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아무리 선거라지만
[임동우의 부감쇼트] 아무리 선거라지만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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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지난 11월 19일 대통령과 함께하는 MBC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첫 번째 질문자는 민식이 부모였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은 민식이 부모는 지난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과속 차량에 의해 9살 아들을 하늘로 보냈다. 민식이 부모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으나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019년에 이뤄지길 부탁드린다"고 간청했다.

아이 이름으로 발의된 법안이 있다. 앞서 말한 민식이, 태호, 유찬이, 해인이, 한음이까지. 스쿨존 과속, 통학차량 내 방치, 과속·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이들은 생명을 잃고, 부모는 가슴을 도려냈다.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논을 피격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범행 전에 읽었던 소설로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그의 사랑스러운 동생 피비가 ‘무엇이 되고 싶냐’ 물었을 때, 아이들 수천 명이 뛰노는 호밀밭에서 이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읽던 당시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마음 한구석에 깊이 숨어 사라져버리는 ‘아이’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12월,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며 민식이법을 볼모로 선거법을 거래선상에 놓는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다시 아이들을 떠올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종 통과된 하준이·민식이법이 본회의 통과만을 남긴 상황에서 5분도 안 되어 필리버스터 얘기가 나왔고, 무릎까지 꿇었던 아이의 부모는 망연자실했다. 정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건 언제나 약자들이 먼저였다.

요즘 노동계에도 선거가 겹쳐있다. 선거운동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에 빈자리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빈자리가 메워져 일이 돌아가길 기다리는 조합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정례 시인 시집 중엔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라는 시집이 있는데, ‘선거는 선거고 일은 일인데’하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가 우리들의 '삶'에 우선하는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을 잘해야 큰 일도 잘할 수 있는 겁니다.”

누군가 내게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