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이 된 보고서, 이대로 버릴 것인가?
휴지조각이 된 보고서, 이대로 버릴 것인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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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추모위,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 개최
고용형태 따른 위험의 차별적 분배 …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한 울타리 감싸야
12월 3일 오후 2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이 시작 전 묵념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16년 구의역 ‘김 군’ 사망사고, 2017년 집배원과 조선소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사고, 2018년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2019년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사고. 연이어 일어나는 노동자의 산재 사건에 한국사회는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노동자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원회)는 12월 3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 김용군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이하 조선업국민조사위),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에 각각 참여한 이들이 발제를 이어나갔다.

고용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위험

이날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노동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왜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필요한지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김용균 특조위는 총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고, 그 중 가장 첫 번째 권고안으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제시했다”며, “불안정 노동자의 고용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권고한 게 아니다. ‘노동안전을 위한’ 권고”라고 강조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하청노동자의 위험과 사고는 단순 재래형 사고가 아니라 고용형태와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는 점 ▲하청업체의 중간이윤이 증가하면 하청노동자의 위험도 증가 ▲업무지시와 책임이 불일치하는 원하청 관계를 들어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에 내재해있는 위험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업국민조사위에 참여했던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조선업계 역시 고용형태에 따라 위험이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박종식 전임연구원은 “2017년 노동절인 5월 1일에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TX조선해양에서 일요일인 8월 20일 도장 작업 중 화재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며, “기존에 이미 나왔던 작업현장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사고 기저에 있는 근원적인 원인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보고서 이후 진척사항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종식 전임연구원은 ▲안전을 위배하는 무리한 공정 진행 ▲안전에 대한 책임감 없는 재하도급 확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과 역할 불명확 ▲과도한 하청노동자의 증가를 조선업계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근원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권고안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현장발언에 나선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사내하청지회 조직사업부장은 “조선업국민조사위의 보고서가 휴지조각이 될 것을 예상했었다. 그럼에도 다단계 하도급이 문제라는 것을 정부 보고서에 남긴다는 의미를 가졌다”며, “남겨진 몫은 노동자 투쟁으로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구의역 김군과 함께 일을 했던 임선재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은 “시민대책위 진상보고서의 두 차례에 걸친 권고안, 특히 정규직화는 죽지 않을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했다”며, “하지만 한계는 있다. 정부는 권고안을 참고하는 정도 내지는 생색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구의역 진상조사단의 권고안 역시 발표 이후 1년여 동안 휴지조각 신세로 존재하다가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마지못해 개선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715쪽 달하는 어마어마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속에는 비정규직이 억울하게 죽어간 삶이 있다”며, “이걸 이행하는게 우리의 목적인데 휴지조각이 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12월 7일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촛불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한 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