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건의 거울, ‘단체협약’ 어디까지 왔나?
노동조건의 거울, ‘단체협약’ 어디까지 왔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4 19:33
  • 수정 2019.12.04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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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제조업 사업장 298곳 2019년 단체협약 분석
법-제도 변하면서 단체협약도 변해 … ‘좋은’ 단체협상, 사업장범위 벗어나야
12월 4일 3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단체협약 분석 : 한국노총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단체협약은 노동조건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한국노총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단체협약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분석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12월 4일 오후 3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019 단체협약 분석 : 한국노총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이번에 실시한 ‘2019 단체협약 분석’은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120개),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130개), 전국섬유유통노동조합연맹(27개),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21개) 산하 298개 단위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한, 2014년 단체협약 분석 결과와 비교하여 현재 달라진 의미를 도출했다.

제도의 변화와 발맞춘 단체협약

한국사회의 단체협약은 전반적으로 노동법제와 중요 판결에 따라 변화했다. 2010년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도입으로 전임자 규정에 변화가 있었고, 2013년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단체협약에 명시한 비율이 증가했다. 또한,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만 60세 정년이 권고된 이후 단체협약의 변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방식에 관한 규정은 2014년 63.7%에서 2019년 83.2%로 20% 가량 증가했다. 또한 근로시간면제제도 기준에 따라 지급하도록 한 비율이 32.4%에서 73.2%로 대폭 늘었다. 고용노동부의 고시 기준에 따라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5.5%의 사업장이 통상임금 관련 규정을 단체협약에 명시하고 있었다. 통상임금 유형으로는 ▲기본급+기본수당(22.7%) ▲기본급+기본수당+그 외 수당(12%) ▲기본금+기본수당+정기상여금(6.5%) ▲기본급+기본수당+그 외 수당+정기상여금(3.8%)으로 나타났다. 약 10.3%의 사업장에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고 있다.

더불어 만 60세 정년을 규정한 단체협약의 비율은 92.2%였다. 2014년에는 만 58세 정년을 명시한 비율이 34.2%로 가장 높았다. 2013년 법 개정의 영향이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추가적으로 기업변동 시 노조참여를 단체협약에 규정한 비율은 2014년 29.1%에서 40.6%로 증가했다. 매각, 사업부 분리, 합병 등 제조업 내 기업변동에 따른 노동조합의 대응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사진 왼쪽부터) 심재호 화학노련 정책실장, 박준우 식품산업노련 기획정책본부장,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종수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문무기 경북대 법전원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사업장 안 단체협약,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한편, 단체협약에는 노동조합이 당면한 어려움도 녹아있었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였다. 비정규직 채용 시 노조관여를 단체협약에 규정한 비율은 2014년 10.4%에서 2019년 29.9%로 상승했다. 하지만 ‘취업규칙에 위임(13.8%)’을 제외하면 16.1%에 지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노사합의(11.4%) ▲노사협의(3.7%) ▲사전통보(1.0%)였다. 더불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관한 조항을 단체협약에 명시한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김기우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에 관한 규정, 지역차원의 공헌활동 등 사회책 책무, 초기업적 차원의 연대를 담은 선언적 규정들이 2014년에는 일부 있었지만 2019년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사용자의 고용형태 다양화 요구로 인해 다양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집단적 이익대변 방식으로 발전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단위 사업장의 문제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반면, 심재호 화학노련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증가 자체를 막기 위해 입구에서부터 관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이한 해석을 보였다.

발언 중인 박준우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 기획정책본부장(가운데).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끝으로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단체협약 분석 결과를 두고 활용 및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심재호 정책실장은 "한국노총 제조연대는 지난 2월 184개 조문의 모범단협안과 법적근거 판례 등을 담은 단체협약 해설집을 발간한 바 있다"며, "이번 단체협약 분석결과와 접목시켜 소개하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윤구 경기대법학과 교수는 "최근 스마트팩토리라는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기술도입에 따라 제조생산인력이 꾸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자 재배치는 인사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 재배치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단체협약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박준우 식품노련 기획정책본부장은 "미래 산업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장 자동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며, "실제 주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현재 국면에서 사용자는 16시간만큼의 생산량 감소를 사람을 뽑아 대응하기보다는 공장 자동화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온도를 고려해 대응을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 보면 ‘4개 노련만이 협약서를 수거해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단체협약을 상급단체에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한국의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징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의 대표성 확장의 측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