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순의 얼글] 제조 공장의 소음
[박완순의 얼글] 제조 공장의 소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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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의 얼글] 얼굴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명. 귀 안 쪽에서 나는 ‘삐’ 소리는 꽤나 고통스럽다. 두통과 함께 찾아온다면 더욱 그렇다. 더더욱 고통스러운 이유는 원인 불명이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더더욱 고통스러운 소리가 있다. 원인도 알고 대책도 알지만 대응할 수 없는 소음이다. 원인 불명이면 차라리 “내 업보니...”하고 체념할 수 있지만, 원인도 알고 대책도 알면서 대응을 못하면 인간은 무력해진다.

며칠 동안 제조 공장 몇 군데를 다닐 기회가 있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기계의 크기보다 소음이 압도했다. 압도당한 순간부터 공장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귀가 눈에 들어왔다. 소음 차단용 이어플러그를 착용했는지 안 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이어플러그를 착용하지 않았다. 답답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잘 안 되니 그럴 수도 있고, 지급이 안 됐을 수도 있고 등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미착용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소음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소음에도 일정한 규칙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일사분란하게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라인 공정에서 소음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로봇팔이 쇳덩이를 들어 움직이는 순간에 소음이 더 커졌고 다시 로봇팔이 원 위치로 돌아갈 때는 소음이 줄어들었다.

제조 공장의 소음은 직업성 유해요인이다.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는 직업병이다. 건강을 해친다. 전신피로와 수면장애부터 두통, 불안까지 다방면으로 해친다. 그렇다면 ‘반복적’ 소음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직업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상은 해봤다. 일정한 리듬과 멜로디는 사람을 그 시간과 공간에 동화시킨다. 소음도 반복적이라면 리듬이 생긴다. 그러면 소음을 발생시키는 거대한 공장에 일하는 사람을 동화시킨다. 그렇게 공장 부품화된 인간은 탄생한다.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소음에 많이 익숙해질 때 쯤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딱히 밝지도, 딱히 어둡지도 않았다. 공장 밖으로 나왔다. 소음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음속으로 ‘이제야 좀 살 것 같네’라고 말했다.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다. 다시 공장 안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이 딱히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이 부품화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봤다. 원인도 알고 대책도 알면서 대응을 못했던 반복적 소음 앞에서 인간은 공장에 동화되고, 부품이 된 인간은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공장을 아주 벗어나고 내 귀가 평온해질 때쯤, ‘인간화된 공장’은 어떻게 만들까라는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