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의 평가, 국민에 맡겨야…”
“공공서비스의 평가, 국민에 맡겨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1.29 18:13
  • 수정 2019.11.2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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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진호 국공노 해양수산부노조 위원장
“성과주의는 공공이 가진 공공성을 훼손하겠다는 의미”

지난 20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안정섭, 이하 국공노)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과급을 재분배했다는 이유로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 이하 해수부) 직원 30여 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국공노는 “공직사회 조직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성과주의가 문제”라며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끊임없이 폐기를 요구한 성과주의 제도의 폐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성과급제는 지난 1999년 도입돼 20년째 시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과급제 폐지를 약속했으나 아직 공무원의 성과급제는 폐지되지 않았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성과급 반납과 균등분배, 사회적 기금 조성 등의 방식으로 성과급제 반대 투쟁을 전개해왔다.

국공노에서 관련 투쟁에 앞장선 인물을 꼽자면 고진호 해양수산부노동조합 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조직 역시 해양수산부이기 때문에 고진호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 인터뷰는 11월 25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해양수산부노동조합(이하 해수부노조)에서 진행했다.

고진호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해양수산부노동조합 위원장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고진호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해양수산부노동조합 위원장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이번에 해수부에서 직원 30여 명이 징계위에 회부됐다고 들었다.

현재 공무원은 성과급을 S부터 C까지 4등급으로 구분해 받는다. 그렇게 성과급을 구분해서 지급하는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투쟁해왔다. 2년 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이연월, 이하 공노총)에서 천막, 단식농성을 해서 등급 간의 금액 차이를 줄이긴 했지만 완전한 폐지는 이루지 못했다.

등급 간 금액 차이를 줄였어도 완전한 폐지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하지는 못해도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을 받으면 모아서 서로 균등하게 나눠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서로 위화감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누군가가 제보를 하면서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을 조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의하면 성과급을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나눠 가질 수 없다. 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성과급을 정상 지급받은 후 협의 혹은 모의해 재분배하거나 받는 행위’이다. 이럴 경우 환수조치 후 적발된 시점부터 1년 동안은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

공노총이나 전국공무원노조 등에서 성과급의 자발적 재분배 금지가 공무원 노동자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지난 2016년에 기각됐다. 그래서 이번에 성과급을 나눠 가진 해수부의 30여 명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부당하고 너무 심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홍길동이든 김개똥이든 이미 그 사람에게 성과급을 지급했으면 끝난 것 아닌가. 끝난 이후에 받은 사람들끼리 불합리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서로 균등하게 나눠가진 것이 징계하고 환수 조치해서 생계비에 피해를 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상황도 화가 나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분노한다.

공무원에게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사실 공무원의 성과급은 인센티브의 성격을 가진 성과급이 아니다. 원래 받아야 할 생계비에서 일부를 갹출해서 그것을 등급을 매겨 차등 분배한 것이다. 그래서 반납 투쟁을 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그런데 반납 투쟁 역시 모의하는 것으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성과급을 수령한 사례에 해당해 징계를 한다고 하니, 규정에 옭죄어서 자유롭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일괄적으로 공제해 줄을 세워서 차등 지급하는 것에 있다. 성과급은 원래 우리가 받아야 했을 급여의 일부다. 그렇기 때문에 균등분배를 하는 게 맞는다고 보는 거다.

국가공무원은 3월 급여에 성과급이 포함된다. 자신의 성과 등급과 통장에 찍힌 성과급을 확인하면 조직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화감, 자괴감으로 조직 내 사기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이런 분위기가 5월까지 간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사기가 떨어진 조직에서는 어떤 사업을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성과주의는 시급히 없어져야 한다.

성과주의 때문에 성과가 단기간에 나지 않는 부서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부서에서는 대민부서를 압박하는 폐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어떤 폐해가 나타나는 편인가?

성과주의, 성과연봉제는 내가 성과를 낸 만큼 내 연봉이 변하는 거다. 성과연봉제 대상이 보직 없는 5급까지로 확대됐는데 그들이 성과를 잘 받으려면 부하직원을 압박해야 한다.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압박하는 거면 당연하게 볼 수도 있는데, 내가 연봉을 잘 받기 위해서, 성과를 더 많이 내기 위해서 부하직원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게 되는 거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은 안 하게 된다. 당장 있을 평가에 아무 영향을 못 주는데 누가 그걸 하겠나. 우리 해수부에서 연구부서인 과학원이 있는데, 10년 이상 연구해야 하는 기초적인 연구는 다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손해를 입는 거다. 성과주의는 공공이 가진 공공성을 훼손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협업이 안 된다는 거다. 공공부문은 협업체계다. 그런데 성과주의로 인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부서 간의 칸막이가 더 굳건해질 것이고, 협업이 안 되니까 정책 사업이 제대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공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성과주의는 공공성을 어떻게 해친다고 생각하는가?

공공성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무원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가 공공성이고 공공성의 결정체는 국가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공공재를 민간이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공공이 제공하는 이유도 결국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의 가치도 어느 집단에 의해 공공재와 공공성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막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을 만들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주로 하위직 공무원이다. 입안된 정책을 예산에 따라 서비스해야 하는데 성과라는 굴레를 씌우게 되면 원래 잘해야 하는 것을 넘어 포장한다. 자신이 낸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어느 개인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다. 빨리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만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에 서비스한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국민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무슨 제품을 사면 그 물건을 판 사람한테 평가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구매해서 사용한 소비자가 평가를 하지 않나? 공공서비스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리자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은 국민이 직접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해수부의 경우, 바다 행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그 서비스를 받은 국민한테 어떤 부분이 잘 되고 있고 어떤 부분이 미진한지 물어보면 된다.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성과연봉제, 성과주의는 꼭 폐지돼야 한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이미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일단 폐지 투쟁은 지속해서 할 예정이다. 폐지를 위해서는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일은 우리 공무원에게 추진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성과연봉제, 성과주의로 인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고,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는다면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