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이젠 그만!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예고
희망고문 이젠 그만!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예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5 18:36
  • 수정 2019.12.05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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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후 2년 5개월 … ‘정규직화 희망고문’
12월 10일 부산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 무기한 파업 예정
12월 5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무기한 공동파업 선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2년 5개월이 흘렀지만,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립대병원들이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정규직 전환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2월 5일 청와대 앞에서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무기한 공동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전히 더딘 국립대병원 정규직화

올해 초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하자 일련의 조치를 내렸다. 관할 기관의 수장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019년 4월 17일 노조 대표자 면담 당시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또한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발전협의회의 구성 자체가 늦어졌다. 지난 10월 30일 국립대병원 발전협의회 제1차 회의가 열린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재 전국 14개 국립대병원(법인 기준) 중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강릉원주대치과병원, 부산대치과병원, 서울대치과병원 등 7곳은 정규직전환에 합의했다. 반면, 부산대병원(부산본원, 양산병원, 한방병원), 전남대병원(광주본원, 화순병원, 빛고을병원, 전남대치과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전주본원, 전북대치과병원), 경상대병원(진주본원, 창원병원), 경북대치과병원, 제주대병원 등 7곳은 여전히 정규직화에 합의하지 못했다.

더불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병원과 같은 법인으로 운영되지만 ‘인사-경영’이 분리돼 있다는 이유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분당서울대병원분회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지난 11월 7일 서울대병원 본원 방식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가 1,500여 명 가량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자회사 몰아가기 그만둬라!”

특히, 보건의료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진통이 큰 상황이다. 8개 국립대병원 중 보건의료노조 소속은 5개(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운,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에 달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돼 있는 5개 국립대병원은 여전히 정규직 전환을 해태하면서 희망고문하고 있다”며, “자회사를 고집할 명분도 없으며, 계약연장으로 미뤄둘 이유도 없다. 자회사전환 의도를 버리고 직접고용 합의를 위한 집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국립대병원들이 ‘자회사전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는 ▲병원장 사모임에서 자회사 추진 담합 ▲현장에서 자회사 전환 유도 ▲비조합원에 대한 차별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5개 국립대병원 병원장들은 8월 21일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간담회 하루 전 모처에서 만나 8월 20일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상호 담합했다”며, “현장에서는 저임금 고령자를 임금과 고용을 미끼로 자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현재 용역비 예산범위 내에서 직접고용 전환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병원이 망할 것이라 호도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중인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업무도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업무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5개 국립대병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5개 국립대병원이 자회사추진을 중단하지 않고 직접고용하지 않는다면 12월 10월 무기한 총파업 진행할 것이다. 전 조직적인 투쟁을 위해서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2월 10일 총파업 이전 5일부터 6일까지 ▲자회사 강행 위한 5개 국립대병원의 담합, 협박-회유 행위, ▲자회사 관리직 밀거래 행위 ▲부당노동행위 ▲예산낭비행위 등 사례와 당사자를 파악한 자료를 제작해 청와대와 교육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