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주의 인물 : 이동훈
[언박싱] 이주의 인물 : 이동훈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11.30 00:07
  • 수정 2019.11.30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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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돈이많아서고달픈 #시중은행출자 #금융안전 #가스총

날이면 날마다(?) 오는 ‘언박싱’이 찾아왔습니다. 11월 4주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이주의 인물 ‘11호’ 언박싱, 우리 함께 열어볼까요?

지난 11월 2일 한국노총 유튜브 채널에 ‘있긔 없긔’ 시리즈가 시즌2로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1화에서는 손문선 아나운서와 지하림 한국노총 변호사, 개그맨 신흥재 씨가 현금호송원과 나눈 맥주토크로 호송업무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는데요, 당시 출연했던 브링스코리아 말고도 현금호송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금융안전’입니다.

지난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현금수송 하도급 업체의 임금실태와 근로조건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은행의 현금호송업체 최저가 입찰방식 문제점과 한국금융안전 노동자의 최하위 호봉과 최고 호봉 간 임금격차가 529,200원인 현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토론에 참여했던 이동훈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봤습니다.

이동훈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안전지부
이동훈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안전지부

안녕하세요, 현금호송업무라고 하면 생소한데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은행지점에는 보유한도가 있어요. 한도를 넘기면 센터로 돈을 운반하고, 한국은행에서 나오는 돈을 센터로 운반하기도 해요. 현금호송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다루는 주요 서류까지 전반적으로 호송하고 있어요. 은행 제반업무는 거의 다한다고 보면 됩니다. 외화나 자동화기기 등을 호송하기도 합니다. 삼단봉과 가스총을 가지고요.

현금규모가 어마어마하겠네요.

호송 시에 억 단위가 움직여요. 지금은 현금 유통량이 줄어서 예전처럼 양이 많진 않지만, 이전에는 마대자루 하나의 무게가 30kg정도 됐죠. 만 원권으로 1,000개 묶음이 약 1kg인데요, 마대자루 하나에 만 원권 1,000개 묶음이 30개 들어갑니다. 3억이죠. 예전에는 뭐 양손으로 들고 다니기도 했고요. 현금호송은 ‘경비업법’을 기준으로 움직여서 3인 1조가 원칙이에요. 현금호송 외에 문서 업무는 2명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이 많아서 고달프시겠어요.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시죠?

통상적으로 아침 7시 출근, 저녁 7-8시 퇴근이라고 보면 됩니다. 은행 개점 전에 영업자금을 가져다 줘야 해요.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은행업무 끝난 이후에 마감합니다. 현금수송은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전날 접수 받아서 다음날 팀별로 배분을 해서 움직여요.

일하다가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현금수송 직원을 심부름 하는 조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가득 채운 가방을 전달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사은품으로 주는 컵라면의 배송을 의뢰하기도 해요. 은행 쪽에서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죠.

지난번에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하니까 은행 계약부서에서 ‘이 가격에 하려면 하고, 아니면 택배회사를 알아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은행이 출자해서 만든 회산데, 택배회사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니 황당하죠.

동종업계가 있나요?

총 4군데가 있어요. 초기에는 은행권에서 안정성과 공공성을 생각해서 시중은행 출자를 통해 저희 한국금융안전을 설립했고, 동종업계로는 브링스코리아가 있죠. 거의 두 회사가 중심으로 은행 업무를 하다가 후발주자 두 곳으로 발렉스와 NICE CMS가 들어왔어요.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처우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최저가 입찰제로 바뀌면서 후발업체가 들어왔는데요, 후발업체가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 들어와요. 그러니 오히려 은행에서는 ‘이 가격에 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라’고 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발렉스는 노조가 없고, 나이스는 기업별 노조라고 해야 하나? 한국노총 산하 브링스코리아노동조합과는 ‘우리가 계속 죽이기 위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가 피해를 다 짊어지는데 뭉쳐서 뭔가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2-3년 전부터 ‘현금수송 노동조합 협의회’로 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우선은 금융권에 부탁하고 싶어요. 안전성과 공공성을 위해 현금호송업체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합니다. 전국에 차량만 500대가 돌아다니면서 중요한 물품을 운반하는데, 사고가 나면 단지 현금수송업체만의 피해가 아니라 은행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요. 또 더 나아가 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했던 것처럼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절실해요. 관계법령이나 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문제가 큰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기 전에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라고 봐요.

기존의 경력직 직원은 이직률이 덜한데,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오래 못 버텨요. 현금호송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