은 “함께 봉사하면서 자연스레 개인적인 이야기도 공유하고, 상호소통이나 유대감 형성에 좋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진흥회노조는 수도권 곳곳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고 24시간 맞교대라는 근무형태 때문에 전 조합원이 한 곳에 모이는 행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1년에 한 차례씩 전직 경찰이나 도로교통안전협회 전문가를 초빙해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1회 교육시 300~40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특별교육은 도로교통법 개정사항이나 사고대책요령, 위반사항 등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조합원들 업무에 실질적으로 업무에 도움되는 내용으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